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44% 제도 자체 '몰라'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제도 홍보·교육 미흡 지적

부숙시설·장비 턱 없이 부족
극심한 현장 혼란 예상

 

퇴비 부숙도 검사를 위한 현장 준비가 여전히 미흡해 내년 3월 제도 시행에 대한 우려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연구용역을 받아 충남대학교가 전국 392개 농가를 대상으로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장에서 부숙도 검사 전반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시행 ‘몰라’...시료채취법도 ‘몰라’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내년 3월 25일 시행되는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한 한우 농가가 전체의 44%였다. 당장 제도 시행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우 농가 10호 중 4호 이상은 제도 자체에 대해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검사기관에서 부숙도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농가는 78%, 검사의 가장 기본인 시료 채취 방법을 알지 못하는 농가도 81%나 됐다. 계속해서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와 관련한 홍보와 교육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계재철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장은 “제도 관련 내용이 농가에 제대로 홍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태료 등의 처분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언제까지, 어떻게 농가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해나갈 것인지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가 시행되면 퇴비 관리대장에 가축 분뇨의 처리 일자별로 생산량, 처리량, 살포내역 등을 기재해야 한다.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가 시행되면 퇴비 관리대장 미작성 농가는 1차 50만원, 2차 70만원, 3차 100원의 과태료를 받게 된다.

그러나 전체 조사 농가 중 84%가 퇴비 관리대장을 기록하고 있지 않는 등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이 같은 퇴비 관리대장의 기록 관리에 관심을 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교수는 “농가 절반 이상이 관리대장 기록 의무를 몰랐다고 응답했으며, 15%의 농가는 관리대장을 기록하지 않는 이유로 ‘현장에 맞지 않아서’라고 응답했다”며 “간소화된 양식을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관리대장 기록 불이행의 이유로 퇴·액비 관리대장 양식을 한우에 그대로 적용하기가 난해(59%)하고, 양식이 복잡(18%)하며, 작성이 어렵다(24%)는 의견이 많았다.

 

퇴비장 협소하고 장비는 부족

한우 농가의 74%는 분뇨를 자가처리하고 있었다. 규모별로는 소규모 농가일수록 자가처리, 대규모 농가일수록 위탁처리의 비중이 높았다. 

분뇨를 자가처리하는 경우 주기적으로 교반(뒤집기)해주고 통풍에 신경 써야 한다. 하지만 자가처리 농가의 절반에 가까운 48%는 단순히 분뇨를 쌓아두기만 할 뿐 부숙을 시키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전체의 35%는 수동 뒤집기 형태의 방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퇴비화 기간 중 1회 또는 2회 교반하는 경우가 43%나 돼 올바른 퇴비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비사 확보 문제의 해결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현재 퇴비화를 거친 퇴비를 우사 내에 저장하고 있는 농가가 41%였다. 하지만 가축분뇨 자원화 표준설계도에 의한 퇴비사 용량은 60일 정도치에 불과해 추가적으로 퇴비사가 확보되지 않으면 제대로 퇴비를 부숙시킬 수 없는 농가가 다수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1500㎡ 미만의 소규모 농가에선 퇴비 교반 등을 위한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농가가 67%에 불과해 소규모 농가에 대한 퇴비화 장비 지원사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 엽 전국한우협회 전무는 “부숙을 위한 시설과 장비 등이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아 부숙도 검사를 강행할 시 현장에서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며 “충분한 준비가 될 때까지 제도 시행을 3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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