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매인·선망업계간 '힘겨루기'…중재못하는 어시장
시장 적자로 상여금 삭감·연가보상금 폐지 등 조치로 노사갈등 심각
현대화사업 제자리 걸음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국내 최대의 산지 수산물 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이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했다.

시장의 적자로 직원들의 상여금 삭감, 연가보상금 폐지 등의 조치가 이어지면서 노사갈등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어시장 현대화사업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또한 대형선망업계가 휴어기간을 3개월로 연장키로 하면서 공동어시장 중도매인과 선망간의 힘겨루기도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난제를 해결해야할 대표이사는 이주학 전 대표이사의 구속 이후 계속 공석인 실정이다.
 
# 노조, 설립 이후 첫 교섭결렬 선언
부산공동어시장의 노사관계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은 대형선망업계의 어획부진이 이어지며 시장의 경영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이 때문에 어시장에서는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해오던 특별상여금을 삭감하고, 연가보상금은 연가를 모두 소진토록 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또한 노사 교섭과정에서 고정연장수당 폐지 등을 추진했다.

어시장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부산공동어시장 노동조합은 지난 11일 사측과의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는 등 쟁의절차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사측이 교섭 중 사전협의 없이 고정연장수당을 폐지하고 최저임금 보장을 위해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상 근거가 없는 최저임금과의 차액만을 지급토록 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강행하고 있다”며 “사측이 더 이상 협상을 이끌어 나갈 여지가 없다고 판단돼 올해 단체교섭이 결렬됐음을 통보한다”고 밝혔다.

노사갈등에 있어 또다른 쟁점은 임금 체불이다. 노조 측은 어시장이 지난 3년간 조합원 30여명에 대해 법정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았고, 야간수당을 직급구분없이 시간당 3000원으로 책정하는 등의 형태로 임금 2억원을 체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제자리걸음 중인 ‘현대화사업’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이 2015년 확정됐지만 현대화사업의 추진은 제자리걸음중이다.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은 부산지역 수산업계의 숙원사업 중 하나로 2014년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 2015년에 사업이 확정됐다. 2016년에는 현대화사업 예산으로 1729억원의 예산이 확정됐고 이듬해 8월에는 부산공동어시장 기본 및 실시설계 공모 당선작을 확정, 올해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주학 전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가 인사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으며 이같은 계획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부산공동어시장의 추가시설 확보를 비롯한 사업규모를 최종으로 확정해야하는 시기에 이 전 대표이사가 해경 수사를 받게 됐고, 이후 이 전 대표이사는 현대화사업 등에 있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식물상태로 전락했다.

지난해 11월에 이 전 대표이사는 구속됐고, 이후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은 시행여부조차 가닥을 잡지못한채 갈팡질팡하고 있는 실정이다.

# 대형선망업계·중도매인 갈등에도 중재 못하는 어시장
부산공동어시장이 시장운영상의 문제에 제대로 된 중재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대형선망업계는 수산자원관리를 위한 정부정책에 부응하는 동시에 선사들의 경영안정을 위해 휴어기를 늘려왔다. 지난해에는 기존 1개월이던 휴어기를 2개월로 연장했으며 올해에는 3개월까지 연장한다.

선망업계가 휴어기를 연장하자 공동어시장 소속 중도매인들과 항운노조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중도매인과 항운노조원들은 선망업계가 시장 종사자들과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휴어기를 연장했다며 주말에 경매를 하지 않는 동시에 중도매인들도 필요시 3개월 휴업을 하겠다며 강수를 뒀다.

이같은 대치에도 부산공동어시장은 중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중도매인과 항운노조는 대형선망수협이 아닌 부산공동어시장 측에 소속돼 있지만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선망업계와 중도매인·항운노조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공동어시장의 최대 고객인 대형선망업계가 어시장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한창은 대형선망수협 지도상무는 “부산공동어시장이 시장종사자와 시장 고객간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시장의 최대 고객인 선망업계가 어시장을 떠나도록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위기 해소 위한 관리형 리더십 ‘절실’
부산공동어시장이 처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관리형 리더십을 갖춘 신임 대표이사를 조속히 선출, 현재 어시장의 현안에 적극 대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대표이사의 리더십 부재가 노사갈등과 지지부진한 현대화사업, 시장종사자와 고객간의 갈등 등 다양한 위기상황 등의 주요 배경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부산공동어시장의 신임 대표이사가 직을 걸고 이같은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만 집중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산공동어시장 주주조합의 한 관계자는 “부산공동어시장은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유로 원칙을 무너뜨리고 운영 시스템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했다”며 “이 가운데 이 전 대표이사의 구속으로 대표이사가 공석이 되자 부산공동어시장 자체가 총체적인 난국에 처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어시장이 처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산물 유통에 대한 전문성이 아닌 관리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혁찬 경남정치망수협 상임이사는 “부산공동어시장이 위기상황인만큼 대표이사가 자리에 연연하는 태도로 눈치만 볼 경우 어시장의 현안을 해소할 수 없다”며 “신임 대표이사는 경영관리의 전문성을 갖춘 동시에 어시장 현대화 사업 등을 뚝심있게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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