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로 지역경제 살리고 먹거리 선순환 체계에 기여

[농수축산신문=서정학, 이호동 기자] 

살기 좋은 농촌을 위해선 그곳에 거주하는 농업인과 지역민을 모두 아우르는 사업과 정책이 필요하다. 농촌은 인근 지역과, 농업인은 다른 경제활동을 하는 지역민들과 상호교류하며 상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지역민이 다시 농촌 발전을 돕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진정한 의미의 ‘농업·농촌 유토피아’가 조성될 수 있다. 이에 지역경제와 함께 성장·발전하고 있는 농촌의 사례를 소개해 본다.

 

■ 완주군 ‘로컬푸드 먹거리 정책’ 이목 집중

인구 9만여 명 중 약 17%가 농업에 종사하는 농촌 지역 전북도 완주군은 농업·농촌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로컬푸드 정책을 적극 추진해 이목을 끌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지역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 수범사례집에 따르면 완주군은 농촌 개발의 경우 추진 속도가 느려 결실을 맺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와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민선 4기부터 7기까지 로컬푸드 시스템의 안정적인 구축과 정착에 만전을 기해왔다.

이를 위해 기존 ‘생산과 소득 지원’ 정책에서 ‘유통과 소비촉진’ 중심으로 정책 추진 방향을 바꾸고 로컬푸드팀·농촌활력과 등을 신설하는 것은 물론 농업회사법인 완주로컬푸드(2014년 협동조합 전환) 설립, 로컬푸드 직매장과 농가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등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또한 정책의 실현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활동이 수반돼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정책 대상을 0.5ha 미만의 소농·고령·여성농 3412호로 특정하고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체계를 구축하는데 만전을 기했다.

특히 2012년 완주군의 10개 농·축협이 출자해 설립한 완주로컬푸드는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2014년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이후 2019년까지 6년간 누적 매출 1500억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매장 이용을 통해 발생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부가적인 수익을 고려하면 지역 경제에 미친 긍정적 효과는 더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로컬푸드 직매장 활성화로 농식품 생산 사업도 탄력

완주군 관내의 로컬푸드 직매장들이 활성화되면서 농식품을 생산하는 마을 공동체 사업도 탄력을 받았다. 특히 장류, 김치류 등을 만드는 기존의 가공업체들의 매출이 점점 증가하고 빵, 반찬, 편백 제품 생산에 관한 신규 창업 수요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군은 농업인들이 시설·장비 구입과 인허가 절차에 대한 애로 없이 상품을 생산하고 시장 반응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고산 로컬푸드 가공센터, 구이 로컬푸드 가공센터 등 2곳의 거점농민가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농민가공센터가 운영됨에 따라 가공 교육을 받은 교육생들 중 자발적으로 협동조합과 공동체를 육성해 제품을 만드는 사례가 증가했고 특히 경력단절여성이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났다.

농민가공센터의 매출은 2014년 5억7900만 원에서 2017년 10억9200만 원으로 두 배가량 증가하는 등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2017년 매출 중 77%인 8억4100만 원은 농가에게 환원돼 지역 경제 활성화와 선순환에 기여하고 있다.

▲ 완주군 관내의 한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 군민 누구에게나 평등한 먹거리 보장 위한 ‘푸드플랜’ 수립

완주군은 관내에 다수의 로컬푸드 직매장을 설치·운영하고 있지만 산골 오지 등 취약 지구 거주 주민과 취약 계층 등 모든 군민에게 동일한 수준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에는 한계를 느꼈다.

이에 군은 이들을 비롯한 전 군민 모두에게 균등한 수준의 먹거리 접근성을 제공하는 등 보편적 먹거리 복지 실현을 위해 ‘푸드플랜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은 완주푸드통합지원센터가 관내 로컬푸드 자원과 지역소비처의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기존에 조직화된 생산기반에 근거해 지역 공동체를 재결성, 먹거리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군은 먹거리 취약 계층을 푸드플랜의 주요 수혜 대상으로 정하고 이들이 먹거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학교 급식과 공공급식에 지역 식재료 활용 비율을 늘려가는 등 계획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

홍성희 완주군 먹거리정책과 푸드플랜팀장은 “푸드플랜이 추진되면서 관내 오지 지역에 거주하는 군민들의 먹거리 접근성 확대를 위해 청년들이 일주일에 한번 트럭에 먹거리를 싣고 가 판매하는 청년 보부상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들이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완주 먹거리정책’

▲ 2018년 이스라엘 텔아비에서 열린 ‘밀라노 도시먹거리 정책협약(MUFPP)’에서 완주군이 거버넌스 특별상을 수상하고 있는 모습.

인구 9만여 명의 작은 도시 완주군은 먹거리정책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군은 지역 활성화와 지속가능한 지역 개발을 위해 소농의 안정화에 집중했으며 특히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지역 푸드플랜 관점에서 농산업을 육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군은 2500여 중소가족농, 100여개의 생산공동체, 40개의 마을 회사 등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생산·가공하는 농식품의 신뢰 확보를 위해 별도의 완주로컬푸드인증제도를 지자체 최초로 시행했다.

이 같은 군의 노력이 2017년 말 기준 연간 600억 원에 달하는 지역순환경제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일자리가 창출과 사회 경제 조직의 활동 기반을 조성 등 먹거리에서 시작한 변화가 사회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자 전국 각지에서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군에서 확인된 먹거리 지역화의 가능성이 전국 각지의 로컬푸드 직매장 설립에 단초 역할을 하면서 ‘지역푸드플랜수립’이라는 국가 정책으로 채택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아울러 군은 2018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밀라노 도시먹거리 정책협약(MUFPP)’에서 거버넌스 특별상을 수상했다. 밀라노 도시먹거리 정책협약은 62개국 163개 도시가 가입한 세계 협약기구로 먹거리체계를 생산부터 소비까지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가자는 원칙으로 매년 우수 도시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군은 거번넌스 특별상 수상을 통해 먹거리와 관련된 사업 육성과 행정, 현장 실행 조직, 주민과의 거버넌스 구축 노력과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계 시장을 창출한 성과 등을 높게 평가받았다.

완주군 관계자는 “먹거리 산업은 한번 신뢰를 잃으면 되돌리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기본에 충실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며 “농산물은 안전해야 하고 생산자는 솔직해야 하고 행정은 투명하게 한다는 원칙을 지켜 먹거리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 ‘임실생약영농조합법인’ 엉겅퀴로 농가소득 올리고 관광객 유치·기부도 해

▲ 체험객들(사진 왼쪽)이 임실생약영농조합에서 실시하는 체험활동에 참여해 엉겅퀴 줄기와 잎 등으로 조리활동을 하고 있다.

엉겅퀴 가공제품을 개발하고 체험농장을 운영하면서 기부와 관광객 유치를 도모하는 곳이 있어 이목을 끈다.

전북 임실군에 위치한 ‘임실생약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심재석 대표는 멸종위기에 있는 엉겅퀴의 재배법을 표준화하고 주변농가와 약 17만5000㎡ 규모의 재배단지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임실생약영농법인은 재배단지에서 매해 약 100여 톤의 엉겅퀴를 매입해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엉겅퀴 추출물을 소재로 한 다양한 식품과 미용제품도 개발해 공급하고 있으며 엉겅퀴꽃이 만개하는 5~6월에는 약 1만3223㎡ 규모의 체험농장을 개방해 관광객을 유치한다. 이는 엉겅퀴 재배농가의 소득을 올릴뿐더러 임실군 내 농업과 소재 산업을 성장시키고 고용을 창출하는 파급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체험농장을 찾는 관광객은 매해 4000~5000명에 이르는 데 이들이 주변상가와 숙박시설 등에서 이루는 소비활동도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임실생약영농법인은 기부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임실생약영농법인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약 10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하고 있는데 이익의 일부를 기부나 문화행사 개최 등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임실생약영농법인은 간 기능 보호와 혈액순환 개선 등의 효과를 나타내는 엉겅퀴 액상차, 환 등의 가공제품을 군부대와 소아암 재단, 양로원 등에 기부하고 있다.

심 대표는 “계약을 맺은 농가에 재배 매뉴얼과 종자를 공급하고 엉겅퀴는 전량 수매해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엉겅퀴를 소재로 제품을 개발하고 체험농장도 운영하고 있는 데 여기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까지 고려하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현재 엉겅퀴의 뿌리와 줄기, 잎, 꽃 각각에 함유된 여러 성분과 채취시기별 함유량의 변화 등을 구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엉겅퀴가 글로벌 소재로 쓰이게 된다면 임실군 내 소재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윤제림’, 대를 이어 가꿔온 사유림으로 전문인력 양성 도모

▲ 윤제림은 산림자원을 활용해 체험·관광객을 유치하면서 지역 임산물 수매, 취약계층 고용, 실급교육 공간 제공 등을 병행하며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임산물과 산림을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전문인력 양성에 기여하는 사례도 있다.

전남 보성군 겸백면에 위치한 ‘윤제림(允濟林)’은 337ha 규모의 사유림이다. 정은조 영농조합법인윤제림 대표는 아버지 윤제 정상환의 대를 이어 이곳에 다양한 임산물과 나무를 가꾸고 있다. 명이나물과 버섯, 구찌뽕, 계피, 도라지 등의 재배와 가공, 유통을 실시하면서 오래도록 가꿔온 참나무, 편백나무 숲과 정원 등을 활용해 산림관광·휴양·체험 서비스도 제공한다.

정 회장은 사유림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임가소득 증대와 인력양성 등에 기여하고 있다. 일례로 정 대표는 윤제림을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운영하면서 지역민과 취약계층의 고용을 우선시 하고 있다. 또한 지역 임업인들이 재배한 임산물을 우선적으로 수매해 자체적으로 생산한 임산물과 가공·유통하기도 한다.

▲ 정은조 윤제림 회장.

아울러 윤제림은 지난 13일 순천대와 ‘임업 기술 발전 및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윤제림과 순천대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현장실습 지원과 수목 병해충 진단·방제 기술 지원 등을 상호 협력하게 됐다. 윤제림에는 다양한 수종과 임산물이 자라고 동식물이 생태계를 이뤄 살고 있는 만큼, 지역 내 산림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실습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처럼 윤제림은 사유림을 찾는 관광·체험객들로 인한 지역 내 소비 진작 등 간적접인 파급효과를 넘어 보다 직접적으로 임가 소득 증대와 지역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정 회장은 “사유림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산림을 가꿔 소득을 올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역 내 임가와 협업하고 취약계층에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최근 순천대와의 협약으로 윤제림에서 임업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일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