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축산 용어 40% 정도…조사 지속돼야

[농수축산신문=김소연 기자]

남북한축산용어집펴내
상호이해·공감대 형성 근간 위해
축산전문가·국문학자 협력 필요

 

남북한 간 축산용어가 상당히 달라 그동안 북한의 축산기술을 연구할 때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특히 객관적이고 명확한 표현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언어인 과학기술 용어를 남북한 간 이질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학술적 교류협력의 결정적 장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용어집을 출판하게 됐습니다.”

성경일 강원대학교 교수가 최근 강원대 통일강원연구소·동물생명과학연구소와 함께 남북한축산용어집을 출판했다.

대표편저를 맡은 성 교수에게 용어집 집필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 남북한축산용어집을 집필할 때 어려웠던 점은.

용어집 집필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용어 수집이었다. 북한 자료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보유한 학술용어집 등 북한 어휘 자원들을 제공받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남한의 축산용어 수집 시 기준이 되는 축산용어집에 수록되어 있는 용어를 일일이 엑셀에 기입하고 검토하는 과정은 수작업으로 해야 했다. 축산용어집에 기재된 용어 수 5030개를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집하려고 시도해보았지만 고려해야 할 점이 매우 많고 프로그램을 돌려 보았지만 그 결과가 실제와 차이가 있어 수작업 방식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가장 어려웠다.

그 다음은 남북한 축산용어가 서로 일치하는지를 일일이 남북한의 용어의 설명문을 읽으면서 검토하는 일이었다. 이 작업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했으며 북한 용어의 경우 설명문 내에 다시 모르는 용어가 있으면 또 찾아야 하는 인내가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 집필 과정에서 인상적이었던 용어는.

북한축산용어는 남한축산용어보다 순우리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초지-풀밭, 가축-집짐승, 부화-가금알깨우기, 분쇄육-고기가루, 사일리지-풀절임에서와 같이 외국어나 한자로 표기돼 있는 것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순우리말로 순화해 표현하고 있어 인상 깊었다.

특히 엔멘탈치즈-구멍치즈와 같이 엔멘(Emmen) 지역의 계곡(tal)에서 만들어진 엔멘탈(Emmental) 치즈를 북한에서는 치즈의 외형에 중점 가치를 두고 구멍치즈로 순화한 것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 남북한 축산분야 교류 활성화를 위해 힘써야 할 부분은.

북한의 김정은은 4대 축산 발전과제로 좋은 가축(집 짐승) 종자 확보 사료 문제 해결 과학적 사양관리 철저한 수의 방역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축산분야에서 남북교류협력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가축개량시스템과 가축사육시스템 지원, 풀사료생산 기반과 사료공장 확충, 수의공동방역대책 등은 앞으로 협력해야 할 긴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용어집에 수록하지 못한 용어의 수는 남한축산용어집 5030개 중 2144개이다. 나머지 부분은 후학들이 비교검토해서 보다 새로운 개정판이 나오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이번 남북한축산용어 비교연구에서 남북한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용어는 대략 40%50%도 되지 않아 커다란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작업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축산전문가와 국문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와의 협력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특히 남북한 용어비교 연구는 축산은 물론 모든 분야에서 남북한 교류협력의 핵심이 되는 상호 이해와 공감대 형성의 근간이 되므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적으로 조사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남북한 용어 연구는 표준화나 통일화가 돼야 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후배 연구자들의 사명감이 요구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 축산관련 용어집이나 관련서적 공동 집필, 학술지발간, 공동세미나 등은 남북정세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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