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마늘·양파 수확기 일손 없는 농촌 현장을 가다

매번 바뀌는 일손 '속앓이'…농심은 바짝바짝
품앗이 없어진지 오래
인력사무소서 인력 공급
하은숙 기자l승인2019.06.1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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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신문=하은숙 기자] 

장마가 닥쳐온다. 밭에 수확 할 마늘·양파는 그대로 쌓여 있다. 인력은 구하기도 힘들고 부려먹기도 애가 탄다. 30도 열풍에 농심이 바싹바싹 타 들어간다.

농촌 일손 부족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지만, 마늘·양파·생강의 주산지인 충남의 서산, 태안 농촌지역은 ‘품’이 달려 농업인들이 애로를 겪고 있다. 농촌에 ‘품앗이’가 없어진지는 오래됐다. 동네에서 품을 구하는 것도 옛날 얘기다. 지금은 오로지 시내 인력소개소(직업소개소)에 전화해서 인력을 공급 받아야 한다.

거기서 오는 품은 그날그날 상황이 다르다. 배정해 주는대로 받아 쓸 뿐이다. 일당 8만원에 간식을 2회 주고 점심은 따로 준다. 남자는 12만원, 여자는 8만원이지만 요새 서태안지역에서 많이 하는 마늘·양파 수확은 남녀 구분 없이 8만원이 일당이다.

태안군내 양파 580농가, 마늘 4116농가에서 이런 애로 속에 양파 77ha, 마늘 980ha의 수확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태안군 남면 남산2구 양파 밭과 마늘 밭에서 일하는 태국, 베트남 인부들을 만났다. 남녀 5명이 그룹을 이뤄 양파를 수확하는 팀은 제법 부지런히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밭 마늘뽑기를 하는 태국인 남자 8명은 기자가 봐도 건둥거리며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규모가 작은 이 마늘밭은 트랙터를 대지 않고 인부들이 직접 창(뽀족한 연모)을 밀어 넣어 마늘을 땅으로부터 일으켜 세운 후 손으로 뽑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말이 마늘 수확이지 이런 일의 작업단계는 여러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일들을 전부 외국인 노동자에게 맡기고 모든 인건비를 현금 지급하려니 농업인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한숨만 나온다.

현장의 한 농업인은 “중국인 교포 인력은 말은 알아 듣지만 닳고 닳아서 요령을 많이 피고 태국· 베트남인들은 말이 안통하니 생각하는 만큼 작업 진도가 안 나갈 때는 그 야말로 울화통 터진다”고 하소연했다.

이들로부터 한 300m떨어진 건너편 밭에서 마늘 작업하던 유용만(남면 남산2구)씨는 20년 경력의 마늘 농사꾼이다. 이날 부부가 외국인 노동자 5명을 사서 스페인산 마늘을 잘라 차에 싣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익산, 김제 등 전북지역만 가도 인근도시의 가정주부들이 농번기에는 농촌지역 밭 거지에 참여해 편리하다던데 이쪽 충남은 유별나게 일하려는 주부들이 없어유. 95% 이상 전부 다 외국인 노동자 써야하고 인력 형편도 그때그때 달라서 종잡기 힘들어유.”

이들 부부는 지난달 중순 일감이 확 몰렸을 때는 대부분 중국인 노동자들이 공급됐었는데 여전히 품 구하기가 힘들었단다. 붉은 옥토가 널려진 축복의 땅 서산·태안지역에는 농토와 농작물이 사철 넘쳐나고 따라서 일감은 많은데 정작 일꾼이 없다.

“기자는 뭐든지 다 알아낸다면서요. 인력사무소의 횡포를 좀 알아봐주쇼. 엊그제 불러온 12만원짜리 일꾼들이 일을 잘 안해요. 우연히 알았는데 인력사무소가 실제 인부한테는 9만원씩만 나눠 줬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현장에 와서 일을 빈둥대며 태만하는거죠. 우리는 어떻게 되는겁니까.”

소원면에서 만난 A 씨의 하소연이다. 사실 이런걸 확인키는 어렵다. 태안읍 장산리 밭에서 만난 농민 정 모씨는 “가령 내가 10명을 주문했는데 A인력에 7명 밖에 없다면 B인력에 연결해서 3명을 채워 보내고 수수료를 이쪽저쪽에서 다 챙기다 보니 그런일이 생기는 것 아닌가 한다”고 귀띔했다.

모두가 품 구하기가 어려운 가운데서 벌어지는 촌극일 테지만 농업인들은 이래저래 속이 타고 가슴에서는 불방망이가 솟구친다는 것이다. 태안군청 경제과에서는 10% 법정 수수료가 있다고 답변해 주었다.

과거에는 농번기에는 관공서 학생 군부대지원도 있었지만 세태의 변화 속에 지금은 학생이나 군인을 인력 동원키는 쉽지 않다. 궁여지책으로 농협과 농업기술센터 등 공적기관에서 인력소개 연결망을 설치했지만 이걸 아는사람도 없고 이용할 인력도 없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그래도 현장 농업인은 이렇게 말했다. “타산이 나오니까 하는 일이지요. 요새도 밭떼기 장사(산지수집상)이 와서 마늘 3.3㎡(1평)당 5000원씩 팔으라는데 안했어요. 웬만하년 1만원은 빼주 거든요. 그러니까 속이 타도 외국인 노동자라도 데리고 달래가면서 하는거지요.”


하은숙 기자  hes2028@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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