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품종 블루베리 재배 …청소년·현대인 위한 치유농장 역할도 톡톡

 

“머물고 싶은 땅, 머물고 싶은 농촌을 만들고자 농장 법인명을 스테이지 파머스룸으로 지었습니다. 이 공간이 농부들의 무대라는 의미도 담고 있죠. 스테이지 파머스룸은 학교 밖 청소년, 현대인을 위한 치유농장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할 예정입니다.”
 

가고 싶은 농촌, 머물고 싶은 농촌을 만들고 있는 이동우 스테이지 파머스룸 대표는 고향인 경북 상주에 주변환경과 어울리는 체험농장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농업에 뛰어들었다.
 

12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22만4400㎡(6만8000평)의 중덕저수지 자연생태공원이 방치, 유휴화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상주 4-H 청년농업인 5명과 뜻을 모아 이 지역 활성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는 청년농업인들이 소멸위기에 놓인 농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주말마다 농장일을 도우며 성인이 되면 힘든 농사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아이가 상주 지역 청년농업인들을 대표해 우수사례로 꼽히게 된 사연을 들어보자.

 

# 농업이 싫었던 아이의 첫 시작

 

“처음에는 절대 농사를 짓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가정에서 태어나 일을 도왔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농업을 장래희망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이 대표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졸업하면 뭘 해 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문득 가졌다. 당시 그는 공부에 취미가 없었기 때문에 대학 진학보다는 토목업으로의 취업을 생각했다.
 

여름 방학 때 나간 현장 실습에서 퇴직을 고민하는 소장, 과장 등을 보며 그의 고민은 다시 시작됐다. 
 

“집으로 돌아와 할아버지의 감자밭 일을 도우며 농사는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고, 망해도 자급자족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학교생활도 쉽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죠.”
 

이에 그는 한국농수산대학를 진학하겠다는 꿈을 갖고 손 놓았던 학업을 다시 시작했다.
 

“내신 상위 등급을 유지하면서 대학을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농업이라는 목표를 위해 처음으로 진정한 노력을 통해 성취감을 느꼈죠. 이 시기 인생에서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에너지를 심어준 농업분야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 판매 다각화를 통한 성장

이동우 스테이지 파머스룸 대표는 8250㎡(2500평)에서 재배한 블루베리를 농협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직매장 등을 비롯한 오프라인 채널과 체험을 통해 판매한다.
이동우 스테이지 파머스룸 대표는 8250㎡(2500평)에서 재배한 블루베리를 농협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직매장 등을 비롯한 오프라인 채널과 체험을 통해 판매한다.

“2016년 한국농수산대 졸업 후 처음 블루베리를 재배하면서 직거래로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판매를 위해 낮에는 밭에서, 밤에는 컴퓨터 앞에서 하루 5~6시간을 할애하며 6개월을 보냈죠.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일일 블로그 방문객 수가 500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블로그를 통한 블루베리 판매는 15만 원에 불과했죠.”
 

SNS 이론 교육이 실제 효과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블루베리 품종에 대한 전문성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블로그를 만들었다. 그 시기 블로그 외에도 프리마켓 형태의 오프라인 이벤트 매장인 ‘서울 농부시장 마르쉐’를 알게 됐다. 
 

전날 12시간을 준비하고 새벽에 자동차로 3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초창기 하루 매출은 15만 원에 불과했다. 이에 부스 꾸미기, 친환경적인 포장방식, 다양한 품종 등을 바탕으로 블루베리 홍보 방식을 바꿨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블로그를 통한 판매는 수확기 3000만~5000만 원까지 늘었으며 프리마켓은 출점할 때마다 완판 신화를 쓰고 있다.
 

“2016년 중년의 아주머니가 마트에서 과일의 맛이 지난번과 다르다는 혼잣말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문득 같은 품종의 블루베리로 소비자의 입맛에 따라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이에 30개 품종의 블루베리를 재배하면서 ‘달달한 맛’, ‘새콤달콤한 맛’, ‘신맛’ 등의 형태로 구분해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품종의 이름과 특징을 기재한 후 블루베리의 판매는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 쉽지 않았던 체험농장

 

블루베리가 한참 익어가고 있다.
블루베리가 한참 익어가고 있다.

“마을 인근의 유휴화된 중덕저수지 생태공원을 활성화하고자 블루베리, 감, 비트를 재배하고 한우를 사육하는 농부들이 2018년 모였습니다. 중덕저수지에 관광 프로그램 개발과 농가 카페 등의 사업 모델을 구상하게 됐죠.”
 

중덕저수지의 활성화와 더불어 상주 지역의 우수 농축산물을 알리기 위해 모인 그들의 출발은 쉽지 않았다.
 

2019년 100만 원의 출자금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체험농장을 위해 6000만 원으로 비닐하우스를 설치했지만 2020년 상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15일 만에 사업을 포기했다.
 

“너무 섣부른 결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상주 시내에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것을 본 이후 체험농장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2016년부터 기반구축 사업을 신청했지만 4년 동안이나 선정되지 않았죠. 머물고 싶은 땅, 머물고 싶은 농촌을 만들겠다는 꿈을 접어야 하나 많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2020년 청년농업인 기반구축 사업을 신청했다. 다행히 사업에 선정돼 창고형태의 체험장을 건립하고 재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
 

“지난해 1월 재개장한 체험농장에는 1월 4명, 2월 11명, 3월 87명 등 연간 3274명의 도시민들이 찾았습니다. 대구시민들이 전체 6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았습니다. 1월 12만 원에 불과했던 체험농장 매출은 성수기 월 1600만 원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체험농장 매출만 8000만 원 이상을 달성했습니다. 1년 동안 체험농장을 운영하면서 도시 접근성이 떨어지고 관광지도 아닌 지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스테이지 파머스룸의 블루베리는 농협 하나로마트에 60%, 직거래 20%, 로컬푸드 직매장 10%, 체험 10%를 바탕으로 판매된다.”

 

# 연 2만 명 관광객 유치 목표

 

“스테이지 파머스룸의 목표는 연간 2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입니다. 체험이라는 과정을 통해 수확은 즐거운 추억을 제공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며 스테이지 파머스룸 입장에서는 노동력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2만 명의 방문객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험장에 고용 창출이 이뤄지고 단골고객이 확보되면 유통에 대한 고민도 사라질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인력, 유통 등의 고민이 해결되면 이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은 블루베리에만 신경 쓰면 되는 선순환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비용, 주변 자원을 활용한 실용적인 체험농장 형태의 디스플레이, 플레이팅 경험을 교육자료로 만들고 지역·특산물을 느낄 수 있는 오가형 카페, 스테이 공간, 치유농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힐링의 공간으로 스테이지 파머스룸을 만들겠습니다.”

 

#[멘토인터뷰] 김세화 상주시농업기술센터 지도사

 

“지난해 관내 4-H 지도교사 대상의 워크숍을 스테이지 파머스룸에서 실시했습니다. 지도교사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은 눈과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남녀노소, 연령층에 맞는 눈높이 교육과 체험활동이 입소문을 타면서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예약도 쇄도하고 있습니다. 이동우 대표뿐만 아니라 청년농업인들이 자신의 농업 분야에서 또 다른 농업인의 멘토로 성장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친구 같은 지도사로 포기하지 않고 열정으로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파하고 있는 김세화 상주시농업기술센터 지도사.
 

김 지도사는 창업농들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농업에 종사할 생각은 없었다. 대학에서 생명 교육을 전공했는데 조교시절 종자와 가공에 관심을 갖은 후 관련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농며들었다’고 말한다.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기술이나 경험 부족으로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이럴 때 누군가 잡아주는 작은 손길이 큰 힘이 되죠. 농업기술센터 지도사로서 농업인들에게 항상 힘이 되는 인물이 되고 싶습니다.”
 

상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각 전문 지도사뿐만 아니라 75명의 청년농업인으로 영농 4-H회를 운영하고 있다. 상주농기센터는 영농 4-H회가 다른 지역보다 많은 인적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동아리 활동 또한 활성화돼 있다고 자부한다.
 

청년농업인들이 농업에 정착할 수 있는 자립기반 조성을 위한 모델들을 발굴하고 관련 사업도 추진한다. 매년 실시되는 청년농업인 CEO양성 교육은 재배·사육 등의 농업경영에 도움을 주며 청년농업인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자격증 취득과정도 추진 중이다. 
 

2023년에는 청년농업인 육성을 위한 영농기반 구축사업을 시비로 10개소 정도 지원할 예정이다.
 

“상주는 다양한 농업을 경영할 수 있는 곳으로 그만큼 다양한 청년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기존에 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농업인과 새롭게 유입되는 청년농업인들이 열정과 패기로 상주 농업을 이끄는 기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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