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현렬·이문예 기자] 

  <上>어떻게 추진되나
  <下>향후 과제는 

 

온라인거래소 활용 유인책도 필요

산지와의 계약가격보다 온라인거래소 통한 
가격이 합리적일때 구매로 이어질 수 있어

 

농협 온라인농산물거래소의 다음달 개장을 앞두고 여러 보완·개선점이 지적되고 있다. 출하처와 구매자 모두에게 유용한 시스템으로 제대로 안착하기 위한 과제에 대해 짚어본다.

 

품질 균일화로 신뢰 확보가 관건

온라인거래에 있어 가장 빈번하게 지적되는 문제는 품질이다. 온라인업체에서 농산물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항의가 나오는 이유도 주로 품질, 신선도에 대한 문제 때문이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모든 온라인 거래의 태생적 문제이기도 하다. 

농협은 양파 거래의 기준이 되는 표준규격안을 만들고 상품의 규격과 품질표준화가 가능한 광역연합사업단, 조합공동사업법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등을 출하처로 한정해 품질에 대한 문제 발생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무르기 등 수치화가 어려운 부분은 출하처마다 품질 분류 기준이 상이할 수 있어 이에 따른 클레임 발생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신뢰 확보가 관건인데, 이 때문에 초반 품질 관리가 온라인거래소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온라인 거래의 특성상 품질 문제가 한번이라도 발생하면 구매자들이 오프라인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 구매가 일회성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레임 발생 시 출하처와 구매자를 중재할 산지주재원이 있지만 구매자가 전산에 등록한 이미지와 요청사유만을 근거로 중재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어 제대로 된 품질관리가 가능할 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을 품는 이들도 많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지난해부터 온라인경매 시범사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경매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지 않은 이유 또한 품질 신뢰도 때문이다. 조직화된 산지를 토대로 온라인경매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중도매인들의 참여도는 미미하다.

도매시장 업계 관계자는 “네덜란드에서 화훼의 화상경매가 가능한 이유는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며 “양파의 경우 크기와 육안으로 보는 상품성 평가 외에는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아 소비처가 원하는 품질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거래소 활용 유인책 있어야

결국 이러한 우려를 감안하고도 온라인거래소를 활용할 만한 유인책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준비되고 있는 여러 유인책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온라인농산물거래소의 상장수수료는 3%다. 기존의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보다 1%의 수수료 할인 효과가 있지만 실제로 구매자에게까지 이 혜택이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이 경우 구매자가 굳이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온라인 구매를 행할 이유가 없어진다.

일본의 삿포로 도매시장은 이미 2006년 활게와 성게에 대한 전자상거래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10여 년간 적용 상품의 범위가 확대되지 못했고 기존에 전자상거래 거래량도 감소세를 보였다. 거래 수수료가 기존 오프라인 구매보다 0.5%에서 최대 2.5%까지 저렴했지만 중간 마진이 추가되면서 최종 거래가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매자들이 온라인 거래의 이용가치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 도매가가 분리 형성되지 못하고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도매가를 따라가는 형식으로 가격이 형성되면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농협 온라인농산물거래소의 정가매매 방식의 경우 출하처에서 제시한 가격을 구매자가 과연 그대로 수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얼마나 싸게 물건을 구입하느냐가 중도매인들의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가격에 민감하다"며 "산지와 직접적으로 거래 하고 있는 이들의 경우 산지와의 계약가격보다 온라인거래소를 통한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확고해야 구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출하처에서 소비처가 원하는 물량을 맞추지 못할 경우 여러 출하처에서 모은 양파가 운반돼야 하는데 이 경우 물류비 지원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농협은 양파 물류·포장비로 교육지원사업비 3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 보조도 요청, 협의 중에 있는데 적어도 온라인농산물거래소 개장 이전에는 이같은 문제가 협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처들이 온라인거래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유인책이 없을 경우 시범사업으로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마트 참여도 제고, 또다른 성공 키포인트

현재 농협 온라인농산물거래소의 구매자는 중도매인·중소유통업체·식자재공급업체·가공급식업체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거래방식을 바꾸는 것에 선뜻 나설 업체도 많지 않거니와 사업 초기여서 ‘일단 지켜보겠다’는 의견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농협의 계통마트뿐만 아니라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이른바 빅(Big)3 마트의 참여가 절실하지만 농협은 아직 이들과의 사업 관련 접촉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자체 바이어 조직을 가지고 산지와 직접 접촉하거나 벤더(중간 판매업자)를 활용하는 대형마트의 특성상 바이어가 직접 또는 벤더가 온라인농산물거래소를 활용할 만한 매력적인 히든카드가 없으면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도매인의 경우 장기적으로 온라인농산물거래소가 활성화되면 각자의 역할이 줄어 밥그릇 싸움으로 심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농협이 어떻게 이들을 온라인거래소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이 사업은 중도매인이 필요 없는 사업이다”며 “자신의 자리를 뺏기길 원하지 않는 중도매인들이 이 사업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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