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에서 '농사꾼'으로 화려한 변신…아로니아 초코볼

입안 가득 퍼치는 초코의 맛 뒤에 만나는 익숙한 맛.
 

아로니아 초코볼을 시작으로 기능성 당액 비타민이 코팅된 딸기칩 등 다양한 가공품을 생산하는 락희팜은 창업 4년만에 1억 7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충북 옥천의 효자 농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즐거울 (), 기쁠 ()’. 어렵고 힘든 농사일이지만 기쁘게 해나가자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는 박준우 락희팜 대표는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며 생산한 농산물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입혀 제품을 내놓고 있다.
 

청년의 아이디어와 대한민국의 농산물이 만나 최고의 시너지를 내고 있는 락희팜으로 함게 가보자.

 

#요리사, 농사꾼이 되다. 
 

“요리를 전공하고 2008년에 미국에 건너가 3년 동안 요리를 공부하면서 호텔주방에서 일을 했어요. 식당을 하시는 할머니 밑에서 자라 자연스레 주방과 요식업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 돌아와 식품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내가 직접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건강한 식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재료도 직접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창업프로그램으로 농산물과 농업에 대한 지식을 쌓으면서 일단 ‘농사꾼’이 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7년 고향인 옥천으로 돌아와서 친척의 농지를 임대했습니다. 할머니 권유로 4-H연합회에 입회하고 옥천군 농업기술센터를 제집처럼 드나들었던 것 같아요. 당시 담당 선생님께서 도시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찾아온 저를 대견하게 생각하셨는지 정말로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그 조언들을 바탕으로 농업기술센터의 사업과 단체활동을 통해 농업 네트워크를 점차 확대해나갔습니다.”
 

처음부터 농산물을 활용한 식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졌던 박 대표는 작물을 고민하던 중 창업프로그램에서 접했던 아로니아를 기억해 냈다. 1980㎡(600평)의 밭에 체리와 아로니아 과수를 조성하고 바로 가공사업에 착수했다. 
 

“먹기 불편한 아로니아를 먹기 편하게 맛있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소규모 농산가공 시범사업에 지원했는데 운이 좋게 선정됐습니다. 위생적이고 청결한 공장이 필요해 자금이 걱정이었지만 예전 할머니가 운영하시던 식당의 주방공간을 따로 분리해 39.6㎡(12평) 정도의 농가공업소를 만들고 아로니아 초코볼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맨땅에 헤딩’, 정부지원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
 

2018년에는 초콜릿 품목군이 식품안전관리(HACCP)인증 품목이 아니어서 농가공업소에서 생산을 했지만 이듬해 HACCP인증을 받고 바로 공장을 신축 이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창업농 1기에 선발되면서 토지구입비 융자 지원을 받아 공장을 설립했습니다. 생각해보면 2017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센터와 정부사업에 의존하면서 지금까지 헤쳐 나왔습니다. 
 

공장을 신축하고 회사가 커지면서 운영과 매출에 대한 걱정도 함께 커져갔다. 제품 라인업과 위탁생산을 확대해야 할 시점이었다. 작은 업체로서 신제품을 개발하고 제품화하는데는 엄청난 기회비용이 들었다. 
 

“그때 저의 동아줄이 됐던 프로그램이 청년창업사관학교라는 시제품 개발관련 사업이었습니다. 지난해 초에 ‘기존 생산제품의 차별화를 이끌 차세대 농식품’이라는 사업계획서로 합격해 신제품 개발비를 지원 받아 현재 기획을 하고 있는 헬스 케어 농식품인 ‘고구마 프로틴 쉐이크’와 ‘아로니아, 딸기, 블루베리 뷰티볼 시리즈’를 개발했습니다.”
 

취미가 ‘사업계획서 쓰기’라는 박 대표는 개발 아이디어로 지난해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한 청년 농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처음부터 4-H를 통해서 이만큼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농업은 절대로 혼자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농지조성부터 생육법, 유통까지 선배님들의 조언과 도움이 굉장히 컸습니다. 현재는 지원 사업 등과 관련한 사업계획서작성에 대해 회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젊은 농업인 친구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에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아왔듯이 저도 도움을 주고 싶어요.”
 

락희푸드의 직원 5명은 모두 4-H 회원들이다. 각자 농사를 짓고 락희푸드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후배 농업인들의 사업계획서 컨설팅이 특기라는 박 대표는 주위에서 받은 도움을 나눠주고 싶다. 락희푸드 한켠에 마련된 4-H 지역 사무실은 박 대표가 사비로 만든 시설에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게임기까지 사비로 마련해 놨다.
 

“젊은 농업인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함께 게임하고 운동하고 그러면서 농업에 대해서 고민하고 서로 돕는 것이 농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여름에는 농사, 겨울에는 초코볼
 

 

초코볼은 발렌타인 데이 이슈가 있는 겨울이 성수기다. 건강을 생각하고 맛까지 보장되니 인기가 높은 편이다. 겨울에는 초코볼 생산과 유통에 전념하고 여름에는 아로니아 생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농산물을 직접 키우고 농업인분들과 협업으로 이뤄진 제품을 생산하다 보니 아무래도 일반 식품보다는 건강한 농식품이라는 인식으로 봐주시는 게 성장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육아식품으로 개발된 딸기를 통째로 건조한 제품인 사계절 통딸기 역시 옥천에서 생산되는 딸기농가가 코로나19로 출하가 안 되는 딸기들을 취급할 수 있게 도와주신 덕분에 올해 큰 성과를 이뤘습니다.”
 

박 대표는 농기업에서는 농산물의 품질만큼 중요한 것이 선순환적인 농산물의 유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케팅 포인트와 소비자 요구를 분석하고 식품가공품까지 멀리 봐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제 농업의 좌우명은 회사 슬로건처럼 ‘흙 위에 소비자 건강한 먹거리’입니다. 앞으로는 위탁품목으로 나가는 유통업체를 통해서 자사생산품에 대한 판로를 더욱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전국단위 납품을 하면서 생산량 조절과 판매 포인트를 배운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신제품을 더 개발하고 온라인 판매도 하려고 합니다.”
 

박 대표는 농산물 가공을 원하는 농가들의 소규모 위탁생산도 계획하고 있다. 서로가 상생 협업하는 농산가공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그의 꿈이 이뤄지기를 바라본다.

 

[인터뷰] 신선하 옥천군 농업기술센터 농촌활력과 교육인력팀 지도사 

“락희팜은 기능성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고유의 떫은 맛으로 생식 소비가 제한된 아로니아에 당코팅을 해서 새로운 형태의 가공품을 개발, 새로운 농업 가공식품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성공에 옥천군 농업기술센터가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락희팜은 2018년도 농업인 소규모 창업기술 지원사업을 통해 가공설비와 로고, 포장디자인 개발 등 제품의 가공, 생산, 상품화에 필요한 기반조성을 마련했고 지난해에는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을 통해 원부자재 전처리실 신축공사로 공장을 이전하고 홈페이지를 구축, 온라인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됐다.
 

“옥천군 농업기술센터는 더 많은 양의 가공품 생산을 하기 위해 추가 가공설비 지원과 온라인 마케팅 웹개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옥천에서는 국내 원료를 기반으로 한 청년농업인의 창업활동 지원으로 지역 농산물의 부가가치 증진과 경제활동 역량 향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청년농업인들을 위한 각종 기술지원, 정보제공, 분야별 지원사업 등을 추진해 영농 초기 소득 불안정을 겪는 청년 농업인의 안정적인 농촌 정착에 도움이 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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