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 부하 없이 심폐기능·지구력 향상 효과

[농수축산신문=송형근 기자]

미성숙 마필 발육 촉진
경주마 체중 관리
관절염 인대부상 등
운동기질환 재활효과 '탁월'

▲ 경주마 수영훈련은 심폐기능 강화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요통, 급성 관절 질환, 심장 질환 등을 악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영 훈련 전 조교사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평균 체중 약 500kg에서 많게는 1톤에 달하는 말은 태생적으로 수영을 한다. 야생에서는 생존을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었겠지만, 사람에게 길들여진 말은 고대 때부터 훈련을 위해 수영을 해왔다.

수영훈련으로 경주마들의 지구력을 기르는 훈련은 오래전부터 실시해 온 훈련법이지만, 경주마들을 위한 전용 수영장이 국내에 3개소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달 18일 렛츠럿파크 서울에 경주마 수영장이 개장했다. 개장 첫날부터 경주마들이 거친 숨을 내쉬며 줄줄이 수면을 가르는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고대 로마시대 군마, 수영훈련으로 지구력 길러

로마시대, 나폴레옹, 아메리카 인디언 등이 전쟁을 대비해 말의 지구력 향상을 목적으로 수영 훈련과 수영 경주를 실시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는 경주마 훈련에도 적용됐다. 

193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해안수영을 실시한 경주마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많은 국가에서 말 전용 수영장을 도입해 경주마 수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1986년도 처음 말 수영장을 개소해 말 수영훈련 방식을 채택했고, 현재는 서울과 부산에 총 3개소가 운영 중이며 제주 지역에서는 해안에서 개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심폐기능 향상·근육발달·재활 효과

경주마들이 수영을 할 때 거친 숨소리가 울리는데, 이는 흉곽이 수압에 의해 압박돼 평소보다 더 강하게 호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경주능력과 직접 연관된 심폐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평소 사용하지 않던 주변 근육을 발달시킴으로서 육상 활동 시 지구력 향상 효과도 얻을 수 있게 된다.

말수영의 가장 큰 목적은 재활기능이다. 수영훈련은 관절염이나 인대부상 등 경주 중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운동기질환으로 인해 정상적인 훈련이 부담스러운 말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특히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미성숙 마필의 발육을 촉진시켜주기도 하며, 체중 관리가 중요한 경주마의 비만을 방지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말 수영의 단계는 구체적으로 적응운동, 유산소운동, 무산소운동 순으로 진행된다. 처음 수영을 접하는 말은 적응을 위해 1분 정도만 수영을 실시한다. 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점차 시간을 늘려 느린 속도로 20분까지 확대한다. 

유산소 운동의 경우 약 400m의 거리를 6∼7분가량 사람의 보통걸음 속도로 진행한다. 가장 많은 체력을 요하는 무산소운동의 경우 200m를 빠른 걸음 속도로 3~4분 진행한다. 이때 경주마는 지상에서 전력질주 하는 것과 맞먹는 훈련강도를 느끼게 된다.  

 

수영훈련의 장단점은?

서울경마공원에서 수영훈련을 실시하는 김대근 조교사는 “경주마들의 수영 미시행기간과 시행기간의 주행 컨디션을 비교해보면 세밀한 부분에서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며 “운동기질환이 없더라도 수영을 통해 전력질주 버금가는 심폐기능 강화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적극 시행한다”고 밝혔다. 김 조교사가 관리하는 대부분의 경주마들은 매주 지상훈련과 수영훈련을 병행하는데, 어린 말은 수영으로 인한 체력소모가 심해 수영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어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교사 통산전적 승률 3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송문길 조교사는 수영훈련보다는 지상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조교사는 “수영에 익숙한 말들에겐 확실히 수영은 효과적이지만 많은 경우 익숙하지 않아 겁을 먹고 발버둥치고 당황하다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경우는 수영훈련보단 워킹머신, 끌기운동, 외승훈련 등 말의 특성에 맞는 훈련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말했다.

장기영 한국마사회 수의사는 “말 수영 훈련은 말의 관절에 부하를 주지 않고 심폐 기능을 향상 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요통, 급성 관절 질환, 심장 질환 등을 악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영 훈련 전 조교사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또한 지면을 박차고 달려야 하는 경주마의 근력 향상을 위해선 지면훈련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수영은 보조적 훈련수단으로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마사회는 경마정보의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장내 모든 경주마들의 훈련과 진료사항을 경마정보 홈페이지(race.kra.co.kr)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또한 경주마의 수영 내역도 일별로 공개되며 조교사별, 마필별 수영횟수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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