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에 세련미를 입힐 때…시장 '무궁무진'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양곡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정 제조업(증류증 등)은 전체 쌀 소비량 중 33.7%, 탁주 및 약주 제조업은 7.8%의 쌀을 소비하며 쌀 소비촉진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통주의 성장세와 아울러 주류시장에 전통주를 ‘우리술’이라는 세련된 네이밍으로 파격적인 마케팅 및 브랜딩에 도전,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우리술방’의 필승 전략을 알아봤다.

▲ 전통주에 세련미를 더한 ‘우리술방’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소재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우리술방 매장.

# 쌀 소비 효자품목 ‘우리술’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정 제조업의 쌀 소비량은 전년 대비 142.8% 수준으로 증가한 22만2356톤을 기록했다. 또한 탁주 및 약주 제조업은 5만1592톤으로 전년 대비 111.2% 증가했다. 연간 술로 27만3948톤의 쌀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같은 해 가구부문 1인당 연간 양곡 소비량이 71.2kg으로 전년대비 0.5kg 감소(△0.7%) 되는 점과 대비하면 상당히 대조적인 수치이다. 실제로 1인당 연간 양곡 소비량은 198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며 30년 전인 1986년 소비량인 142.4kg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줄어든 바 있다. 이러한 쌀 주 소비품목의 변화는 최근 먹거리가 다양해지면서 주식이었던 쌀을 대체하는 식품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국가에 맞는 ‘주류경쟁력’...한국은 ‘쌀’!

그렇다면 줄어드는 쌀 소비량과 변화하는 시장환경에도 불구하고 ‘전통주’는 어떻게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을까? 이러한 의문의 해답은 쌀을 생산하기 좋은 국내 농업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쌀을 생산하기 좋은 환경덕이다. 보통 한 나라의 주식은 해당 국가에서 가장 적합한 농산물로 자연스레 정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랫동안 주식이 ‘쌀’이었고, 자연스레 다양한 쌀 품종 및 재배기술이 발전해 왔다. 특히 농촌진흥청은 최근 10여 년간 양조용 쌀 품종에 박차를 가하면서 쌀 경쟁력을 키워왔다. 이 때문에 모든 농식품은 주원료에 의해 품질이 결정되는 만큼 자연스레 쌀로 만든 제품을 세계화시키는 것이 가장 글로벌적인 역량을 갖추기 수월해졌다.

실제로 와인의 전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나파 밸리(Napa Valley) 역시 와인용 포도를 재배하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이다. 나파 밸리의 지형은 남쪽의 바람이 많이 부는 강 하구에 있는 평지와 완만한 언덕에서부터 밸리가 끝나는 좁은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나파 밸리는 독특한 미기후 (microclimate)를 가진다. 지형을 갖추고 있어 생산되는 포도들은 뚜렷한 특성을 갖게 됐다. 이에 나파 밸리내 13개 지역들은 미국 포도재배지역 (American Viticultural Area, AVA)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 이같은 지역적 다양성은 수많은 품종의 포도를 우수하게 재배할 수 있는 기반이 됐고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을 생산하는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전통주 전문 유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지 양 하나C&T 대표는 “전통주가 주류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쌀 소비촉진’보다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재배키 좋은 천혜의 환경’에서 자란 원료를 활용했기 때문”이라며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 잘 만든 전국의 우리 술을 ‘브랜딩’

모든 농식품은 천혜의 환경에서 자란 ‘원료’를 사용해 고품질로 생산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판매, 소비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한국전통주진흥협회와 신세계, 하나C&T가 합작해 2014년에 론칭한 ‘우리술방’은 전통주 시장확대를 비롯 쌀 소비촉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술방은 현재 신세계백화점 전 지점과 롯데백화점 일부 매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전통주 전문 판매장이다. 우리술방이 여타 브랜드와 다른 점은 국내의 영세한 양조장들 중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전통주를 셀렉팅(sellecting)해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술방에 입점한 전통주는 ‘특장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통주에 큰 선호도가 없더라도 한 번쯤은 구매해 볼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제품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일부 지원으로 마련된 ‘공동주병’을 적용한 제품들이 입점하며 세련미를 더했다. ‘전통주’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올드한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 연령대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우리술’로 명칭을 정정하고, ‘우리술을 파는 방’이라는 의미를 담아 브랜드명을 네이밍을 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을 비롯해 모디슈머들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우리술 칵테일’ 제조법도 공식SNS(facebook.com/woorisoolbang)를 통해 알리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공식 라이선시인 롯데백화점을 통해 우리술방에 판매 중인 한 컵분량으로 제조한 과실주 6종을 한데 묶어 패키지한 제품을 출시키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증류주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규정상 40도를 초과한 술은 라이센스를 받을 수 없으며, 약주는 해외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강한 만큼 가볍게 우리술을 즐길 수 있는 과실주로 패키지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우리술방의 한 관계장은 “결국 제품은 최종소비가 중요한 만큼 소비자니즈를 고려함이 불가피하다”며 “소비자니즈에 맞춘 제품을 준비를 하면 얼마든지 시장을 보다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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