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물질 리신 위험성 재논란, 대책 찾아야
피마자 씨앗에 포함된 독성 단백질로 가축에 치명적
저렴한 가격 양분 함유로 원료 대체 어려워 지속 사용

[농수축산신문=서정학 기자] 

독성물질 리신(Ricin)의 위험성이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리신이 함유된 비료를 먹은 애완동물이 죽음을 맞는 일이 매해 반복되자 리신 함유 비료의 유통·사용을 아예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최근 등장했다. 이에 리신이 함유된 피마자박비료의 사용현황과 이로 인한 동물 피해 사례 등을 알아봤다.

<上> 독성물질 ‘리신’ 피해에 커져가는 국민 불안

<下> 시대적 변화 맞춰 관리 강화해야

▲ 펠릿형(덩어리) 유기질비료는 가루형보다 사용이 편리해 많이 사용된다. 위쪽 사진을 보면 화단에 뿌려진 펠릿형 비료를 볼 수 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덩어리진 흙과 구별하기 힘들다는 걸 알 수 있다.

# 독성물질 리신, 개·가축·사람에 치명적

리신은 피마자(아주까리, Castor)의 씨앗 등에 있는 독성 단백질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선 리신을 생화학테러물질로 분류하고 있으며 약 4~10mg/kg 섭취나 흡입 시 4~12시간 내로 멀미와 구토 등의 초기증상이 나타나며 이후 신장과 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리신 치사량은 60kg 성인 기준 18mg으로 알려졌으며 개와 고양이, 말 등의 동물과 가축에 치명적일 수 있다. 리신은 가열을 통해 사멸시킬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섭취 시 중독증상을 나타낸다.

독성 단백질인 리신에 관한 연구는 국내외에서 수십년간 진행돼 왔으며 그만큼 위험성도 잘 알려져 있다. 리신 분석에 관한 연구는 1950년대에도 진행됐고 쥐와 강아지 등의 리신 독성 반응 연구도 1990년대 후반부터 다양하게 이뤄졌다.

 

# 피마자박비료 연간 40만톤 정도 공급…원료 대체 어려워

세계적으로 피마자 씨앗은 비료의 재료로 흔히 사용된다. 씨앗의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인 유박으로 비료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피마자박이나 아주까리박 혹은 유박비료 등으로 부른다.

국내 유기질비료는 20여가지가 있으며 그중 혼합유박, 혼합유기질, 유기복합비료가 주를 이룬다. 이들 유기질비료는 피마자박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실제로 혼합유박과 혼합유기질비료에는 대부분 피마자박이 원료로 들어간다. 국내 유기질비료 업계에선 피마자박을 대부분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을 통해 국내에 공급되는 유기질비료의 양은 2012년부터 40만톤 이상을 유지, 2018년 46만2000톤을 나타냈다. 올해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유기질비료는 총 475개 품목으로 혼합유박 184개, 혼합유기질 250개, 유기복합비료 26개 제품이다.

유기질비료 업체에서 다른 여러 재료가 있음에도 피마자박을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 낮은 가격 때문이다. 가격도 싸고 양분도 함유하고 있어 대체할 만한 원료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피마자박이 비료 원료로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이로 인한 동물 폐사 피해도 잇따르면서 농촌진흥청은 2017년 비료공정규격상 피마자박비료의 리신 함유량 기준을 kg당 10mg으로 설정한 바 있다.


# 유박비료 생산·유통 중단 촉구하는 국민 청원 등장

농진청이 피마자박 비료 내 리신 함유량의 제한을 둔 이후에도 동물이 피마자박 비료를 먹고 죽는 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여러 언론에서 피마자박 비료를 먹고 죽은 동물의 사례를 매해 심심치 않게 보도하고 있으며, 애완동물 관련 센터 등에서도 피마자박 비료의 위험성을 알리는 자료를 각종 매체에 배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3일 경기 안성의 한 동물센터에서도 비료를 먹은 강아지가 입원, 심각한 구토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

또한 지난달 13일에는 한 시민이 ‘유박비료의 생산과 유통 및 사용을 금지하여 주십시오’란 제목의 청와대 국민 청원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청원자는 청원글을 통해 “유박비료에 독성물질인 리신이 들어있음에도 전국 지자체에서 화단이나 공원 관리를 위해 대량 살포하고 있다”면서 “이를 주워먹은 반려동물이나 야생동물이 죽음에 이르는 사고가 매해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미흡한 대처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유박비료의 생산과 유통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글의 청원 참여인원은 지난달 27일 기준 2403명이다.

이처럼 피마자박 비료에 함유된 리신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관리자를 명확히 하고 비료 생산자는 물론 사용자의 실질적인 대응 방안이 시급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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