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식이는 다리에 꼬리를 끼운 자세로 엉거 주춤 방안에 들어섰다.
『저런 으바리 새끼.』
명식이가 비맞은 장닭 맞잽이로 방안에 들어서자 그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팔도는 그만 성에 차지 않아 이렇게 입을 내었다. 씩씩한 기상으로 밀어부쳐도 참기름 주둥이 씹 질나이 점자에게 백기를 들 판인데 서리배 병아리 처럼 빌빌 거리는 것이 하나 마나 볼장은 다 본 뽄새였다.
『안녕하세요.』
명식이는 아랫도리를 훌쩍 까고 누운 점자를 보고 이렇게 인사를 하였다. 마침 아랫도리가 방문으로 향했으므로 인사를 하자 거창하게 걷어 부친 점자 아랫도리를 보고 인사를 한 꼴이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같잖은지 명식이는 풀설 웃었다.
『오마. 이게 누구야.』
점자는 화들짝 반색을 하였다. 어쩌다 지나는 길에 몇번 눈이 마주친 적이 있어 구면이었던 것이다.
『오마. 너도 오입하러 왔니.』
『형들이 시켜서.』
명식이는 우물 거리며 이렇게 대답 했다.
『너, 몇살이야. 대가리 쇠똥이나 벗어졌어.』
점자는 상기도 검을 쩍 쩍 씹으며 말했다. 그 방자한 점자의 말에 명식이는 더욱 주눅이 들었다.
『열 일곱 살이요.』
『열 일곱 이라면 우리 동생 호야 하고 동갑이네.』
그렇게 말하며 점자는 다리를 오므렸다. 그리고 머리를 털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세상에 어야꼬냐. 나이 열일곱에 오입질이라. 너 디기 올된다.』
『너무 나이 가지고 그러지 말아요. 나이는 그래도 보리 보통 가마니 하나는 너끈히 진다구요.』
명식이는 코를 훌 쩍 들어 마시며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이 머시마야. 아무리 그래도 그 빡 빡 머리나 기르지.』
명식이는 그 당시 학생 처럼 막 깎은 머리였다. 하이칼라나 상고 머리를 하고 싶었지만 머리 한번 깎는데 2백원이나 하는 하이칼라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돈이라면 일주일 마다 가는 엄마에게 비린 자반 한 손이라도 사갈 것이었다.
『다음 부터는 나도 상고 머리로 할 것이예요. 이번에는 돈이 없어 못 깍았어요.』
코를 빼물고 있는 명식이를 보자 점자는 불현듯 동생 호야가 생각 났다. 아직 고등학교 이학년인 호야였다. 누나인 점자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지게 목발 운전사 이든가 철공소 시다였을 호야는 점자가 대구공장에를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점자가 뭇 남성들의 만수 받이를 하면서 허리 돌려 돈을 부쳐 주는 줄 알면 학교 집어 치우겠다고 설칠 것이다. 그것은 기계면에 있는 부모도 마찬 가지였다. 명식이의 막깍기 머리의 하얀 중대가리를 보자 점자는 그만 코끝이 메워 왔다.
『너 이런 곳에 처음이지.』
『야.』
명식이는 주전자 받침대로 있던 신문지를 잘게 찢으며 이렇게 대답 했다.
『너 이런 곳에 자주 오면 안돼. 누나가 잘해줄테니까 누나라고 생각하고 마음 팍 놓고 서둘지 말고 해.』
점자는 사근 사근 마치 누가가 동생에게 이르듯 이렇게 ?暉構?말했다.
명식이는 그만 점자의 ?暉?말에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꼈다. 저것이 노련한 매구 수법인줄도 몰라. 눈만 마주친다면 ??빼 먹는 다고 하지 않던가?
『누야요. 우짜는 기라요?』
그러나 명식이는 고분 고분한 소리로 말하였다."
- 기자명 농수축산신문
- 입력 1999.07.24 10:00
- 수정 2015.06.2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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