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기업이 함께 웃는 '착한기금'
농어촌주민 복지 증진·농어촌 지역 개발…출연 기업은 법인세액 감면·세제혜택 받을 수 있어

[농수축산신문=최상희 기자] 

- 연 1000억원 조성 목표
- 올해 예상 기부금 400 여억
- 매년 기부금 증가 예상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사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말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 시 무역이득공유제 대안으로 도입됐다. 농업계는 당초 FTA로 수혜를 입는 산업에서 이익의 일부를 부담해 농어업 등 피해산업을 지원하자는 취지의 무역이득공유제를 주장했으나 법리적·정책적·기술적 측면에서 도입이 어렵다는 이유로 불발됐었다.

이를 대신해 도입된 것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다. 이 기금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부금으로 이를 재원으로 농어업·농어촌과 기업 간 다양한 상생협력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의 민간기금을 모금하고 목표액 미달 시에는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2015년 11월 여·야·정 합의를 통해 도입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합의 이후 2년 동안 상생기금 설치, 관리·운용주체, 용도 및 기부금 세제 혜택 부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3개 법률 개정 과정을 거쳤다. 3개 법률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들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조세특례제한법’ 등으로 2016년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 지난해부터 시행할 수 있게 됐다.

2년 여에 걸친 법 개정 과정을 거쳐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도입됐지만 농축수산업계 바람처럼 기부금 모집이 순조롭게 이뤄지진 않았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부금이라 강제성이 없는데다 기업들은 FTA로 인한 이익을 구체화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여기에 ‘미르·K스포츠 재단’사태가 터지면서 기업들의 기부 활동이 좀처럼 활기를 띠기 어려웠던 것이다.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고, 아직 농업계가 기대한 만큼의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해부터 공기업을 시작으로 기업들의 기부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재원으로 상생협력 사업이 시작됐다.

본지는 본격화되고 있는 상생협력 사업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주요 사례를 중심으로 짚어보고 발전방안을 모색해 보는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상생기금, 얼마나 모였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조직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내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운영본부’에서 추진한다.

운영본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출연되기 시작한 농어촌상생기금은 6월 현재 누적으로 332억5223만원이 모였다. 가장 많은 기부를 한 곳은 한국전력공사 및 발전사 등 공기업으로 326억9263만원을 출연했다. 현대자동차와 한솔테크닉스 등 민간기업의 기부금은 5억2090만원에 그치고 있다. 개인 및 단체는 일부 국회의원과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자부 장관, 농어업인단체 등이 3870만원을 기부했다.

2017년 기준으로는 공기업 306억2500만원, 민간기업 3억90만원, 개인 및 단체 3860만원으로 총 309억6450만원이 모집됐다.

1년에 1000억원씩 조성하겠다는 목표치에는 아직 다다르지 못했지만 사업이 시작된 만큼 매년 기부금이 증가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올해 예상 기부금을 400여억원으로 예상, 누적 기금 750여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운영본부측은 4년차에는 당초 계획대로 연 1000억원의 기부금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후 기부금 액수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정훈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부장은 “기금 성격상 초창기 모금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일정 기간이 소요된 이후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면 금액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어디에 쓰였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농어업인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장학사업, 의료서비스 확충과 문화생활 증진 등 농어촌주민의 복지 증진에 관한 사업에 사용될 수 있다. 또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거나 경관 개선 등 농어촌 지역 개발과 활성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농수산물 생산과 유통·판매 등의 분야에서 민간기업 등과 농어촌·농어업인 간 서로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공동 협력사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아울러 농협과 수협에서 발행하는 상품권 사업도 지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출연된 기금은 6월 현재 농수산물 생산과 유통, 판매 공동 협력사업, 농어촌 지역개발 및 활성화 사업 등 총 30개 사업에 150억1495만원이 지원됐다.

사업별로는 정주 여건 개선, 마을 공동체 활성화 등에 83억8000만원, 농어촌주민 복지 증진에 26억4000만원, 농수산물 생산·유통·판매 등 공동협력사업에 32억8000만원, 농어업인 자녀 대상 교육·장학사업에 7억1000만원이 지급됐다.

 

#사업은 어떻게 추진되나

사업은 크게 본부기획사업, 자율추진사업, 공모사업 등 3가지 유형으로 추진된다.

본부기획사업은 출연기업이 용도와 사업을 지정하지 않고 출연한 기금을 바탕으로 운영본부가 농어촌과 농어업인 지원을 위해 기획, 운영하는 사업이다.

자율추진사업은 출연기업이 용도나 사업을 지정해 출연한 지정기금을 바탕으로 진행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공모사업은 농어업인단체나 사회복지기관, 비정부기구 등이 농어촌·농어민을 지원하는 사업을 제안하고, 출연기업이 이를 선택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본부기획사업과 공모사업은 현재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홈페이지 등을 통해 상시 접수를 받고 있으며 응모한 사업에 대한 심의절차를 거쳐 대상 사업을 선정하고 있다.

 

#기금 출연시 혜택은 어떤게 있나

출연 기업은 출연금의 10%를 법인세액에서 감면받으며 지정기부금 혜택, 기업소득환류세제 적용 등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정부 평가와 관련해 공공기관 동반성장평가에서 상생기금 출연 실적에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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