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이 일군 사과숲, 해풍 맞아 달콤함 '두 배' 입소문 퍼져

준수한 외모에 서글서글한 눈웃음으로 당진 최고 미남 청년농업인으로 불린다는 손주현 사과수피아 대표.
 

사실 진짜 잘생긴 것은 그의 외모가 아니라 사과를 대하는 그의 마음, 농업에 대한 그의 자세다.
 

손 대표는 서울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오로지 농업에 대한 비전을 보고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 농업인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농업을 시작했다. 농업인 아버지에게 농장을 물려받은 2세와는 각오도 배경도 다른 그는 은퇴한 아버지와 함께 귀농을 결심했다. 
 

농장을 농산물을 요리하는 주방이라고 생각한다는 손 대표는 언제든 따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사과를 생산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사과에 진심인 남자, 사과에 미래와 인생을 건 그를 만나러 당진으로 가보자.

 

#최고의 사과를 위한 최고의 선택
 

물려받은 땅에 주어진 작물을 재배하는 2세 농업인과 달리 손 대표는 창업농으로,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 결정이 최고의 결정이 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사과를 재배하기로 결정하고 할아버지의 연고가 있는 당진으로 내려와 농장을 물색하며 해풍을 맞아 사과가 더욱 단단하고 맛있어질 수 있는 최적의 땅을 선정했다. 1만9800㎡(6000평) 농장에 총 2500주의 사과묘목을 심으면서 6가지의 다품종 사과를 재배한 것도 그의 선택이었다.
 

“자홍과 아리수, 루비에스, 감홍, 시나노골드, 부사 등 6가지 품종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직거래 판매를 위해 수확시기가 다른 다품종 사과를 재배해 9월부터 사과가 끊이지 않고 신선한 사과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사과를 선보여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소비자들의 취향별로 판매할 수 있는 차별성도 있습니다.”
 

사과수피아의 사과밭에 가면 다른 과수원과 달리 사과나무의 키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고밀식 재배로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높이고 일조량을 증가시켜 사과색을 예쁘게 내기 위해 손 대표가 현장을 다니며 배운 수형 기술을 농장에 접목시켰다.
 

“과수원은 주간거리가 좁고 수고를 높게 키우는 고밀식으로 사과나무를 키우고 있습니다. 처음에 과수원을 시작하면서 사과를 잘 키우는 농가들을 많이 찾아다녔습니다. 경북영천지역에 유명한 농가가 사과 수형이 독특하다고 해서 직접 가서 현장강의를 듣고 고밀식 재배를 농장에 접목시켰습니다. 고밀식 재배는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증가하고 수고가 높아 일조량이 증가해 사과의 색깔과 당도가 높습니다. 또한 수형이 단순해 기계로 작업하는데 편리합니다.”

 

#아버지와 동업자로, 과수원 창업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부모님도 도시생활자였던 손 대표는 어느 강의에서 ‘선진국일수록 농업이 발달해 있고 농촌이 고령화 돼 향후 우리나라 농업에 세대교체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농업에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다.
 

“농업에 연고가 있거나 지인이나 친척 중에도 농사를 짓는 분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농업에 비전이 있다는 생각에 한국농수산대학 과수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아버지도 막연히 은퇴후 귀농을 하시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대학졸업과 함께 과수원 창업을 했습니다.”
 

2017년 귀농한 아버지와 함께 과수원을 개원했다. 초반에는 시설과 묘목 등 많은 투자금액이 들었다. 하지만 과수 특성상 개원 후 나무가 자랄때까지 소득이 없어 경영비 충당에 어려움을 겪었다.
 

“바로 돈을 벌 거라는 생각은 안했지만 개원하고 2~3년은 소득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때 청년창업농 지원금과 4-H 영농정착 지원금 등을 통해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4-H는 위기의 순간에 늘 도움이 됐다. 연고도 없는 지역에 와서 농업을 하면서 처음에는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처음 당진에 와서는 많이 외로웠습니다. 서울에 자주 가서 친구들을 만나곤 했는데 4-H를 알게 되면서 당진에 있는 청년농업인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지금은 서울에 있는 친구들보다 더 가까이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 사과수피아가 성장한 데는 4-H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농업인들과 농사와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 위로가 되기도 하면서 성장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해풍 맞은 사과, 더 달고 더 깨끗하게

사과수피아의 ‘수피아’는 순우리말로 숲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당진에 정착할 때부터 사과 과수원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해안성 기후의 이점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당진시 석문면은 서해안 바다와 인접해 사과가 해풍을 맞고 자랍니다. 과수원과 5분 거리에 바다가 있어 사과가 해풍을 맞아 미네랄이 풍부하고 풍미가 좋습니다. 사과수피아의 사과는 100% 직거래로 판매됩니다. 네이버 스토어팜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기업 선물용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사과를 한번 맛본 분들은 재구매율이 높습니다.”
 

실제로 사과수피아의 사과는 해안성 기후로 일교차가 커 착색이 잘되고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당진의 지역적 특색이 주는 이점은 물론 ‘청결’을 좌우명으로 생각하는 손 대표의 노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2세 청년농업인들은 부모세대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저는 처음부터 아버지와 동업자로 시작했기 때문에 저는 전문적인 지식을 익히고 아버지는 사과대학에서 마이스터 과정을 이수하는 등 현장에서 부지런히 익힌 기술을 함께 상의하며 사과를 키웁니다. 아무래도 제가 젊다 보니까 당진의 지역장터인 ‘당장’에서 사과를 팔기도 하고 개인 SNS를 통해 우리 사과를 홍보하면서 많은 분들이 사과수피아를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2017년 과수원 개원 이후 이듬해 3000만 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1억5000만 원으로 2년 사이에 5배 이상 늘어났다. 과수원 개원 후 2~3년은 소득이 없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수 년만에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과수원 규모를 더 늘릴 생각은 없습니다. 고밀식 재배로 생산성을 높이되 향후 사과농사 뿐 아니라 사과체험을 연계한 카페를 창업해서 생산과 가공, 체험이 합쳐진 6차산업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이 카페로 농업 외 수익창출 뿐 아니라 지역농산물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시스템도 구축해 지역사회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더 먼 미래에는 현장교수가 돼 제가 배웠던 것처럼 후배농업인 양성에 힘써 대한민국 농업이 발전하는데 밑거름이 되고 싶습니다.”


[특별인터뷰] 성기윤 당진시농업기술센터 지도사

 

올해로 지도사 2년차에 들어가는 성기윤 당진시농업기술센터 지도하는 부임 첫해 1년 중 야근을 안한 날을 손에 꼽을 정도로 성실하게 일하는 지도사로 유명하다.
 

“제가 원래 매사에 열심히 일하는 성격이라 업무를 배정받고 매일 야근을 하며 일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날 야근 중에 손주현 사과수피아 대표 전화를 받았는데 ‘고생이 많다고, 청년농업인 담당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말에 피로와 스트레스가 사라졌던 것 같아요.”
 

동갑내기 손 대표와는 친구처럼 지내며 어려움과 고민을 나누는 사이다. 
 

“우리집도 당진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서 청년농업인들의 고민이 남일 같지 않습니다. 더욱 제일처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당진시농업기술센터는 청년농업인의 안정적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 사업, 청년농업인 경영, 진단 분석 컨설팅 지원을 하며, 청년농업인으로 구성된 4-H 연합회 육성을 위해 영농 승계 네트워크 역량 강화 교육, 선진농업기술교육 등 지역내 젊은 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손 대표도 당진시농업기술센터의 지원사업을 많이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당진시농업기술센터는 제2, 제3의 손주현을 만들기 위해 미래 성장 동력인 청년농업인 조기 영농정착 지원과 이를 위한 영농기반 조성 지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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