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배로 만든 배즙·감성카페 입소문 타고 '인기몰이'

고시공부를 포기하고 귀농한 청년농은 부모님의 배 과수원이 태풍피해를 입으면서 과수생산만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생각에 배즙 가공을 시작했다.
 

남다른 신념으로 배즙 생산에 매달린 김영순 아름답게그린배 대표는 뒤늦게 얻은 쌍둥이 딸의 돌 사진을 걸고 배즙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배즙을 판매하는 쌍둥이 아빠의 진심은 통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배즙사이에서 그의 배즙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김 대표는 배를 콘셉트로 한 배밭이 보이는 카페 ‘밭뷰’로 젊은 이들에게는 영광의 감성카페 주인장으로도 유명하다. 배즙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배즙 사랑 이야기를 들으러 영광으로 가보자. 
 
 

#태풍피해, 가공사업에 눈뜨게 하다
 

지역 국립대학의 화학과를 진학하며 공부 잘하는 아들로 통했던 김 대표는 고시공부를 1년쯤 하다 귀향해 부모님의 농장에서 수확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렇게 2년여쯤 농사일을 돕다 농장이 태풍 피해를 입었다. 김 대표는 그때 돌을 맞은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분신같던 배가 거의 낙과되는데 청천벽력같았어요. 배농사로 1년을 살아야 하는데 정말 가혹한 형벌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처음으로 배 수확이 아닌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 대표는 청년농부라는 신선함을 전면에 내세워 직접 짠 배즙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배즙이 넘쳐났지만 그의 배즙은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주요 온라인 숍의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배즙 판매가 증가하면서 과수원 경영구조를 변경했어요. 원예과에 다시 진학해서 생산분야에 대해서는 공부를 했는데 가공은 모르는 분야였습니다. 뭐든지 제대로 알아야 할 수 있는 성격이어서 대학원 진학을 했습니다. 식품가공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죠.”
 

대학원에서 어린 배가 항산화에 좋은 폴리페놀이 3배 이상 많다는 사실을 알고 어린배를 이용한 배즙제조방법에 관한 특허를 획득했다.
 

그쯤 브랜드 공부도 하기 시작해 2014년에는 자체 브랜드와 캐릭터로 제품을 만들고 법인도 설립했다.
 

“우리 배즙을 사는 분들 대부분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는데 착안해 ‘꼬샤꼬샤’라는 브랜드와 캐릭터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제품을 만드느데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김 대표의 배즙은 홈쇼핑 진출에 이어 2015년에는 캐나다 수출도 시작했다. 
 

아름다운그린배의 배즙은 김영순 대표가 직접 키운 배를 가공해 만든다. 
아름다운그린배의 배즙은 김영순 대표가 직접 키운 배를 가공해 만든다. 

#영광 농업인들에게, 영광을

앞만 보고 달려오던 김 대표는 사업이 괘도에 오르자 주위의 청년농업인들에게 눈이 가기 시작했다. 본인이 겪었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농업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대표는 자기가 제일 잘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제일 잘하는 것이 농산물 가공과 유통이라고 생각해서 우리 집에서 생산하는 배 뿐 아니라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농특산물을 활용해 가공해 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영광군은 밭농사 중심지역으로 양배추, 새싹보리 호박 등 가공용 원료를 주로 재배하고 있는데 대부분 산지 도매인을 통해 출하하고 있어 영광 농업인들을 위한 가공과 판로개척이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양배추, 새싹보리 등을 활용한 제품개발 노력 끝에 2018년 후반부터 영광의 농특산물을 활용한 제품생산이 본격화됐다. 이듬해인 2019년 김 대표는 영광군과 지역농협이 하나가 되어 만든 영광군 유통과 계약재배 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농업인과 기업 상생협력의 장을 마련했다. 영광군과 영광군유통회사, 생산자단체와 연 4회 이상 지속적인 상생회의를 통해 계약재배 참여농가를 조직화하고 영광군유통회사와 계약재배 협약을 하는 등 상호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그 결과 현재 연간 150여 톤의 영광 양배추를 소비하는 등 가격하락으로 판로를 잃고 농사를 포기하던 농가들에게 김 대표는 확실한 판매처를 보장하며 지역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5년 이내 500톤이상의 계약재배량 증가가 예상되고 2억 원 이상의 수매가 예상됩니다. 양배추즙을 시작으로 새싹보리주스, 야채주스, 아로니아배즙 등 계약재배를 통해 제품군을 넓혀가면서 학교급식, 홈쇼핑, 코레일 스토리웨이, 수출, 쿠팡 등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며 지역농업인들의 피땀어린 농산물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배즙의 캐나다 수출을 계기로 수출활로 개척에도 일가견 있는 김 대표는 2019년에는 중국으로 브롤로 양배추즙을 수출하는 등 지속적인 수출액 증대에도 힘쓰고 있다.

 

#배로 그리는 세상
 

김 대표의 아름답게그린배는 각종 인증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쌓았을 뿐 아니라 농촌융복합사업자인증, 전라남도지사품질인증, 남도미향 인증 등 지역에서 인정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 대표의 사업성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아내 정혜미 씨는 소비자를 배려하는 서비스로 아름답게그린배의 인기몰이에 힘을 더하고 있다. 
 

아내 정혜미 씨는 “남편이 내성적이고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인데 배즙과 관련해서는 ‘관종’이 돼야 한다면서 각종 사회망관계서비스(SNS) 활동을 하고 홈쇼핑 방송에서도 직접 배즙을 설명합니다. 저는 쌍둥이를 키우면서 사업에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제품을 믿고 찾아주시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뭔지 직접 들으면서 해결하려고 하죠.”
 

배밭이 보이는 카페 ‘밭뷰’ 전경.
배밭이 보이는 카페 ‘밭뷰’ 전경.

안팎으로 배즙만 생각하는 이들 부부는 최근 배밭이 보이는 카페 ‘밭뷰’를 개장, 지역 감성카페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아내가 인공수분을 공부해서 배꽃을 피웠는데 배꽃이 피었을 때 배밭이 정말 아름답더라구요. 배밭이 보이는 카페를 만들자고 입버릇처럼 말하다가 정말 개장을 했습니다. 시골에 누가 오겠냐고 했는데 생각보다 아름다운 풍광을 찾아 오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주말에는 직원을 세 명이나 둘 때도 있습니다.”
 

김 대표는 밭뷰를 통해 지역농산물을 이용한 체험형까페로 발전시킬 생각이다. 이를 계기로 도농상생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계획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지역 농업인들과의 상생이 목표입니다. 아름답게그린배영농조합법인은 대한민국 최고의 지역밀착기업에서 세계의 지역밀착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사회환원을 통해 함께 사는 사회실현에도 공헌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특별인터뷰] 김영진 영광군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팀장
 

“김영순 아름답게그린배 대표는 영광군과 협력관계 속에서 큰 성장을 이룬 6차산업의 성공적인 모델입니다. 김 대표같은 청년농업인을 영광군에서 한명이라도 더 발굴해 내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영광군에서는 영농초기 소득이 불안정하고 영농경험이 부족한 청년농업인들을 위해 영농정착 지원금 지급, 멘토멘티 현장실습 지원, 농가경영컨설팅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특히 2018년부터 시행된 청년농업인 영농정착금 지원사업은 영농소득이 나지 않는 기간에도 생활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매월 바우처를 지급해 줘 청년농업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영광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차세대 농업진출을 목표로 하는 청년 농업인들을 위해 6차산업 활성화와 정보통신기술(ICT)기반 확보 등의 각종 보조사업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원들이 제2의 김영순을 만드는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진 영광군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팀장은 코로나의 어려움 속에서도 잘 버텨주고 있는 청년농업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영광군농업기술센터는 청년농업인들을 위해 존재하며 언제든지 도움을 드릴 준비가 돼 있습니다. 사업상담, 기술컨설팅 등 적극적으로 행정지원 하겠습니다. 청년농업인들도 적극적으로 농업기술센터를 찾아주셔서 서로 소통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며 잘사는 농업농촌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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