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취약계층 재활에 최상의 장소
농업인에 노동력지원·중독인에 재활
소비자에게는 질 좋은 식품 제공
돼지 돌보기·채소 재배까지
성취감 줄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다 보면 성공적 재활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네덜란드의 케어팜은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사회적 취약계층들이 이용한다. 이용자의 70~80%는 발달장애 등을 갖고 있는 장애인, 자폐 등 정신적문제와 치매 등의 질환을 겪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는 약물 혹은 알콜중독자, 장기실업자, 전과자, 성폭력피해자 등이 케어팜을 이용한다.

린덴호프오픈가든은 그중 약물중독 및 정신적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일하는 케어팜이다.

우리나라에서 약물은 대개 범죄의 이미지와 결부돼 적극적으로 논의되기 어렵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이를 보다 활발하게 재활의 관점에서 접근하기도 한다.

사회복지와 재활을 전공하고 린덴호프오픈가든을 운영하는 요나단 씨는 케어팜이 이들의 재활에 최상의 장소라고 말한다.

요나단 씨에 따르면 재활의 핵심은 실제 유용한 일에 참여함으로써 일에 대해 성취감을 느끼며 자기애를 찾는 것이고, 매니저의 역할은 단지 주인 의식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농장에서는 건초를 나르는 비교적 쉬운 일부터 동물 돌보기, 채소 재배에 이르기까지 성취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이 있고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다 보면 성공적인 재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과거 35년 동안 약물중독자이자 이를 판매하는 딜러로 살아왔던 사스키아 씨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린덴호프오픈가든에서 일해 왔다. 처음엔 농장의 근로자(린덴호프에서는 고객, 참여객 등의 호칭 대신 이들을 근로자로 호칭한다)로 린덴호프에 오게 됐지만 지금은 더 이상 정부의 지원을 받아 농장에 오는 환자가 아니다.

중독자의 특성에 대해 잘 아는 그는 이제 농장의 수퍼바이저다. “제가 요나단 씨에게 얘기한 것 중에 제일 잘한 일은 중독치료 클리닉에 있던 사람들을 여기로 데리고 온거에요. 거기서는 오로지 병실에 갇혀서 약 처방만 받고 인간적인 관심을 받지 못해요. 하지만 농장에 오면 시원한 바깥 바람을 쐬며 동물한테 조건없는 사랑을 받을 수 있고 또 따뜻함이 있죠. 그러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돼요. 우리한테 필요한건 단지 그 뿐입니다.”

이미 장기간 중독자로 살아온 사람들이 농장에 온다고 갑자기 성실한 근로자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농장의 근로자중 한명인 대니 씨는 평소에는 돼지를 매우 잘 돌보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지만 일주일에 한 두 번씩은 약물에 손을 대고, 그런 날은 농장에 오더라도 일을 거의 하지 못한다.

왜 그를 돌려 보내지 않느냐는 물음에 요나단 씨는 단호하다. “멀쩡할 때만 좋다고 하고 상태가 좋지 않다고 보내는 건 신뢰를 깨뜨리는 일이에요. 항상 당신을 믿는다는 태도로 관계를 쌓아 나가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린덴호프농장은 프리미엄급 고기 생산을 위해 소, 돼지 등을 키우는 농장이다. 2006년 농장주는 여기에 더해 채소를 직접 재배하고자 했는데, 기존의 효율성만을 따지는 생산방식이 아닌 전통적인 방식으로 좀 더 맛이 좋은 채소생산을 목표로 농장내에 오픈가든이라는 밭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했기에 케어팜제도를 활용해 거리의 사람들과 함께 일을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이들을 돌보느라 농사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2009년 오픈가든 운영을 맡게된 요나단 씨는 온갖 노력을 통해 지금과 같은 케어팜을 만들어 냈다.

지금은 바흐닝언대학에서 유기농업을 전공한 염폴 씨, 심리치료사 키스 씨, 그리고 수퍼바이저로 일하는 사스키아 씨와 하루 12~16명씩 농장을 찾는 근로자들과 함께 케어팜을 운영하며 고기로 판매할 소, 돼지, 닭을 돌보고 온실 및 노지에서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발달장애나 자폐 등이 있는 네덜란드의 대다수 케어고객들의 경우 주로 본인이나 가족의 의사로 농장을 이용하게 되는데 반해 상대적으로 중독자나 노숙인 같은 경우 먼저 그런 의지를 가지기 쉽지 않다.

따라서 구세군과 요양치료원 등 각종 관련 기관들을 다니며 본인의 철학을 얘기하고 근로자들이 올 수 있게 책임자들을 설득하는 것도 요나단 씨의 일 중 하나이다.

10년 전 처음 시작 할 때만 해도 요나단 씨를 믿고 협력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이제는 농장의 순기능을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오고 협력관계를 맺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한편 근로자들도 대개 처음부터 농장에 오고 싶어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들이 지내는 기관에서 반드시 일정 시간 외부에서 일을 해야 하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떠밀리듯 오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녹색의 환경과 동물이 있는 케어팜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고 그러면서 차츰 중독에서 벗어난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쉼터, 중독자 치료기관 등에서도 농장은 긍정적으로 고려해 봄직한 옵션일 것이다.

요나단 씨는 이 농장에 오지 않았으면 거리에서 살았을 사람들이 지금은 비싼 값에 팔리는 프리미엄 농산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냐고 반문하며 그의 재활에 대한 철학에 확신에 차있었다.

농업인에게는 노동력지원, 중독인에게는 재활, 그리고 소비자들은 덕분에 질 좋은 식품을 맛 볼 수 있으니 케어팜은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서로 윈-윈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 시켜 줄 수 있는 제도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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