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체험장 설립…농가 간 협업 통해 마을공동체 구성할래요"
웰빙·6차산업 모두 잡을 것

임혜숙(32) 씨는 경북 영주시에서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임 씨는 인삼을 재배해 온 선대(先代)의 노하우와 고유기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인삼을 활용한 제품도 요즘 트렌드에 맞춰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판매와 마케팅에도 승부수를 걸 계획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가업을 잇게 되고 농업을 사랑하게 됐다는 임 씨를 직접 만나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겪어온 농업 이야기와 그가 꿈꾸는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 가업을 잇다

▲ 임혜숙 씨는 약 8만2644㎡에 인삼을 재배 중으로 가업 업체인 ‘보승인삼사’를 통해 인삼 원물과 홍삼, 인삼을 활용한 가공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제 인생에서 ‘인삼’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죠. 자연스러우면서도 당연하게 가업을 이어받게 됐어요.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인삼과 동거동락하고 있는 셈이죠. 인삼 농사를 통해 새삼 자연의 섭리를 체감하곤 합니다. 농사는 윤택한 땅에 좋은 씨앗을 뿌리고 정성껏 키우면 노력한 만큼 결실로 보여줘 보람을 느낍니다.”

경북 영주시에서 약 8만2644㎡(2만5000평)에서 인삼을 생산하고 있는 임 씨. 임 씨는 현재 아버지, 어머니, 임 씨보다 두 살 위인 오빠와 함께 인삼 농사를 짓고 있는 가족농이다. 임 씨는 농사 뿐 아니라 수확한 인삼과 인삼을 가공한 홍삼제품을 주로 직거래 형식으로 가업 업체인 ‘보승인삼사’에서 판매한다. 임 씨는 보승인삼사를 통해 판매와 마케팅을 도맡아 할 뿐 아니라 이웃 농가가 생산한 인삼의 판로까지 도와주고 있는 베테랑이다. 한 해 수확하는 인삼은 8~10톤이며 매출은 약 1억3000여만원 가량이다.

“수확량이나 매출액이 대농·대기업과 견주면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4대째 가업을 이어오면서 인삼을 안전하게 생산·가공해 와 두터운 신뢰층을 확보했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작지만 강하고 단단한 조직’인 셈이죠. 5년 전 본격적으로 가업을 이어받으면서 이 일이 제 일이라는 정체성이 견고하게 생기고 책임감도 커져 더욱 의욕적으로 농사일과 판매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임 씨는 향후 재배면적을 늘리고 임 씨 농가가 있는 단산면 작목반 농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공생’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산면 일대의 인삼이 보다 브랜드 파워를 가지게 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 단체 가입으로 외로움 극복

▲ 임혜숙 씨는 약 8만2644㎡에 인삼을 재배 중으로 가업 업체인 ‘보승인삼사’를 통해 인삼 원물과 홍삼, 인삼을 활용한 가공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임 씨는 아무래도 후계농인만큼 농업에 처음 뛰어드는 사람들에 비하면 자기 자본도 많이 투입되지 않았고, 노하우·기술 습득도 용이해 부담감 없이 농업에 진입할 수 있었다. 수확과 판매 역시 고정 손님이 확보돼 있던터라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마을에서 가장 어린 임 씨는 주변에 또래가 부재해 24살의 어린나이에 결혼해 두 자녀를 둔 어엿한 가정을 꾸렸음에도 정서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농사를 짓다 보면 외로움을 느끼곤 합니다. 회사라는 공간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만큼 사람들 간 부대낌도 많지만 공통된 목표 아래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장점도 있죠.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과 농사일을 하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소소한 일상을 공유할 또래가 없다는 점은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지금은 그렇진 않지만 농사일에 뛰어든 초기에 나이도 젊은 사람이 농사일을 계속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주변 시선은 힘든 부분 중 하나였어요.”

임 씨는 이러한 정서적 결핍을 마냥 내버려 두지 않고, 돌파구를 마련했다. 18세에서 43세 이하 젊은 농부 102명으로 구성된 청년농업인연합회에 가입, 또래의 청년농부들과 소통을 시작한 것이다.

임 씨는 평소에 청년농업인연합회원들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소통하고, 처음으로 농사를 시작해 어려움에 맞닥뜨린 청년 귀농·귀촌 농업인에게는 해결책 등을 알려주곤 한다. 특히 회원들이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어 제철 농산물을 직거래로 사거나 교환하고, 각 지역 정보를 수시 때때로 들으며 경북 영주시에만 갇혀 있었던 시야도 많이 넓어졌다.

#더 큰 꿈을 그리다

▲ 임혜숙 씨는 약 8만2644㎡에 인삼을 재배 중으로 가업 업체인 ‘보승인삼사’를 통해 인삼 원물과 홍삼, 인삼을 활용한 가공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단체에도 가입하고 수확한 인삼 판매를 통해 보람을 느끼게 되면서 임 씨는 보다 더 큰 꿈을 그리게 됐다. 그동안 단순히 원물과 홍삼즙, 농축엑기스 등만 판매해 왔는데 가공제품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2015년 6차산업 인증을 받은데 이어 토지 3305㎡(1000평)을 매입했고, 이 곳에 정부지원 50%와 자부담 50%로 공장과 체험 공간을 짓기로 했다.

공장에는 보승인삼사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기계들을 옮기고 동결건조기를 구입할 계획이다. 최근 식품업계와 유통업계 등에서 건강과 웰빙이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동결건조로 인삼을 가공해 영양분은 그대로 살리고 식이 편이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에서다.

“인삼과 홍삼은 장년층과 노년층에서 건강식으로 많이 찾는 만큼 첨가물 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가공방법을 찾아보다 동결건조를 택하게 됐습니다. 슬라이스 한 인삼을 동결건조해 원물의 고유 맛은 살리되 영양분은 고스란히 보존하고, 1회 분량씩 진공 소포장 해 보관이 간편하고 위생적이어서 고객 호응도가 높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또한 임 씨는 체험장을 설립,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선비인 고장인 영주시에는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부석사와 선비 생활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선비촌,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 등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명소들이 있는데 이들 모두 임 씨가 체험장 용도로 구입한 토지 일대와 가깝다. 역사 유적을 찾는 관광객과 주변 지역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수요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특유의 맛과 향으로 인삼을 꺼리는 어린이와 청년층 등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임 씨는 인삼 재배에는 볏짚 사용이 필수여서 벼 재배를 하고 있는 만큼 쌀과 인삼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고안 중이다. 이를테면 인삼과 견과, 쌀을 이용해 만든 떡 만들기 체험, 인삼과 쌀가루를 활용한 쌀 쿠키·쌀빵 만들기 체험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임 씨는 이들 체험은 마을 농가들과 협업해 마을 농가들이 생산한 다양한 농산물을 활용해 사용하는 등, 궁극적으로는 마을공동체를 구성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아울러 체험 공간 옆에 바로 공장을 건립해 요즘 ‘창농(創農)’이 화두인 만큼 공장과 연계해 진로체험 학습도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을 오가며 식생활 개선·먹거리 교육 등도 받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홍삼 샴푸·린스, 인삼을 활용한 수제맥주, 오븐만 있으면 바로 조리할 수 있는 인삼을 활용한 베이커리류 제품 등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인터뷰] 인삼 농사꾼 임혜숙 씨
"농업, 틈새시장 많아 도전가치 있어"

“사람들이 농촌·농업은 어렵고 힘들다는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농업을 포기한 선진국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가 농업과 농촌의 발전 없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농작물은 거짓 없이 성과물을 보여주고 아직 틈새 시장이 많은 만큼 농업에 도전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제 자녀들도 농업에 관심을 갖고 의지만 있다면 가업을 잇게 할 생각입니다.”

임혜숙 씨는 젊은 층들이 보다 많이 농업에 뛰어들어 농업·농촌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저 뿐만 아니라 청년 농업인들이 농사일을 하며 일상의 소소함 속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하루 동안의 농사일을 마무리하고 귀가할 때 지는 석양을 보면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 땀이 식으면서 행복하다는 마음이 절로 들곤 합니다. 또 농삿일 도중 마시는 막걸리 한잔도 일상의 즐거움 중 하나죠. 특히 땀 흘려 정성껏 가꾼 농산물이 좋은 가격에 팔릴때면 그간의 노력이 보상받은 것 같아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보승인삼사는

경북 영주시 단산면에 위치한 보승인삼사는 인삼과 홍삼, 액기스 농축액을 판매하는 농가이자 6차산업인증 업체이다. 약 8만26442㎡에서 재배한 8~10톤의 인삼 등을 소비자에 판매하고 있다. ‘크게 이룬다’는 뜻의 ‘보승’을 사용해 이름 붙여진 ‘보승인삼사’는 4대째 가업이 이어져 오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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