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 과제 하다 벌레잡이 식물에 매료 … 19년 째 재배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최원석 비트로플렉스 대표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지금까지 벌레잡이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최원석 비트로플렉스 대표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지금까지 벌레잡이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언젠가 세계 화훼시장에서 벌레잡이식물, 조직배양 하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경남 고성에 위치한 비트로플렉스의 최원석을 떠올릴 수 있도록 차별화 전략을 바탕으로 농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초등학교 과제를 위해 아버지가 사다 준 벌레잡이식물에 매료돼 19년 째 식물을 재배하고 있는 최원석 비트로플렉스 대표. 
 

식물을 키우며 관찰일지를 쓰는 숙제부터 강원 영월에서 감자와 옥수수 농사를 지으셨던 친할아버지의 농사일을 돕는 등 최 대표는 도시에 살았지만 마음만은 항상 농촌에 있었다.
 

“식물이 곤충을 잡는 모습이 신기해 용돈이 모이는 대로 여러 종류의 벌레잡이식물을 아파트 베란다와 옥상에서 키웠습니다. 이 같은 과정이 쌓여 식충식물 재배하고 조직배양을 하는 비트로플렉스를 만드는 계기가 됐죠.” 
 

27세의 젊은 나이로 전국에는 5개가 밖에 없는 식물조직배양업체 중 하나인 비트로플렉스를 운영 중인 최 대표. 조직배양묘를 더 빨리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농장명을 비트로플렉스라고 지었다는 그를 만나 식물과 함께하는 삶에 대해 들어봤다.

 

# 19년 째 식물 외길 인생

 

최 대표의 농장에서는 1만5000여 개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최 대표의 농장에서는 1만5000여 개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어린시절 우연하게 접한 벌레잡이식물이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초등학교 과제 때문에 처음 접한 벌레잡이식물에 관심을 갖게 돼 14세에 블로그를 통해 직접 번식한 벌레잡이식물 분양했고 16세에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별 뜻 없이 사 온 벌레잡이식물이 곤충 등을 잡아먹는 모습에 매료돼 용돈이 생길 때마다 벌레잡이식물을 구매한 게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벌레잡이식물 관련 커뮤니티 활동을 했고 중학생 때는 국제 식충식물학회(ICPS) 정회원이 됐습니다. 아파트 옥상과 방 안에 식물공장을 만들고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판매하던 도중 옥상의 하우스가 태풍으로 날아가면서 생긴 여러 가지 문제로 서울에서 더 이상 식물을 재배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식충식물을 잘 키울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벌레잡이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서식지 사진과 기후조건을 찾아 최적의 성장 환경을 찾던 그는 6년 전 김주용 고성군 귀농귀촌협의회장의 추천으로 경남 고성에 자리 잡았다.
 

“최적의 성장 환경을 찾던 도중 조직배양 기술을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무균·항온·항습 등 환경에서 인공적으로 조성된 양분과 호르몬을 이용해 식물조직을 무한으로 증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여러 연구실과 농장을 견학한 후 조직배양실을 만들었습니다.”

 

# 역경 딛고 성장가도

 

“청소년기에 벌레잡이식물을 판매하는 업체를 만들겠다. 농사를 짓겠다는 아들의 말에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가지는 직업에 대한 편견보다는 자식이 편한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셨겠죠.”
 

최 대표는 고성으로 귀농한 후 사람과의 관계와 여러 변수로 인해 납품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심신이 미약해졌다. 이 때문에 며칠을 병원에 입원하면 농장이 쑥대밭이 됐고 다시 정비를 하다 보면 몸이 아픈 일상이 반복됐다.
 

사업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어 종자법 위반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어려움도 느꼈다.
 

“현재 후계농업인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부 중인데 지난해 사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입대 영장까지 나오면서 농장은 엉망진창이 됐습니다. 지인들의 조언을 듣고 풀을 뽑는 일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농장을 정비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4월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농장 정비에 여념이 없던 지난 4월 저온피해가 발생하면서 납품을 하기로 했던 작물이 얼어죽고 농가에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때문에 파산위기까지 갔었지만 부모님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어떻게 하면 사업이 잘 될까 고민하던 중 기존 유통체계의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도매로 납품하면 제 값을 받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이 시기 코로나19 시대에 대응해 온라인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인력을 1년 간 지원 받을 수 있는 고성군의 ‘디지털 썬다이노 일자리사업’에 선정되면서 온라인쇼핑몰은 창업 이래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벌레잡이식물을 주제로 한 정원 또는 교육은 창경궁 대온실을 비롯해 국립세종수목원, 경상남도수목원, 함평나비엑스포, 창녕군잠자리나라, 한택식물원, 천리포수목원, 고양국제꽃박람회 등은 모두 최 대표의 손을 거쳤다.

 

# 지역 청년들의 등대로 자리매김

 

“예전에는 고성군 4H-연합회 활동을 했었지만 지금은 고성군의 청년정책 등에 관심이 생겨 ‘고성군 청년정책 네트워크’와 창농을 희망하는 지역청년들의 등대가 되기 위해 ‘경상남도 청년정책 네트워크 멘토(농업)’로 활동 중입니다.”
 

최 대표는 농장을 찾아 관련 계통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단순하게 농촌에서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라면 귀농은 꿈도 꾸지 말라고 말한다.  
 

도시에서 아무 생각 없이 마시는 물도 농촌에서는 지하수나 상수도를 연결해야만 사용할 수 있고 전기도 전봇대를 사서 전기신청을 해야 쓸 수 있는데 이 마저도 마을주민들의 동의 없이는 어렵기 때문이다.
 

“귀농 시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확한 계획과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청년농업인에 대한 정부 지원과 조례 제·개정 등을 통한 지자체 지원사업이 확대되고 있는데 다른 분야와 융복합하기 가장 쉬운 산업이 농업인 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문을 두드려야 희망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장 취약한 브랜딩에 중점을 두고 있는 최 대표. 비트로플렉스 이전에 ‘최원석식물생명과학연구소’라는 사업체를 운영했기 때문에 그는 알아도 비트로플렉스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비트로플렉스에서 다루고 있는 모든 작물을 브랜딩을 통해 명품화하는 게 꿈입니다. 이를 통해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모두 대표가 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고성군과 고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받았던 지원을 바탕으로 앞으로 지역발전에 일조하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그가 운영하는 비트로플렉스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 인정 받는 농장이 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 [특별인터뷰] 강정민 고성군농업기술센터 주무관

“청년 4-H과제활동 지원사업, 청년 농업인 영농 정착지원사업, 청년 농업인 취농인턴제 지원사업, 청년 농업인 취농직불제, 청년농업인 경영진단분석 컨설팅 지원사업 등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청년농업인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농업에 참여하길 바랍니다.” 
 

지난달부터 청년농업인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강정민 고성군농업기술센터 주무관은 청년농업인의 멘토라고 말하기에는 농업에 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하지만 최원석 비트로플렉스대표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한다. 자연재해를 이겨내고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를 보며 다른 청년농업인들도 창농시 어려움을 극복하길 바라는 뜻에서다. 
 

“지역의 청년농업인들이 우수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데 일조하는 인물이 되고 싶습니다. 또한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어려운 부분은 함께 이겨내길 바랍니다. 다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수입농산물 반입이 꾸준히 늘면서 우리나라 농산물의 입지가 줄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청년농업인들을 필두로 농업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농업인들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농촌에서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어 농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우뚝서고, 누구나 농촌에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희망합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