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재포장 실체적 진실규명 '핵심'
농약 안전성 문제·형평성 논란까지

최근 A사의 농약 불법 재포장·판매와 이에 대한 농촌진흥청의 처분이 논란이 되고 있다. A사는 지난해 9월 허위등록 등으로 직권등록 취소된 제품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등록취소 처분이 정지된 가운데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

이후 A사는 농진청의 현장조사를 통해 재포장 사실이 적발됐으나 시설 보완명령과 경고 조치만을 받는데 그쳤다. A사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등록취소 처분이 정지된 상태라고는 하지만 이미 허위등록 사실이 적발됐으며 재포장 과정에서 등록내용과 다르게 유통·취급됐을 가능성도 있어 엄격한 의미로 ‘불법농약’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해외와 다른 사용과정으로 안전성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농진청의 처분이 지나치게 경미한 솜방망이였다는 지적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논란의 쟁점을 짚어봤다.

 

# 물질이 바뀌어도 안전한가?

이번 논란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제품의 구성이다. 해당 제품은 이미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등록, 판매되고 있으며 친환경제품으로 불리는 등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해외에서의 등록과 판매는 노란정제와 흰색정제, 구연산 등이 포함된 키트 형태인 반면 국내 등록은 노란정제만이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키트 형태의 완제품 판매는 국내에서 허위등록이 되며, A사는 현재 국내에서 등록된 노란정제만으로 구성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활성제 키트가 빠진 대신 끓는 물에 넣어 사용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노란정제에는 탄산수소나트륨으로 알려진 소듐바이카보네이트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이는 고온에서 열과 반응하는 성질을 지닌다. 이에 따라 상온이 아닌 끓는 물에 넣을 경우 소듐바이카보네이트는 이산화탄소와 물이 발생하고, 탄산나트륨 무수물로 변하는 등 전혀 다른 물질로 바뀌게 되며 어독성을 지닐 우려도 있다.

처리방법에 따라 제품이 등록 당시의 시험상황과 달라지는 만큼 등록 자체부터 다시 따져봐야 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농약은 독성과 관련된 우려가 있을 경우 철저한 안전성 입증이 필요하다.

 

# 재포장 전·후, 내용물 변화는?

다음으로 포장부분이다. 미국에서 농약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미국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연방 살충제, 살균제, 쥐약법(Federal Insecticide, Fungicide, and Rodenticide Act·FIFRA)’에 의거해 미국의 수출 농약은 반드시 미국에 등록된 제품형태여야 한다. 또한 미국에서 승인받은 대로의 영어라벨과 수입국 언어로 작성된 라벨을 부착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수입된 농약의 경우 미국에서 등록된 제품형태로 영어와 한국어 라벨이 부착돼 있어야 하기 때문에 A사 제품은 영어와 한국어 라벨이 부착된 키트 형태의 완제품이어야 한다.

이는 A사가 주장하는 국내에 등록된 노란정제만을 수입했다는 주장과 크게 배치되는 부분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안전하고 철저한 농약관리를 위해 재포장을 엄격하게 제한·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만일 키트 형태의 완제품으로 수입해 국내에서 노란정제만을 따로 포장하는 작업이 이뤄졌다면 농약관리법 위반이 된다. 실제 농약관리법 시행규칙 행정처분 기준에 따르면 ‘다시 포장하거나 나눠 포장한 농약’의 경우 제조업자·수입업자는 해당 품목 제조·수입 및 판매정지 1년, 판매업자는 등록취소로 명기하고 있다. 다만 수입업자가 벌크로 수입할 경우에 한해 일정 자격조건을 갖춘 후 신고절차를 거쳐 분포장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키트 형태의 완제품으로 수입을 한 것인지, 노란정제만을 수입한 것인지를 따지는 것은 A업체의 재포장 여부는 물론 재포장 과정에서 내용물이 더하거나 빠졌는지를 확인하는 기본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진청은 수입 과정에서의 내용물 변화를 확인하지 않고, ‘영어라벨만 부착한 채 노란정제만을 수입, 국내에서 한국어 라벨을 부착하는 작업만을 했다’는 A사의 주장을 수용했다. 재포장 전 제품상태, 수입과 관련한 객관적인 서류 등 기본적인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 형평에 맞는 처분인가?

마지막으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A사에 대한 현재까지의 처벌은 허위등록된 제품에 대한 등록취소, 재포장에 대한 시설보완명령, 라벨과 관련한 경고이다. 등록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논란이 없지만 유통·관리와 관련한 부분, 특히 재포장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농진청은 재포장과 관련한 부분에서 ‘제조업자, 원제업자, 수입업자, 판매업자 또는 수출입식물방제업자에게 농약 등 또는 원제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게 하거나 기준에 맞지 아니하게 된 인력, 시설, 장비 등에 대해 보완을 명령할 수 있다’는 농약관리법 제25조를 인용해 시설보완을 명령했다. 수작업으로 재포장했지만 시설에 대한 기준을 충족치 못했기 때문에 보완명령을 하고, 이를 어길시 재포장과 관련해 처분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재포장과 관련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던 ‘기존 방침과 다르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농약은 독성 등 위험과 직결되는 만큼 취급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규제해왔던 것과 달리 포장시설을 갖추지 않음은 물론이거니와 분포장 신고조차 하지 않은 업체의 위법행위를 사실상 ‘봐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분포장조차 시설을 갖추고, 신고를 해야 했던 업체들로서는 납득키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는 ‘무허가로 수작업 포장을 하는 경우에는 처벌이 아닌 시설보완 명령이 내려진다’는 선례로 남아 추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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