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쇠고기시장 완전개방이 1년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송아지를 입식해 단기비육을 한번 할 정도의 기간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한우고급육을 생산하는 비육농가들은 이미 쇠고기시장 완전개방 영향권에 들어갔다. 현재 장기비육에 들어간 송아지의 경우 2001년에나 출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입자유화 시기가 다가오면서 한우산업계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쇠고기시장 완전개방은 한우의 설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짐은 이미 올해부터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부터 소비자 반응을 떠보기 위해 수입되기 시작한 냉장쇠고기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입되고 있고, 소비자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동안 한우산업은 수입쇠고기와는 무관하게 성장을 해왔다. 수입쇠고기의 대부분을 차지한 중등육은 한우고기시장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채 새로 늘어나는 쇠고기시장을 잠식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시동이 걸렸고, 쇠고기 수입자유화와 함께 본격 수입이 예상되는 냉장쇠고기는 한우고기시장까지 잠식할 것이라는 점에서 한우산업의 설자리를 위협하는 것이다.
한우산업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하는 것은 수입자유화 만이 아니다. 한우산업은 번식기반이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96년말 1백33만9천두에 달했던 가임암소가 지난 9월 현재 92만9천마리로 줄어들었다. 이같은 가임암소두수는 지난 93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가임암소가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데 있다. 이는 한우산업의 기반이 외부적인 시장개방이라는 요인이 아닌 내부적인 번식기반의 붕괴에 의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우리가 한우고기를 쉽게 구입해 먹을 수 있었던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우도축두수가 88만두를 기록한 97년부터 한우고기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었다.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한우고기로 둔갑해 팔리는 수입쇠고기를 한우고기로 알고 사 먹었다. 이는 유통업계의 불법유통도 문제였지만 한우고기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94년과 95년의 연간 한우도축두수는 각각 57만두 수준에 그쳤다. 그러니 한우고기를 제대로 구입할 수 없었으며, 2000년과 2001년 상황이 바로 지난 94년, 95년 상황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우번식기반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까지 도달했나 하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는 한우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수입쇠고기와 차별화를 위한 한우고급육 생산과 함께 번식기반을 회생시켜야 한다는 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설명해 주고 있다.
필자는 지난달말 국정감사자료로 발표한 축산정책자료집을 통해 한우번식기반을 회생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생산성이 떨어져 도태를 해야 하는 젖소 노산우에 한우수정란을 이식시켜 쌍둥이 송아지를 생산하는 방안을 제시한바 있다. 이 방법을 위해서는 수정란이식기술등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그리 어려운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농림부는 이미 한우암소에 수정란이식을 시켜 쌍둥이 송아지를 생산하려는 시책을 도입한바 있으며, 이를 위해 각도 종축장에 수정란생산시설을 갖추기도 했다. 이 시설을 실용화하는데 사용하면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특히 반가운 소식은 올해 경북 상주에서 젖소에 한우수정란을 이식시켜 세쌍둥이 송아지를 생산한 사실도 있다는 점이다.
위기에 빠진 한우산업이 사는 길은 각자가 맡고 있는 부문에서 최선을 다하는 길이다. 비육농가는 수입쇠고기와 품질로 차별화할 수 있는 고급육 생산에 나서야 한다. 번식농가는 고급육을 생산할 수 있는 우수한 자질을 갖춘 송아지를 값싸게 생산해 공급할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정부는 이들 농가를 지원해야 하며, 특히 번식기반의 회생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 시행해야 한다. 이제는 실천에 옮겨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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