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노은정 동국대 산학협력교수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78로 2월 대비 18.5포인트 하락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소비자심리가 경기에 선행하는 성격으로 볼 때 기준치인 100을 대폭 하회하며 하반기 소비자 생활형편 및 가계수입, 경기전망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소비가 전체 GDP의 6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무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사회, 경제 전반을 올스톱시키면서 절대적인 소비액은 줄어들겠지만 경험학습을 통해 그안에서 소비자는 뚜렷한 소비패턴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첫째, 온라인 전이 현상은 전 세대를 아우르며 확대될 것이다. 그동안 마트 핵심고객이었던 50대 이상의 장년층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으로 합류하면서 신선식품을 포함한 생필품구매의 단골고객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월 19일부터 한 달 동안 마켓컬리의 50대 이상 신규가입 회원은 58% 증가하면서 매출액이55% 늘어났다고 한다. 건강에 관심이 높은 실버세대 특성상 신선식품의 ‘프리미엄 프레쉬’ 선호현상은 두드러질 것이다. 무항생제정육, 목초만을 먹고자란 동물복지 우유, 산지 직송 선어 등 조금 더 비싸면 어떤가? 내 건강을 지켜주는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함을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둘째, 선택재였던 상품들이 필수재로의 귀환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에 민감한 사람들의 선택품목이었던 건강기능식품이 이제는 밥보다 더 먼저 챙기는 필수품목이 되면서 비타민C, 유산균, 홍삼, 클로렐라 등 면역력에 좋은 건기식 제품들은 두자리수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건기식 시장은 전년대비 13% 성장한 2조5000억원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 추세라면 올해는 4조원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바이러스 공포증(Phbia)이 확산되면서 살균기능이 있는 건조기, 식기세척기, 침구청소기, 의류관리기, 유모차·장난감 살균기, 과일야채세척기 등 그동안 보조가전이었던 생활가전의 전성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셋째, 소비패턴과 구매패턴의 언발란싱(unbalancing) 패턴이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2019년 1인가구가 거의 30%에 육박하면서 소단량, 소량구매의 소비패턴이 확산추세였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실제 구매패턴은 대량구매패턴으로 회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심각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생필품 사재기 현상인 팬데믹팬트리(Pandemic Pantry)로 인해 마트나 슈퍼의 진열매대가 텅텅 비어 노인과 같은 쇼핑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유통업체의 대책이 발표되기도 했다. 앞으로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주기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매장방문 빈도는 감소할 것이며 필수품 비축을 통한안심, 자기위로 현상으로 당분간 라면, 간편가정식, 물티슈, 소독제, 마스크등 생활필수품의 대용량, 묶음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늘어날 것이다.
 

넷째, 블록체인을 적용한 식품 트레이서빌러티(traceability) 추적 확대가 예상된다.
 

블록체인이란 공공거래장부를 뜻하는 말로 생산부터 유통, 소비의 전 거래내역을 여러대의 컴퓨터에 복제해 저장하는 기술로 위·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까르푸와 네슬레가 일부 상품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고 있고 월마트와 앨버트슨즈도 이미 신선식품에 블록체인 기술을 테스트하며 매출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19를 경험하면서 식품안전에 민감해질대로 민감해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4차산업혁명시대의 최첨단 기술이 위로해주는 아이러니한 미래가 좀 더 빨리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홈팜(Home Farm)시장의 성장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환경오염과 전염병 우려로 노지재배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가정내 식물재배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콩나물 재배 키트가 베스트 상품이 된 것처럼 말이다. 2020 CES박람회에서 LG전자의 식물재배기가 큰 관심을 받았고 독일 고급가전인 밀레의 ‘플랜트 큐브’, 교원그룹의 ‘웰스팜’ 등다양한 제품이 선을 보이면서 직접 기른 채소를 바로 따서 요리하는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세상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기점으로 거대한 사회적 변화가 촉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소비 패러다임 변화라는 큰 파고(波高)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한발 앞선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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