감사원 무리한지적·미온적 대응에 '좌초위기'

▲ 수산물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의 핵심적인 정책 중 하나인 FPC사업이 지연되면서 유통구조개선대책까지 차질을 빚을까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준공된 속초수협 FPC의 전경.

  FPC(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키로 하면서 내년에도 FPC예산이 반영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 실시될 예타에서 비용편익비(B/C)가 1 미만으로 나올 경우 FPC사업이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더불어 FPC사업이 해양수산부가 2013년 발표한 수산물 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의 핵심 중 하나인터라 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도 지지부진하게 될 우려가 제기된다.
  FPC사업의 지연되게 된 배경, 이에 따른 영향 등을 짚어본다.

  # 무리한 지적·미온적 대응에 FPC사업 ‘좌초위기’
  FPC사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원인으로는 감사원의 무리한 지적과 기획재정부와 해수부의 미온적인 대응이 지목된다.
  감사원은 기재부 총액예산 감사 과정에서 FPC사업의 총사업비가 500억원이 넘는다는 점을 들며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타를 실시토록 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FPC사업은 각기 사업별로 사업주체가 다르고 부지나 사업방향 등이 큰 편차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모든 FPC사업을 동일한 사업으로 보고 예타가 필요한 사업으로 본 것이다.
  이는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나 RPC(미곡종합처리장) 등의 사업 등을 미뤄 봐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데다 국가재정법이 규정한 예타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감사원이 무리한 지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기재부와 해수부의 미온적 태도도 FPC사업을 지연되게 만든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감사과정에서 지적사항이 있을 경우 이를 문서화하기 전에 관련 사실들을 적극 소명했어야 하지만 당시 해수부는 FPC사업을 담당했던 당시 유통가공과장이 교체되면서 이에 대한 소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결과 감사원은 FPC사업이 예타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문서화했고 이 지적사항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기재부는 FPC사업예산을 배정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 예타를 실시할 수 있는 곳은 2곳 뿐
  해수부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다수의 수협이 FPC사업을 희망하지만 정작 FPC사업을 위한 예타를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부지 등을 확보한 곳은 2개소에 불과하다.
  개소당 사업비가 50억~2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지를 확보한 2개소만 예타를 실시할 경우 국가재정법이 규정한 총 사업비 500억원 또는 국비 300억원의 기준에 미달하게 된다.
  이에 해수부는 추가로 FPC사업을 희망하는 사업자를 다음달까지 모집한다는 계획이지만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나도 예타에서 B/C가 1 이상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FPC사업을 희망하는 사업자가 고정적으로 적지 않은 처리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야만 사업의 안정성이 있는데다 FPC사업의 소비자 후생제고효과, 지역균형발전 등의 효과가 복합적으로 고려돼야 B/C 1을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예타를 받기 위해 FPC사업을 희망하는 경영체에서는 컨설팅 등을 받게 되는데 이 비용이 30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인터라 잘못된 감사원의 지적과 해수부의 부실한 대응으로 수산경영체에 불필요한 부담이 발생하게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대책도 ‘삐걱’
  FPC사업이 예타 문제로 지연되면서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대책도 삐걱거리고 있다.
  해수부는 2013년 7월 수산물 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산지에서는 FPC와 위판장의 권역별·기능별 분화를 통한 산지유통강화, 산지규모화를 위한 조합공동사업법인 설립 등을 추진하고 소비지에서는 소비지분산물류센터를 설립해 FPC·위판장 등 산지시설과 소비지분산물류센터의 시너지로 유통단계별 기능을 통합, 수산물 유통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수산물 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의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던 FPC사업의 예산이 배정되지 않으면서 유통구조개선 대책이 반쪽자리 사업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산지위판장의 시설개선사업마저 지지부진한터라 수산물 저온유통시스템 구축을 통한 위생적이고 안전한 수산물을 공급하겠다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수산물 유통구조개선 대책뿐만 아니라 정부정책에 따라 소비지분산물류센터를 건립하는 수협중앙회도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당초 계획은 FPC를 단계적으로 확충하며 FPC와 품질위생형 위판장 등에서 생산된 위생적이고 안전한 수산물을 소비지로 분산하는 것이 소비지분산물류센터의 목표였으나 FPC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공급기반이 애매해진 것이다.
   이에 수협중앙회는 산지위판장에서 사업물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경우 수협의 소비지분산물류센터는 그저 창고의 하나가 될 뿐 유통비용 절감과 저온유통체계 구축 등은 요원해질 공산이 크다.

  # 소비자 후생 높게 평가돼야
  FPC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수산물의 산지유통시설들이 갖는 소비자후생효과가 보다 높게 평가, 산지 유통시설의 시설개선사업 등에 해수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국내 206개의 위판장을 비롯한 수산물 산지유통시설은 대부분이 낙후된 데다 위생적인 전처리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인터라 유통과정에서 저온유통체계를 구축하는 등 각종 대책을 시행해봤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수산업계의 전문가는 “수산물 유통은 어획단계부터 양륙, 물류, 분산, 소매 등 각 단계에서 고르게 조정이 이뤄져야 유통구조개선대책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며 “FPC사업이 지금처럼 계속 지지부진할 경우 정부의 유통구조개선대책이 절름발이가 되고 수협의 분산물류센터는 외눈박이 신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한 전문가도 “FPC와 소비지분산물류센터가 시너지를 낼 경우 단순히 FPC사업의 사업성을 넘어 수산물 물류비 절감, 어가제고, 위생적이고 안전한 수산물 공급, 소비자가격 인하 유도 등 다양한 사회적 후생증대효과를 낼 수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가 수산물의 위생관리수준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FPC와 위판장시설개선 사업 등 산지유통시설 확충은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편익을 줄 수 있는 사업이 되는 만큼 이같은 효과를 보다 높게 평가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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