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 디자인'+'아빠의 마음' 고객감동 실천
안전 농산물 제공…농업인들간 네트워크 통해 경쟁력 강화 연계

▲ 재배지 하우스에서 표고버섯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윤 대표. 향후 이 곳은 현장 체험과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우수한 품질은 기본, 세련된 디자인까지 더해져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표고버섯 브랜드가 있다. 젊은 감각을 뽐내는 농사꾼이자 유통인인 윤영진(37) 대표가 2대째 가업을 이어 운영하는 믿음영농조합법인의 힐팜스 브랜드가 그 주인공이다. ‘아빠의 마음’으로 고객감동을 실천한다는 뜻을 품고 있는 힐팜스는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재배해 유통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할 것을 자처하고 있다. 특히 아이를 생각하는 부모가 ‘내 가족이 먹을 것을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운영되는 만큼 제품 하나하나에 소중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업을 이어 농산물에 감동을 담아 전하는 윤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 갑작스런 대표직에 부담 커

▲ 가공제품 포장실에서 라벨을 확인하고 있는 윤 대표.

앞으로는 바다와 인접하고, 뒤로는 산이 있어 버섯이 잘 자란다는 전남 강진군. 윤 대표는 강진의 따뜻한 기후에서 친환경으로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믿음영농조합의 살림꾼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아버지 일을 도우면서 표고버섯에 대해 배웠다. ‘남들과 똑같이 농사만 지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가공과 유통에까지 영역을 넓혔다.

어린 나이에 농업에 뛰어든 만큼 처음에는 ‘돕는다’는 생각이 컸다. 바쁜 명절을 앞둔 시기에는 수업을 빼고, 집으로 내려와 일손을 거들기도 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시면서 2010년에 정식으로 대표직을 맡게 됐다. 갑작스레 무거운 중책을 어깨에 짊어지게 돼 스트레스도 심했다. 특히 영업과 관련한 업무는 매출과 직결되다보니 더욱 열심히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내성적이던 성격마저 외향적으로 바뀔 정도였다.

“처음 대표직을 맡고는 아버지께서 오랜 시간 거래를 해오던 곳들이 많아서 관리하는 게 주된 일이었는데, 이마저도 힘들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 탓도 있었지만 부담감이 컸습니다. 그래도 아버지와의 관계들이 있어서였는지 열심히 뛰는 모습에 많이들 ‘기특하다’며 인정해주셨죠.”

겸손하게 얘기하는 윤 대표였지만 차분한 목소리에서 당시의 고충이 전해지는 듯 했다.

# 농업을 디자인하다

믿음영농조합법인은 가족 중심의 법인이다 보니 인력이 부족해 윤 대표 혼자 많은 일을 해야 했다. 생산, 가공, 유통, 영업까지 다양한 역할을 도맡는 가운데 마케팅에 주목했다. 대학에서 전공한 만화를 디자인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대학에서 만화를 전공할 정도로 평소 만화와 디자인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도 디자인적인 변화라고 생각했다. 특히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needs, 수요)는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보다 신뢰한다고 판단했으며 문화와 관련한 콘텐츠를 통해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농업을 디자인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비자들은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이미지로 간결하게 표현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농산물은 포장부터 가공제품과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인식에 차이가 생기는 것이죠.”

이에 그는 브랜드 로고, 서식 등 디자인에 변화를 줬으며 제품 포장을 바꾸고, 캐릭터를 만들어 보다 친숙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안내 팜플릿은 우리나라 전통의 고려청자 이미지를 형상화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도모하는 등 곳곳에 세심한 배려를 빼놓지 않았다.

# 네트워크 확대 통한 협업

▲ 포장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작업실의 모습.

윤 대표는 농업의 나아갈 바를 ‘협업’에서 찾는다. 최근에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활용해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진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농업계는 폐쇄적인 분위기가 많은 만큼 관계를 보다 넓히고, 열린 생각으로 사고를 확장해야 한다는 게 윤 대표의 생각이다. SNS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의 활성화와 스마트 기기들의 활용은 농산물의 재배는 물론 기획과 유통·판매 단계에서의 직거래 확대를 가능하게 할 것이란 설명이다. 또한 6차 산업화 역시 농업인간 협업을 통해 기존 유통구조에서 탈피한 보다 간소화된 단계로 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전에 BNI(비즈니스네트워크)단체에서 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대화가 되지 않을 줄 알았지만 의외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농업분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농업인들간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낳고, 이를 다시 협업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연계할 수 있는 것이죠. 이는 단순히 농업분야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농업과 다른 산업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주지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생각으로 젊은 농부들을 중심으로 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도 구상 중인 윤 대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인터뷰]윤영진 믿음영농조합법인 대표
-개념·신기술 적극 활용…시대적 요구 대응

“젊고, 제대로 교육을 받은 이들이 농업에 뛰어들어야 농촌이 잘 살 수 있습니다. 농업·농촌에 필요한 것은 열린 사고를 기반으로 한 변화의 바람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요구와 기술 진보에 발맞춰 나갈 수 있는 유연한 자세가 농업에도 필요합니다. 새로운 개념과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이를 통해 농업의 위상을 높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젊은 세대들의 노력이 더욱 요구됩니다. 이처럼 시대적 요구에 따른 대응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농업인들의 ‘정성’입니다. 병으로 쓰러진 내 가족이 먹고 나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재배해 가공하면 농산물도 약이 됩니다. 정성으로 농사를 짓는 이들이 존경받고, 농업인이 잘 사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울러 농업의 유통구조에 대한 변화도 요구됩니다. 아무리 잘 생산한 농산물이라 할지라도 팔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돈을 주고 사는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농산물도 단순히 먹거리를 사는 것이 아니라 농산물이 주는 ‘가치’를 구입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농산물에 ‘영양’뿐만 아니라 ‘안전’과 ‘위생’ 등을 강조하며, 믿음영농조합법인이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 가족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믿음영농조합법인은

1995년 영지버섯재배 작목반으로 시작해 1998년 표고버섯으로 작목을 전환했으며 같은 해 서울 양재동 하나로클럽에 입점했다. 2000년 믿음영농조합법인으로 정식 설립됐으며 전통인증마크, 친환경 유기인증, 유기가공인증 등을 획득했다. 2015년 건강브랜드 ‘힐팜스:아빠의 마음’을 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beyond farm’ 6차산업 인증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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