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농약(작물보호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물론 독성이 강해 취급에 주의를 요하는 경우도 있지만 농약은 등록과정에서 수차례 시험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성이 확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위원회에서는 실제 ‘위험성’이 아닌 ‘위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규제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장래에 닥칠지 모를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농약의 역할과 기여도를 따져본다면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농약은 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병해충과 잡초를 방제해준다. 이를 통해 농업의 생산성을 높여주고, 농산물의 품질을 향상시키며 신선도와 저장기간을 늘려준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농약처리를 한 경우 아무처리를 하지 않을 때에 비해 생산량이 곡물류에서는 1.7배 증가했으며 채소류에서는 2.3배, 과수류에서는 9배나 늘어나는 것이 확인됐다. 또한 1ha에 소요되는 잡초제거 시간도 손으로 제초작업을 하던 것이 제초제를 사용하게 되면서 1965년 17.4시간, 1985년 4.3시간, 2007년 0.3시간으로 무려 35배나 단축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기여도만 놓고 본다면 농약은 우리 농업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이 분명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여전히 세계에는 기아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으며 세계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식량문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농약의 기여도가 크고, 중요하다고 농약의 위험성마저 감내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위험성과 위험가능성을 구분하고, 예상되는 위험성의 정도와 빈도 등을 역할 및 기여도 등 경제성, 그리고 대체 가능성과 함께 따져봐야 할 것이다. 주지한 바와 같이 농약은 농업의 효율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이에 많은 농업인들이 농약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농업인이 애용하는 제품들에 대해서는 규제에 앞서 대체가능성, 대체약제의 유무 등을 함께 따져 농업인이 농작업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농약의 안전사용을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농약과 관련한 문제는 안전한 사용만으로 충분히 대비가 가능하다. 안전사용기준을 준수한 약량과 방제는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의 기본이기도 하다.

농약이라서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사용이나 오남용, 과도한 규제 등 무엇이든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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