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돼지를 공부하러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에 자주 갈 기회가 있는데, 갈 때마다 그들의 시스템과 기본의 철저함에 놀라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돼지 인공수정용 정액을 생산하는 곳에서 머무르며 공부했는데, 깜짝 놀란 것이 정액을 생산하는 AI센터부터 농장에서 그 정액을 받아서 사용해 모돈이 분만한 결과까지를 역으로 추적이 가능한 이력제 시스템이 구축돼 있고, 농가들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가장 좋은 검증된 정액을 쉽게 선택해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농가에서는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해 정액을 생산하는 웅돈의 성적은 물론이고,동영상과 사진을 통해 체형이나 건강상태까지 확인하고, 이 웅돈에서 매일 생산되는 정액의 양, 정자수, 이상유무를 비롯한 여러 상태까지 확인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골라서 주문한다. 물론, 정액생산센터에서는 정액채취자의 이름부터 이 모든 데이터가 각 정액팩마다에 바코드형태로 확인가능토록 생산해 공급한다. 정액을 포장하는 비닐팩도 정액의 질에 해가되는 독성물질이 나오지 않는다는 EU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한다.

최근 우리나라에 유럽의 다산종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유럽과 종돈의 차이는 없어졌다는 얘기인데, 그들은 이유두수가 14마리 이상이고, 우리들은 10마리 내외이다.

무엇의 차이일까? 혹시, 유럽의 종돈만을 들여오면 많은 자돈을 생산하고, 성적이 좋아질거라 생각하는 농장은 없는지? 그들은 좋은 종돈이 있으면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아주 기본적인 사양관리, 시설관리, 질병관리까지 딱 맞춰서 돌아가는 시스템이 있고, 그 시스템을 정확하게 운영하고 있다.

우리 양돈분야에서 선진국 연수를 하면서 시설을 보기도 하고, 기술을 보기도 하고, 종돈을 보기도 하며 각자의 관심사를 보게된다. 이렇게 각자가 관심있는 부분을 보고 적용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좀더 발전하는 단계로 가기위해서는 눈에 보이지않는 그들의 시스템을 배우고, 그 시스템을 국내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1주일에 여러 곳을 돌면서 지나가는 그런 연수가 아니라 한곳에서 1달이고 1년이고 배우도록 투자하는 것이 좋을텐데, 누군가 리더의 역할이 필요하다.
하나의 기술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지만 시스템은 큰 문제와 여러문제를 해결한다.

기본과 시스템을 도입하고, 발전시키도록 전문가의 역할이 필요하고, 농장에서는 단순한 종돈하나, 시설하나만이 문제를 해결해 줄거란 생각보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을 실천해 보았으면 한다.

대기업에는 시스템전문가가 있어서 모든 과정을 조율하고, 해결하기도 한다. 양돈 그리고 축산에서 시스템전문가는 누구일까? 누가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이 업계를 위해서 차분하게 선진기술을 배우고, 우리 것으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

결국 이것도 생산자단체, 조합리더의 결정과 미래를 보는 투자, 전문가의 노력, 생산자의 의지와 실천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지? 생산자가 먼저 이런 요구를 하고, 조합이나 축산기업같은 곳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미래 우리 양돈을 만들어 가는 길이라 생각된다.


정현규 한국양돈수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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