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에서는 우리 농산물을 식품원료시장에 진입시키기 위한 다양한 소비촉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가공식품 수출 시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면 홍보, 전시, 자금대출 등의 정책적 지원에 혜택을 주거나 국산 농산물 주산지 파악을 위한 생산자 지도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물론 직거래 페스티벌 등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같은 정책은 6조1000억달러의 세계식품시장에 대한 간접적인 진입을 의미하고 있어 그 의미가 크다. 이는 바로 농산물의 가장 큰 소비판로는 식품업계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식품업계는 이러한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수입농산물 활용을 선호하거나 TRQ(저율관세할당)물량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또 다른 소비촉진 방안이 더해져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내 식품업계의 경우 국내 최대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의 생산 케파조차 글로벌 기업 네슬레에 비해 27분의 1에 지나지 않아 글로벌식품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가격 경쟁력이나 특이한 소재를 활용한 신제품 개발의 측면에서 수입 농산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농업계는 더 이상 식품업계에 1980년대식의 ‘신토불이(身土不二)’나 ‘농업인 돕기’ 등을 내세운 CSR(사회적기업책임)식의 농산물 판매가 아닌 CSV(공유가치창출)를 통해 상생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같은 의미에서 CJ제일제당의 햇반은 농업계에서 주목해야 할 사례 중 하나이기도 하다. CJ제일제당은 햇반 신제품 개발 시 건강기능성이 인정된 큰눈찰현미를 통한 프리미엄 즉석밥을 출시하려고 했으나 해당 품종은 재배적응성 등이 확보되지 않아 기존의 농가에서 재배되지 않고 있었다. 이에 진천군 농업인들과의 CSV를 통해 농업인의 판로걱정을 줄이는 대신 신제품 개발로 업계를 이끌어나가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이는 국내 농가들에서 식품업계의 니즈를 충족하는 농산물 생산에 대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CSV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앞으로는 농업계에서 주체적으로 식품업계에 CSV를 제안하고 판로를 확대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보길 바라본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