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괴물법…'가축분뇨법' 정상화 필요
축산농가 '고충'…적법화 유예 머리 맞대야

▲ 그린벨트에 묶여 오갈데가 없어진 한우농가들이 대책마련을 성토하고 있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기한 만료 기간이 두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아직까지도 정부에선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축산농가들이 정부를 향한 울분을 토해냈다.

설 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 주최하고, 축산관련단체협의회와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가 공동 주관한 ‘위기의 식량산업, 미(未)허가 축사 구제방안은?’ 국회 토론회가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기한 연장·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마련된 이날 토론회를 지상중계한다.

# 괴물이 된 ‘가축분뇨법’…정상화 필요해

가축분뇨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가축분뇨법)은 축산폐수를 가축분뇨의 개념으로 보는 당초의 목적에서 벗어나 있어 이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축산업 생산기반 유지를 위한 합리적인 미허가 축사 관리방안’에 대해 발표한 정승헌 건국대 교수는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1년 동안 협의를 거쳐 2006년 퇴비·액비 이용 촉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가축분뇨법을 제정했다”며 “그러나 현재 가축분뇨법은 3차의 법률 개정 과정 속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축산폐수를 가축분뇨로 재정립하자는 목적에서 이탈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교수는 무허가축사 적법화에 대해 가축분뇨법 제정 목적에 부합되지 않은 타법 적용, 개정된 가축분뇨법에서의 소급적용, 지자체별 행정기준 불일치, 정부의 선대책 후규제 약속 미이행, 소관부처 혼재로 컨트롤타워 역할 미흡 등을 문제로 꼽으며, 가축분뇨 정책의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적법화 유예기간 3년 연장과 함께 △컨트롤타워를 농식품부 주도하에 국무총리실로 일원화 △입지제한 지정 이전 축산농가에 대한 배려 △소규모 무허가시설 적용 확대 △가축사육거리 제한도 무허가축사 규제와 동일하게 단계별 적용 △낙농착유실 세척수의 처리시설 기한 유예 후 보완 △무허가·미신고 위탁사육 금지 단계별 적법화 △건축법에서 적법화를 위한 설계비 부담 경감 등이 포함된 가칭 ‘지속가능한 친환경축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 검토를 제시했다.

정 교수는 “시행된 지 10년이 지난 가축분뇨법은 규제 일변도로 변하면서 현재 누구도 지킬 수 없는 괴물법이 됐다”면서 “가축분뇨법의 정상화를 위해서 정부의 현실적이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법의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생존권 보장인데 가축분뇨법은 축산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는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며, 이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 역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토론회 모습

# 축산농가의 현실적인 ‘고충’ 이해해야

무허가축사 적법화와 관련해 정부에서는 적법화 진행에 있어 축산농가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는 축산인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축산업의 입지와 관련해서 여러가지 법령이 얽혀있어 평생 축산업에 매진한 농민들은 적법화를 위해 갖춰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아 오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며 “따라서 무허가축사 적법화 유예기간을 연장해 인·허가 행정절차 간소화, 입지제한 지역 대책 마련 등이 포함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문영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장도 “지자체에 나가보면 무허가축사 적법화 관련 접수 문서가 책상에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공무원들도 도저히 적법화 만료기간까지 처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축산농가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이 적법화 관련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선 무허가축사 기한 연장과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지자체 대표로 나온 견홍수 경기도 축산정책과장은 “경기도의 경우 지역의 특수성으로 수도권 관련 규제 법규, 팔당 상수원 수질보존 특별대책 지역 지정, 군사시설 보호 구역 등으로 중첩규제를 받고 있어 타시·도에 비해 적법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환경관리 차원의 무허가축사 개선 필요성은 동감하고 있으나 현장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 관련법 개정을 적극 추진해 축산업의 존폐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남 나주의 한우농가는 “그린벨트에 축사가 묶여 있는데 그린벨트와 같이 입지제한 지역에 있는 축사는 아예 적법화 절차를 밟을 수 없어 속만 타고 있다”며 “이대로 그린벨트 지역에 대한 대책도 없이 적법화 기한이 만료되면 축산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경기 포천시의 한 낙농가도 “무허가축사 관련 세부지침 마련의 지연, 가축질병 등으로 인해 무허가축사 적법화에 손을 댈 수 있는 시간이 사실상 너무 짧았다”며 “정부에서는 축산농가가 의지가 없어 적법화를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 현장 어려움 알리는 계기 마련

이같은 축산농가들의 간절한 외침에도 ‘3년 연장’에 대한 확답을 받을 수 없었다. 다만 토론회 초반 “무허가축사 적법화 유예는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상황에서 행정처분 유예가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주장을 견지하던 환경부가 토론 막바지에 “적법화 유예와 관련해서 내부적으로 다시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을 내놔 환경부가 추후 적법화 기한 연장 쪽으로 방향키를 돌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농식품부와 환경부,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무허가축사 적법화에 대한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무허가축사 적법화 작업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송형근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은 “축사악취 민원의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주거밀집지역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축사에 대해서는 엄격한 관리가 필요 것은 분명하다”며 “1월 중으로 농식품부와 협의해 유예기간 내에 인허가 서류를 제출하는 등 적법화를 위해 노력하는 농가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지자체 점검회의 등을 통해 현장 의견수렴 및 적법화 장애요인 해결을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남영우 국토부 건축정책과장도 “관계 부처 및 지자체 요청에 따른 유권해석 등을 통해 적법화를 지속지원하는 한편 무허가축사 적법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국토부 소관 사항에 대해 지자체 협조사항 공문 발송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박병홍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정부가 현장을 잘 모르고 있다는 지적을 잘 새겨 남은 기간동안 현장의 고충을 들여다 보겠다”며 “이와 함께 지자체의 무허가축사 TF(태스크포스)팀도 강화해 현장에서 적법화가 어려운 사례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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