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지난 11월 해외 양돈산업시장조사단과 함께 '하몬'을 보기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버스로 출발했다. 까스띨랴레온 지방 살라망까로 가는 200km가 넘는 길은 칠레 수도 산티아고를 벗어나 아그로수퍼 도축공장을 가던 그 느낌과, 미국 아이오와주의 광활한 옥수수 생산지대 모습과 유사하게 겹쳐진다.
 

2시간 넘게 살라망까로 가는 길 좌우로 끝없이 펼쳐지던 11월의 도토리나무들, 그리고 흑돼지 이베리코들, 뒷다리로 만든 발효생햄 ‘하몬’. 살라망까에서 마드리드로 돌아오면서 하나 둘 드는 생각들.
 

이미 국내 축산업은 FTA(자유무역협정)의 영향으로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등 대부분의 축산물이 여러 나라에서 다양하게 수입되고 있다. 여기서 무엇에 주목해야할까. 바로 갈수록 하락하는 자급률이다. 축산물에 대한 국내 수요가 늘면서 국내 생산량 역시 이에 따라 증가하고는 있지만 그에 비해 수입 축산물이 더 넘쳐나면서 돼지 자급률은 67%대, 심지어 한육우는 40%대가 위협받고 있다. 
 

과거에 비해 소비자의 인식도 점차 바뀌면서 수입 축산물에 대한 품질, 가격에 대한 거부감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가격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소위 ‘가성비’를 넘어 자신의 소비를 합리화하며 심리적 만족감을 중시하는 소비 형태를 의미하는 ‘가심비, 나심비’ 등이 올해 신조어로 언급될 정도로 변화의 움직임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변화의 물꼬를 어디로 유도하느냐에 따라 판도는 바뀔 수 있다. 2019년에는 축산과 도축·가공, 유통·판매를 아우르는 축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관계자들이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특히 마케팅 측면에서 볼 때 더 이상 애국심에만 호소하는 방법은 통하지 않는 시대에 직면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각 축종별 자조금은 이를 주목해 봐야 한다. 최근 들어 건강, 환경 등의 이슈가 부각되면서 축산은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 가축분뇨, 가축질병, 생산성 제고, 축산물 품질 향상, 유통단계 축소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스페인 이베리코 하몬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국내 축산과 축산업이 보다 지속가능하게 발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축산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 가축분뇨, 악취, 질병 컨트롤, 동물복지 등에 있어 이상과 현실이 조화된 합리적인 정책, 그리고 도달 가능한 단기, 중·장기 목표 등을 제시하고 실행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국내 축산의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최근 소비 트렌드에 부합 내지는 앞선 제품 개발, 유통·판매 등을 통해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와 충성도를 높이려는 시도와 노력이 앞으로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는 마케팅과 홍보 전략 등을 접목해 우리나라 축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태도, 만족도를 보다 높여 나가면 좋겠다. 소비자 타깃별로 보다 세분화된 접근은 물론 지역적인 스토리를 체계적으로 입히는 것도 시도하면 어떨까. 얼마 남지 않은 새해, 2019년에는 국내산 축산물을 찾고 싶도록, 먹고 싶도록, 누리고 싶도록 하는 다양한 시도로 더 맛있게 먹고, 더 즐겁게 체험하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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