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관내 농협들이 강서시장에서 시장도매인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나선 것은 농협의 정서와 동떨어진 행태로 볼 수 있다. 농협의 역할은 농민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에 많아 팔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지역 관내 농협, 즉 도시농협은 농민조합원 확보에 한계가 있어 그 역할을 농촌농협들과의 연계성에서 찾아야 한다.

농촌농협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농촌농협의 농산물을 많이 팔아주는데서 도시농협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농협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 역시 농촌농협과의 교류를 얼마만큼 활성화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농촌농협들과의 직거래를 확대하고, 농촌농협들이 운영하는 공판장을 통해 농산물을 구매하는데서 도시농협의 역할을 찾고,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사업체인 시장도매인을 직접 운영하겠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물론 도시농협들이 내세우는 이유가 없지는 않다. 도시농협이 운영하는 마트의 수익성이 악화,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이다. 시장도매인을 운영할 경우 농산물을 직구매할 수 있는 만큼 유통단계를 줄일 수 있고, 그만큼의 유통비용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협의 정체성과도 맞지 않는 시장도매인을 직접 운영하겠다는 이유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군다나 도시농협들은 돈장사로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비등한데 굳이 도매상까지 하겠다고 나선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강서시장 내 대부분의 시장도매인들은 수입농산물을 취급하고 있고, 매출액 상위 10위권에 랭크된 시장도매인들의 수입농산농산물 취급비중은 90%를 웃돌고 있는 것과 무관하겠느냐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다.

시장도매인 자체의 문제도 적지 않다. 시장도매인은 투명하지 않는 대금정산으로 인해 농민들의 피해가 우려되는데다 소비자들에게는 비싼 값에 농산물을 판매하는 등의 폐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민조합원 확보에 쉽지 않으면서 농협이란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도시에서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이를 농촌농협에 돌려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협동조합과도 맞지 않고, 농협의 정체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시장도매인을 운영해야 되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도시농협이 수익성만을 강조하는 사이 농민들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이 점점 훼손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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