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체 가격 올라가는데 납품가격 떨어져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자급률 높여야 지속가능한
한우산업 될 수 있어
지난달 29일 수요일 오전 11시, 한참 바쁠 시간이지만 서울 성동구 마장동 한복판에 자리한 H 한우 가공장 앞이 한산하다.
30명 가까이 근무했던 H 한우 전문 가공장은 1년 반째 문을 닫은 상태다.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타격을 받은 H가공장은 높아진 한우 가격에 이중고를 견디지 못하고 도산했다.
마장동에서 한우 가공을 수십 년 째 해온 A 씨는 “십 수년 전만해도 젊은 사람들이 패기를 가지고 마장동에 들어와 성실함만 갖추면 돈을 벌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 규모가 작은 육가공장들은 돈을 벌기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숨만 감도는 마장동을 수요일에 직접 찾아봤다.
#달라진 근로환경, 마장동에 직격타
문을 닫은 한우 전문 H 가공회사는 마장동에서 육가공장을 갖춘 5층짜리 건물 전체를 썼었다. 하루에 한우 30마리 씩을 가공하던 이곳은 마장동에서 20여 년간 한우 가공을 해 왔던 업체다. H사는 매각절차를 진행 중에 있지만 어려워진 한우 육가공 업체를 선뜻 인수하겠다는 곳이 없어 1년 반째 문을 닫고 휴업상태에 있다. 이곳 뿐만 아니라 최근 마장동에 육가공장 몇 곳이 문을 닫았다.
마장동에서 육가공 업체를 운영하는 B 씨는 “금요일과 월요일에 경매물량이 거의 없어 화요일 오전 경매가 끝나야 육가공장에 도체가 들어오기 때문에 실제로 육가공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날은 화, 수, 목 3일 정도”라며 “게다가 최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야근이나 휴일근무 자체가 어려워 육가공만 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경영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높아진 한우 가격으로 이중고
특히 최근에는 높아진 한우가격으로 한우 육가공, 유통업체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B 씨는 “한우 육가공 업체들은 도체 가격은 올라가고 납품가격이 떨어지니까 버티기가 힘들고 한우 유통업자들도 판매가 어려워지니 경영이 힘들어진다”고 밝혔다.
그나마 유통과 육가공장을 병행하는 업체들은 한우 부문에서 본 손실을 다른 부분에서 메꾸며 근근히 버텨나가고 있다.
마장동에서 한우 육가공과 유통을 함께하고 있는 업체 C의 관계자는 “높아진 한우 가격과 늘어난 한우 마릿수를 해결하기 위해 마릿수 감축 등 선제적 수급 조절 대책을 말하지만 발전적인 방향이 아닌 것이 사실”이라며 “여기서 마릿수를 감축하면 가격은 더욱 올라갈 것이고 이 상황을 그대로 두면 폭락이 올 텐데, 자급률을 높여 한우산업 전체가 지속가능한 산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