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대 대웅목장 대표(전국한우협회 청년분과위원장)

문제 인식부터 소비 트렌드 변화까지 후배들과 ‘열공’…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한우산업이 당면한 문제
주기적 교육·토론
경영공부도 함께 하고 현장 견학도

 

우리 농업이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선 40대 청년농업인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의 생각과 역량에 따라 농업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창간 40주년을 맞는 농수축산신문은 20~30대 초보 농사꾼과 같은 열정을 가슴에 담아 50~60대 베테랑 농사꾼 못지않은 경험으로 무장한 우리 농업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40대 청년농축산인을 만나봤다.

몇 년 전 미국 워싱턴주로 아들과 함께 조사료 견학을 갔을 때. 장 대표는 축산을 하겠다는 아들에게 해외 선진지를 함께 견학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줬다.
몇 년 전 미국 워싱턴주로 아들과 함께 조사료 견학을 갔을 때. 장 대표는 축산을 하겠다는 아들에게 해외 선진지를 함께 견학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줬다.

50년간 한우를 키워온 아버지, 한우인들의 권익증진을 위해 나선 아들, 한우산업을 물려받기 위해 축산을 전공하려는 손자.

40대 후반에 접어든 장성대 경북 영주의 대웅목장 대표는 후계자였던 자신에 이어 아들이 3대째 한우산업을 하겠다고 결심한 한우집안이다. 그는 아들과 자신의 미래가 있는 한우산업이 보다 지속가능한 산업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사비를 털어 후학양성에 나섰다.

한우산업에서 미래를 보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를 직접 만나봤다.

 

# 3대가 이어갈 한우 농업인의 꿈

우리 아버지대의 사람들은 다 그랬죠. ‘나는 농사를 짓지만 자식에겐 공부만이 길이다’. 저도 그런 집안의 아들이었습니다. 일찌감치 서울로 유학을 갔고 법학을 전공해 전형적인 도시생활자로 40대 초반까지 살아왔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그리고 도시생활보다 한우산업에 미래가 더 있다는 생각에 20여년 간의 서울생활을 접고 그는 5년 전에 고향인 영주로 돌아왔다.

농장에 들어와서 사양관리, 개량 이런 것들을 신경썼죠. 그리고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축산을 다시 공부하게 됐고 대학원도 갔습니다. 처음에는 아버지와 농장에서 꽤 마찰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경험치를 통해 노하우를 쌓으며 한우를 키워왔고 저는 경영비나 사료급여, 개량 이런 것에 신경을 쓰니 당연한 거죠. 하지만 부자간에 더 신뢰가 쌓이고 그러면서 차차 성적도 개선되고 농장도 안정화됐습니다.”

서울생활을 포기하고 귀향을 하면서 가장 걱정이 됐던 부분은 자녀들의 교육 문제였다. 아들이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이야기를 나눴다. 축산과 한우산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자연스럽게 소를 보면서 아들은 농장을 물려받겠다고 결정했다. 함께 해외 선진지에 연수도 가고 농장도 방문하면서 아들의 꿈은 보다 구체화됐다.

아들도 축산을 전공해서 할아버지의 농장을 물려받고 싶어 합니다. 공부하기 싫어 축산을 하겠다는 아들이었지만 지금은 농장을 하려면 축산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제를 보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필요한 공부를 스스로 찾아 하고 있습니다.”

 

# 청년분과위원장, 사비 털어 후배교육

2019년 전국한우협회 청년분과가 탄생하면서 초대 위원장을 맡은 장 대표는 한우를 잘 키우고 돈을 버는 것 만큼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정책활동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협회일을 하면서 한우농가들, 특히 청년한우인의 권익을 위해 일해보자고 결정한 것은 사실 안타까움에서 출발했습니다. 청년 한우인들이 소위 금수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역 후배들 중에는 새벽잠 안자고 우시장을 다니면서 노력하는 친구들이 여럿입니다. 그들을 생각하는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고 경제적인 소득에만 치우쳐 협회일은 누군가 하겠지하고 등한시하는 젊은 한우인들에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법을 가르치고 싶었어요.”

그는 한우파동을 겪으며 체질을 단련한 기성세대와 달리 위기에 약한 젊은 한우인들에게 자생력을 확보하고 한우 정책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으로 한우산업은 더욱 많은 위기에 봉착할 것입니다. 환경 문제와 민원 등 축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우수한 인재들을 발굴해서 한우산업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전사로 양성, 살아있는 생산자 단체가 될 수 있도록 청년한우인들을 더욱 무장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체계적인 교육의 장이나 예산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청년한우인들을 위한 각종 교육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와 예산부족으로 무산이 되면서 그는 자비로 지역에 한우를 키우는 후배들을 교육시키기 시작했다.

아직은 작은 움직임입니다. 제 주변의 청년한우인들을 모아 한우산업이 당면한 문제를 주기적으로 교육하고 문제의식을 일깨워주며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소비트렌드를 공부하기 위해 경영공부도 함께 하고 현장 견학도 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잠시 모임이 주춤하고 있지만 이런 친구들이 주도적으로 다른 지역 한우인들과 경쟁구도를 만들면서 이것이 한우산업 전체를 한단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작은 움직임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청년한우인들과 함께 꾸준히 노력할 겁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