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마자박비료 사용실태 조사, 관리방안 마련을
아그릭스의 농가·업체 정보 활용가능
동물기피 성분 함유하거나
리신 함량 낮은 국가서 수입하는 방안도

[농수축산신문=서정학 기자] 

(上) 독성물질 ‘리신’ 피해에 커져가는 국민 불안

(下) 시대적 변화 맞춰 관리 강화해야

 

피마자박 비료 내 리신으로 인한 동물 폐사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인구가 늘면서 피마자박 비료 공급을 아예 중단시켜달란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에 피해현황 집계와 대체원료 발굴·개발은 물론 유박 내 리신을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반려동물 850만 시대…리신 피해 정확한 원인분석 선행돼야

피마자박 비료 내 리신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우선 리신 피해의 정확한 원인과 결과 분석·조사가 요구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9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가구는 2015년 457만 가구에서 지난해 591만 가구로 늘었다. 같은 기간 반려동물의 수는 개와 고양이가 703만 마리에서 856만 마리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개와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동물의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적 요구도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피마자박을 사용한 유기질 비료를 먹고 동물이 폐사하는 사고가 매해 발생해도 정확한 원인규명에 어려움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한 동물병원장은 “동물이 피마자박 비료를 먹고 중독증상을 보이거나 죽음에 이르러도 피해 동물이 어떤 비료를 얼마만큼 먹었는지, 섭취한 리신이 치사량에 달하는 수준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피마자박 비료를 먹은 동물의 리신 중독사고 발생 전후로 정확한 분석을 실시, 이를 근거로 비료 내 리신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체계적 관리 위한 사용실태 파악부터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 체계적인 비료 관리를 위해 피마자박 비료의 사용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재 ‘농림사업정보시스템(AgriX, 아그릭스)’은 농림사업의 신청에서 정산까지 모든 과정을 전산정보화해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참여업체·농가 정보 등이 집계돼 있다. 피마자박이 많이 사용되는 혼합유박, 혼합유기질, 유기복합비료 등을 공급하는 유기질 비료업체는 대부분 유기질 비료 지원사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관련 정보도 아그릭스에 집계된다. 아그릭스 정보가 사용실태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용자인 농업인은 물론 화원·공원 관리자, 반려동물의 보호자 등이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하는 지도도 필요하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농업인들은 비료 살포 시는 물론 폐포장지까지 동물이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관리해야 한다. 특히 피마자박 비료 포장재에 표기된 ‘개나 고양이가 섭취 시 폐사할 수 있음’이라는 경고 문구를 제대로 확인하고, 위험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보호자 역시 반려동물이 함부로 비료를 먹지 않도록 산책 시 목줄을 하거나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한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관계자는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신청 단계에서 농가는 지원받길 원하는 비료의 종류나 제품명, 공급희망업체, 소유 농지 등을 기입하고, 이러한 정보는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등과 함께 아그릭스에 모인다”며 “아그릭스에 있는 데이터를 피마자박 비료의 사용실태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 동물 기피 성분 첨가·리신 함량 낮은 원료 수입해야

피마자박 비료에 동물들이 기피하는 성분을 함유하는 방안도 제안되고 있다.

피마자박을 사용한 비료는 노지에 뿌리면 일정 기간 고소한 냄새가 난다. 또한 팰릿형은 사료와 겉모습이 비슷하게 생겨 동물들이 비료를 사료로 착각해 먹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피마자박 비료가 동물이 좋아하는 냄새를 풍기기 때문에 동물이 자꾸 섭취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피마자박 비료에 동물이 기피하는 향을 풍기는 성분을 넣어 동물의 접근을 막는 방법을 고려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애초에 리신 함량이 낮은 피마자박을 원료로 사용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리신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는 한 연구원은 “국내에서 비료로 사용되는 피마자박은 대부분 인도에서 수입되는데, 인도 각 지역에서도 피마자박의 리신 함량이 다르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면서 “애초에 리신 함량이 적은 곳에서 피마자박을 수입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보다 근본적으로 피마자박을 대체할 수 있는 원료 개발·보급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비료업자들이 피마자박을 사용하는 주된 이유가 저렴한 가격인 만큼 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방안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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