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계로 비용 절감...기본틀 갖추고 규모 최소화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수입기계보다 유지·보수 용이
인터넷과 연결돼 원격조정 가능
인건비·시간 절약 효율성 높여

 

오는 25일부터 계란안전대책의 일환으로 가정용 계란에 한해 식용란선별포장업이 시행된다.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가정용으로 계란을 판매하려면 반드시 계란의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은 곳에서 세척·포장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다보니 계란을 생산·유통하는 이들에게 식용란선별포장업은 현재 가장 중요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에 지난 5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시 제1호 식용란선별포장업장인 당진농장을 방문해 설비 구축 과정과 비용 등을 자세히 살펴봤다.

▲ 입구에 설치된 '서울시 제1호 식용란선별포장업'을 강조하는 빨간 간판이 눈에 띈다.

선별포장업 유통인들이 주도 

금천구 벚꽃로를 따라 걷다보니 멀지 않은 곳에 ‘서울시 제1호 식용란 선별포장업’이라는 문구와 함께 당진농장임을 알리는 큰 간판이 보인다. 당진농장은 지난달 21일 서울시에서 가장 먼저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았다. 이처럼 허가 취득까지 발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선별포장업과 관련해선 계란 유통인들이 주도해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강종성 대표의 확고한 신념 때문이었다. 

강 대표는 식용란선별포장업에 대한 설익은 논의가 오갈 때부터 이런 선별포장업장의 구축을 꿈꿔왔지만 어려움을 겪다가 이번에야 드디어 실현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당진농장을 통해 작은 공간에서도 충분히 선별포장업을 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를 따라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2층 작업장으로 가니 작은 공간에 오밀조밀 기계들이 모여 있었다. 일직선의 긴 라인을 따라가며 세척·포장 등을 처리하는 여느 업체들과 달리 약 198.3㎡(60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모든 과정을 처리하려다보니 공정 라인이 생각보다 짧았다. 하지만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있을 건 다 있었다. 

 

선별포장업, 국산 기계로도 충분

당진농장은 선별포장업 제1호 허가 업체라는 의미 외에도 수입이 아닌 국내 업체의 기계들로만 구축해 설비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강 대표는 이를 위해 국내 업체 세 곳과 손잡고 긴 시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왔다.  

▲ 선별포장기를 거쳐 자동 포장된 계란을 들고 웃고 있는 당진농장 강종성 대표의 모습.

“선별기는 대창특수기계, 파각 검출, 혈란·선도 검사기는 한진시스템, 포장기는 에그몰팩을 통해 구축했습니다. 선별포장업의 기본틀은 다 갖추되 규모만 최소화한 것이죠. 세 업체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말 어려웠을 겁니다.”

당진농장은 설비 투자에 3억원을 들였다. 이는 기계 한 대만 몇 천만원에서 몇 억원씩 하는 수입 기계를 전부 국산으로 대체했기에 가능했다. 강 대표는 “국산 기계도 좋은데 왜 무조건 돈을 들여 수입하려는지 모르겠다”며 “국산 기계를 사용해도 계란 하나 파손되지 않고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계란이 30개들이 판 그대로 기계 위에 놓이면 브러시 세척 구간을 지나 자외선 살균기를 통해 살균된다. 이후 파각 검출기, 혈란·선도 검사기를 지나 크기별로 선별된 뒤 최종적으로 포장돼 나오는 과정을 거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은 3명 정도다. 강 대표는 “계란을 기계에 올리는 사람, 포장지를 씌우는 사람, 최종 포장된 계란을 정리해 주는 사람 셋이면 충분하다”며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인건비도 줄이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작은 규모이지만 식용란선별포장업이 가능한 완전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유지·보수 용이…생산성·효율성 극대화

이 외에도 당진농장에서 사용하는 파각 검출기와 혈란·선도 검사기를 구축한 한이진 한진시스템 대표는 무엇보다 유지·보수의 용이성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한 대표는 “수입 기계는 제품을 들여와도 유지 보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우리 제품은 기계가 인터넷과 연결돼 있어 원격조정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수입 기계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한진시스템의 경우 혈란·선도 검사기는 2005년 국립축산과학원과 함께 특허를 냈고, 파각 검출기는 2010년 국립농업과학원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바 있다.

당진농장의 포장기계를 설치한 신은식 에그몰팩 대표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인건비 상승을 예상하고 포장기계의 필요성이 커지는 때가 올 것으로 판단, 지속적으로 기계의 검증과 보완을 이어왔다.

신 대표는 “번거로운 끈 포장 단계를 기계화하면서 인건비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 적재도 가능하다”며 “당진농장처럼 그냥 포장만 하는 경우 시간당 1500판, 2~5단으로 적재할 경우 시간당 1200판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효율성을 극대화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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