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HMR·굿즈까지…계란의 ‘무한변신’
[농수축산신문=김소연 기자]
최근 사료가격 상승으로 농가의 경영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계란으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한 곳이 있다.
바로 제주지역 전체 계란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제주웰빙영농조합(이하 제주웰빙)이다.
이곳의 사업 총책임자인 이욱기 대표는 유통, 가공, 연구 등 각 영역을 책임지고 있는 5명의 아빠들과 함께 ‘우주에서 가장 맛있는 계란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애월아빠들’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 40만 마리·매출 220억 원으로 키워
사료회사를 다녔던 이 대표는 2005년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계란 사업에 뛰어들었다. 1979년 양계 사업을 시작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3만 마리 규모의 산란계 농장은 현대화 사업을 거쳐 현재 40만 마리 규모의 농장으로 성장했다.
그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생란 위주의 계란 시장을 베이커리, 커피, 가정간편식(HMR),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 상품, 알닭으로 만든 해장국 음식점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매출 규모만 지난해 220억 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27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월아빠들은 내 가족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계란을 생산하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제주에서 최초로 동물복지 인증, 통합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 등을 받으며 계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닭들의 면역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직접 사료도 개발했다. 직접 따온 쑥과 솔잎, 조업을 통해 수확된 자연산 생선, 봄철 바닷가 모래사장에 떠밀려 온 신선한 상태의 감태나 톳 등의 해초를 사용해 숙성 과정을 거쳐 사료에 섞어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료는 원료의 항산화 물질이 증폭돼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한편 난각 색이 진하고 뚜렷해져 품질과 맛이 향상된다.
# 제주 토종닭 ‘구엄닭’ 지켜
제주웰빙에선 제주도 토종닭인 구엄닭 농장을 운영해 재래종 보존에도 힘쓰고 있다.
구엄닭은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의 지명에서 유래됐고 산란율이 기존 닭의 45%에 그쳐 귀한 닭이다. 구엄닭이 낳은 계란은 특유의 계란 비린내가 없어 생란을 못 먹는 사람도 먹을 수 있고 일반 계란에 비해 감칠맛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이 대표는 “생산성이 떨어져 구엄닭을 키우는 사람이 없어 저희가 안 했으면 없어질 뻔했다”면서 “프리미엄 계란 시장이 형성된다면 분명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구엄닭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엄닭이 낳은 계란은 1개당 최고 1200원에 거래돼 일반 산란계가 낳은 동물복지 유정란 계란보다 2배 가량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구엄닭을 전문으로 사육하고 있는 부성농장의 부웅관 농장주는 “제주도민으로서 제주 토종닭을 키우는 자부심이 크다”면서 “제주웰빙과 함께 일하면서 판로 걱정 없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제주도의 지리적 한계 온라인으로 극복
이 대표는 온라인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주웰빙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가정집에 계란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4년째 운영하고 있다. 신선하고 맛있다고 입소문을 타면서 매년 300가구 이상의 회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에게 신선한 계란을 전달하기 위해 선별장에 온 계란은 물 세척과 브러시 세척, UV 살균, 파각검출기 등으로 철저한 선별과정을 거쳐 냉장 보관된다. 제주 전역에 당일 배송되며 제주 외 지역은 택배로 발송돼 바다 건너에서도 제주도의 신선한 계란을 맛볼 수 있다.
제주웰빙은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까지도 사로잡았다. 2019년 제주 최초로 홍콩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계란을 수출하는 성과를 낸 것이다. 계란을 수출할 때도 냉장 컨테이너로 저온 처리해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홍콩에는 5차 물량, 두바이에는 2차 물량까지 공급됐고 현재는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잠시 중단됐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언제든지 수출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 계란, 먹거리를 넘어 체험 공간 만들 것
이 대표는 계란이 다양한 먹거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커피와 동물복지 유정란으로 만든 빵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인 ‘알라운지’를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계란을 활용한 에스프레소, 수플레 팬케이크,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 등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웹툰 작가를 고용해 계란 캐릭터를 만들어 티셔츠, 머그컵, 볼펜 등을 선보이고 있다.
알라운지를 담당하고 있는 이종관 제주웰빙 본부장은 “계란은 다양한 먹거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친근한 캐릭터 상품을 개발해 계란을 활용한 먹거리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계란을 먹거리뿐만 아니라 체험도 할 수 있는 6차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욱기 대표는 “일본의 양계 6차 산업 선도 회사인 ‘꼬꼬팜’처럼 계란을 활용해 먹거리를 넘어 체험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