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아닌 의전행사로 변질
해가 갈수록 정부·공공기관 참관만 늘어나는 실정
바이어 눈에 띄게 줄어 '특산물 장터' 아니냐는 지적도

2017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BISFE)가 지난 8~1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엑스포는 수산식품관과 수산기자재관, 해양바이오산업관 등 3개관과 함께 다양한 부대행사가 함께 개최됐다.

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와 지난 1~3일 중국 칭다오 현지에서 열린 2017중국국제어업박람회(CFSE)를 비교하고 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에 대해 참관업체가 바라는 점에 대해 들어봤다.

▲ 지난 8일 열린 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 개막식 전경. 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가 참관업체를 위한 비즈니스 행사가 아닌 의전을 위한 행사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46개국 1500여 업체 VS 20개국 401개 업체
중국국제어업박람회와 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는 규모부터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중국국제어업박람회는 세계 3대 수산박람회라는 명성에 걸맞게 전 세계 46개 수산업 강국들의 1500여개 업체가 4000여개의 부스로 참관했다.

반면 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는 20개국에서 401개 업체가 910개 부스로 참관하는 데 그쳤다.
규모의 차이뿐만 아니라 참관업체의 질적인 차이도 두드러진다.

중국국제어업박람회에는 마린하베스트와 니쓰이 등 세계적 수산기업들이 대거 참관한 반면 부산 수산무역엑스포에는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 중심으로 참관이 이뤄졌을 뿐 글로벌 수산기업의 참관은 전무했다.

특히 박람회장 내부에서 비교적 큰 규모의 부스로 참관한 곳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국립수산과학원 등 정부기관과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과 수협중앙회 등 공공기관 또는 공직유관기관만 참관하는 데 그쳤다.

이날 박람회장을 찾은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번 박람회를 둘러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처음 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가 시작될 당시에 비해 수산업계의 관심도가 현저 줄었다는 것”이라며 “참관을 희망하는 업체가 많아서 정부기관은 부스를 내기도 힘들 정도의 박람회가 돼야 해가 갈수록 활성화되는 박람회로 성장할 수 있는데, 부산 박람회의 경우 해가 갈수록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참관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1~3일 열린 중국국제어업박람회장의 한국관 전경. 1주일 텀을 두고 열린 두 박람회가 규모나 질적 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여 이에 대한 개선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기업간거래 VS 소매·홍보
중국국제어업박람회가 비즈니스를 위한 공간이라면 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는 소매와 홍보·마케팅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국제어업박람회는 참관업체와 초청바이어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입장료를 지불해야 입장이 가능하며, 박람회 장소 역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칭다오국제박람회장에서 개최된다.

또한 주최측에서는 박람회 참관업체가 관람객을 대상으로 소매영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데다 B2B를 위한 샘플만을 제공할 뿐 소매판매를 하지 않는다.

반면 부산수산무역엑스포는 일반관람객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B2B는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9일 찾은 부산수산무역엑스포에서 참관업체들은 어묵, 젓갈류 등에 대한 B2C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이날 박람회에서 만난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 1~3일 열린 중국국제어업박람회에 참관 직후 바로 부산박람회를 참관했는데, 두 개의 박람회가 온도차가 매우 크다”며 “박람회는 기업간 거래가 기본이 돼야하는데, 부산박람회에서는 B2B는 사실상 포기한 상태이고,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홍보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장터가 된 박람회
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는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하고 있는 데, 해가 갈수록 바이어들의 참관이 눈에 띄게 줄며 특산물 장터처럼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참관한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규모가 있어 박람회장에서 소매목적으로 참관하는 것은 무조건 손해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바이어라도 와서 B2B가 이뤄져야하는데 최근에는 국내 바이어조차도 관람을 하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박람회장에서는 샘플을 건네고 구체적인 판매나 구매조건 등에 대해 논의해야하는데 이런 과정은 찾아보기도 힘들고 그냥 어묵 하나에 1000원, 젓갈 1kg에 1~2만원, 이런 식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행사 중에 주최 측에서 초청한 바이어와 상담을 했는데, 전복이 뭔지도 모르는 바이어에게 전복수출 상담으로 연결시켜주는 게 현재 부산박람회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는 서울과 부산, 두 군데에서 국제수산박람회가 열리는데 두군데로 분산해서 개최할 것이 아니라 두 박람회를 한데 묶어 선택과 집중을 하고, 비즈니스 중심으로 운영되는 박람회로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며 “박람회의 통합이 어렵다면 두 박람회에서 적어도 하루 정도는 비즈니스 데이로 지정, 생산자와 바이어가 만나는 자리로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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