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안희경, 박현렬, 송형근, 이문예 기자] 

▲ 추석 성수기(추석 2주전)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과일경매장에는 이른 추석을 의식한 농업인들이 출하를 앞당겨 사과, 배로 꽉 찼다.

올 추석 선물세트 판매는 대형유통업체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우 추석 성수기(추석 전 2주)부터 추석 직전까지 반입된 사과, 배가 제대로 소비되지 않아 전망 또한 어둡다.

대형유통업체와 가락시장 유통인들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경우 올 추석선물세트 판매 실적이 지난해 보다 부진했으며 백화점도 지난해 매출에 미치지 못했다.

축산 부문은 전통적으로 인기 품목인 냉장 한우 선물세트에다 친환경 축산물 선물세트가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태풍 악재에다 이른 배송 마감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유통업체와 가락시장의 추석 판매를 살펴보고 향후 전망도 짚어봤다. <편집자 주>

 

[농식품 부문]
 

# 대형유통업체 기대 못 미치는 실적

대형유통업체는 올해 기상호조로 과일의 품위가 우수함에 따라 과일선물세트 판매가 전체 매출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실적 또한 지난해 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과일 보다 일반 생필품의 판매가 주를 이뤘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7월 25일부터 9월 13일까지 판매한 추석 선물세트의 실적이 지난해 대비 0.5% 신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실적은 전년 대비 1.5% 늘었지만 올해는 0%대 성장에 머무른 것이다. 롯데마트의 추석 선물세트 판매 실적은 지난해 보다 1.4% 감소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추석 대비 4.2% 신장하며 선전했지만 이 같은 결과는 사전예약판매 매출 비중이 절반에 육박해 일반 소비자 보다 기업고객의 판매가 많았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대형마트 보다 나은 성적을 보였으나 매출 실적은 지난해 보다 둔화됐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실적 보다 부진한 2.3%의 신장율을 보였다. 롯데백화점도 올 추석 선물세트 판매 실적이 4.5%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추석 선물세트 판매 실적은 전년대비 7% 늘었다.

현대백화점도 추석 선물세트 신장율이 4.2%를 기록해 지난해 두 자릿수 실적에 못 미쳤다.

이마트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족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어서 사과, 배 등 선물세트 판매가 지속됐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홀로 추석을 보내는 인구가 늘고 있다”며 “선물세트 구매 보다 소량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사과·배 재고 많고 전망도 어두워

우리나라 공영농수산물도매시장을 대표하는 가락시장에서 종사하는 유통인들은 추석 영업이 어땠냐는 물음에 ‘죽 썼다’고 입을 모았다.

가락시장에서 과일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중앙청과와 서울청과의 경우 추석 성수기부터 추석 직전까지 전체 반입량은 늘었지만 매출은 감소했다. 이는 사과, 배 출하량이 증가해 가격이 낮게 형성됐을 뿐만 아니라 소비 감소로 중도매인 점포에 재고가 쌓였기 때문이다.

중앙청과의 과일반입량은 지난해(9431톤) 보다 7.1% 증가한 1만105톤을 기록했지만 금액은 지난해(331억1200만원) 보다 12.3% 감소한 290억3600만원 수준이다.

사과, 배의 1kg당 단가는 지난해 보다 각각 15.3%, 13.5% 하락했다.

서울청과도 상황은 비슷하다. 과일 반입량은 지난해(9235톤) 보다 12.2% 증가한 1만357톤을 보였지만 금액은 지난해(313억원)보다 감소한 297억2400만원을 기록했다.

사과의 반입량이 지난해 대비 130% 늘었으나 금액은 지난해(48억4200만원)보다 적은 47억7200만원을 보였다.

김갑석 중앙청과 과일팀 부장은 “농업인들이 이른 추석을 고려해 출하량을 늘렸지만 소비는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추석에 소비하지 못한 사과, 배가 중도매인 점포에 많이 남아 있어 향후 전망이 어둡다”고 설명했다.

김형식 서울청과 영업팀 부장도 “올해 추석 판매는 역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며 “농업인들이 인건비, 농약대를 건지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석록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장은 “과거에는 사과, 배가 제수용품을 대표하는 과일이었지만 최근 1~2인 가구 증가로 차례를 지내지 않으면서 선물세트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며 “중도매인들도 판매에 매진하고 있지만 재고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축산 부문]
 

▲ 현대백화점은 약 한 달 간의 추석 선물세트 판매기간 동안 ‘현대명품 한우 세트’ 상품을 1000세트 이상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 냉장·친환경 선물세트 주목

올 추석 마트에서는 냉장 한우 선물세트와 친환경 축산물 선물세트 등 소비자들의 심리적 만족도를 높인 상품이 많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 추석에 대비해 사전예약기간부터 냉장 한우 물량을 늘리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이마트는 냉장 한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2% 가량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명절엔 냉동 한우의 판매량이 높은데 올해는 냉장 한우의 판매 신장률이 크게 늘어난 것이 특이점”이라며 “‘이른 추석’, ‘더운 추석’에 맞춰 갈비 등 오래 조리해야 하는 냉동 한우보다 냉장 한우의 판매에 집중한 덕”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에서는 올 추석 특히 친환경 한우 선물세트가 많이 판매됐다. 원물 선정, 보관, 가공, 포장, 출고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갖춘 ‘신선품질혁신센터’에서 생산한 선물세트가 큰 인기를 끌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최근 트렌드에 힘입어 신선품질혁신센터에서 생산한 위생적이고 안전한 한우 선물세트들이 많이 팔렸다”며 “이런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올해 처음으로 무항생제 친환경 한우 부산물로 세트를 구성해 선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체적인 한우 선물세트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절 한우 선물세트의 판매량이 계속해서 감소세에 있으며, 올 추석도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올 추석 한우 선물세트의 판매량은 예년에 비해 20~3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특히 냉동 한우 선물세트의 판매가 부진했으며, 이로 인해 업체들이 추석 이후 재고 물량 처리에 적잖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덕래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부장은 “정육 냉동세트는 주로 기존의 냉동 재고로 구성하는데, 올해는 냉동 선물세트의 제작량 자체가 많이 줄다보니 기존의 냉동 재고가 많이 소진되지 않았다”며 “목심, 사태, 앞다리 등 냉동재고가 여전히 많고 연내에 수요를 이끌 요인이 없어 유통업체들의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온라인, 태풍 등으로 배송 어려움

배송이 관건인 온라인 시장은 이번 추석이 예년보다 시기가 빠른데다 태풍까지 악재로 작용하면서 예상보다 판매액이 높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소셜마켓은 자사 택배사를 이용해 당일 배송 등을 내세우며 온라인 몰의 한계를 보완하려고 애썼다. 쿠팡은 ‘쿠런티’ 즉 쿠팡이 개런티하는 최저가 보상제를 내세우며 추석 축산물 선물세트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쿠런티 제품으로 내세운 푸드장 블랙앵거스 구이 선물세트 1.4kg(5만5000원) 상품이 가장 많이 판매됐다. 한우는 지역별, 부위별 한우 선물세트의 홍수 속에서도 11만9000원의 농협안심한우 선물세트가 가장 많이 팔렸다.

온라인쇼핑몰인 11번가는 일찌감치 우체국, 전남 한우생산자협동조합과 업무협약을 맺고 마케팅을 펼친 덕에 한우 판매가 지난해 보다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제일 많이 판매된 제품은 8만원대 한우 구이 세트다.

안우성 11번가 축산식품 매니저는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한우를 비롯한 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율이 성장하고 있었는데 태풍 등의 악재로 배송이 막히면서 추석 직전 판매고가 급감했다”며 “특히 대형 택배사에서는 축산물의 경우 배송이 지연되면 택배사에서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에 배송을 일찍 마감하면서 온라인몰의 축산물 판매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 백화점 판매실적은 나쁘지 않아

올해 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판매 실적은 대부분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판매기간 동안 20만원 이상 정육세트 판매가 호조세를 기록했다.

20만~30만원대 정육세트가 19.8%, 40만원대 이상 정육세트는 13.1%의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명품 한우 난세트(1++등급 등심·스테이크·불고기 각 0.9kg, 69만원)’의 경우 준비 물량 200세트가 완판을 기록했다. 1++등급으로만 구성된 ‘현대명품 한우 세트’는 총 1000세트 이상 판매됐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고가 선물세트의 판매실적이 좋았다. 지난달 2일부터 지난 11일까지의 판매기간 동안 10만원 이하 실속 선물세트는 9% 신장률을 보인 반면, 20만~30만원 미만 선물세트는 10%, 30만원대 이상 선물세트는 15%의 신장률을 보였다. 고가·프리미엄 선물세트 중 15개 한정으로 제작한 ‘명품한우 스페셜(200만원)’과 60개 한정인 ‘명품목장한우 세트(120만원)가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고가·프리미엄 선물세트 부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개정안의 선물 상한액이 10만원까지 확대된 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예년보다 이른 추석에다가 태풍 ‘링링’의 영향권 탓에 배송 지연 우려 이슈까지 겹쳤지만, 지난해보다 실적이 조금 나아져 고무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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