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산지유통인을 아직까지 단순히 장사를 하는 유통인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극히 일부 산지유통인은 농업인이 재배한 농작물을 단순히 포전으로 거래한 후 저장했다가 납품·출하를 하지만 대부분의 산지유통인들은 농업을 직접 영위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확 한 달 전이나 수확 직전에 포전으로 매매했지만 지금은 파종부터 산지유통인이 관여하고 직접 작물보호제와 비료까지 시비하고 있다.

특히 준고랭지, 고랭지 배추재배 지역은 지주가 땅만 임대해주고 농작물 재배는 산지유통인이 직접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산지유통인들은 농협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농업인이나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폭리를 취하는 장사꾼이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지금은 농업을 직접 영위하면서 농업인과 마찬가지로 빚에 허덕이다 도산하거나 자살하는 경우도 많다. 주식채소로 불리는 5대 채소의 경우 산지유통인이 없으면 더 이상 농업을 영위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산지유통인은 고령화, 인력난 등으로 더 이상 농업을 영위할 수 없는 지역에 직접 구성한 작업반과 함께 농업을 영위하고 있다. 산지유통인도 농업인과 마찬가지로 농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고심을 하고 있으며 내년에 농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막막한 경우도 많다.  

소비자들이 산지유통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농업인을 바라보는 시각과 비슷하다. 산지유통인들은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면 이윤을 취한다는 이유로 부각이 되고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 전혀 이슈화되지 않는다. 밭을 갈아엎거나 저장창고에서 농산물이 썩어도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농업인들도 마찬가지다. 농산물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 이슈가 되고 소비자들은 농업인들의 수취가격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작황이 저조해 생산량이 감소하고 품위가 낮기 때문인데 소비자가격이 높을 뿐 농업인들의 피해는 심각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공영도매시장에서 5kg 기준 1000~2000원을 형성해도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렇듯 산지유통인은 어느새 농업인과 같이 하고 있다. 산지유통인을 더 이상 장사꾼으로 오해하기 보다는 농업인이라는 측면에서 다시 바라봐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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