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소연 기자]

농식품부가 낙농제도 논의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가운데 낙농가에서는 원유 납유 거부 등 강경투쟁에 나선다고 밝혀 정부와 낙농가 간 대립이 심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달 충남도청에서 열린 규탄 집회에서 낙농가들이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반대하며 우유 반납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이달부터 우유 대란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놓고 정부와 낙농가 단체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낙농제도 개편 협의가 잠정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 1일부터 새 원유 기본가격이 적용돼야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가 지난달 28일 낙농제도 개편과 원유 가격에 대한 논의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혀 당분간 기존 원유 가격이 유지될 전망이다.

낙농가들은 생산비 폭등으로 경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원유 가격이 유지되면 최후의 수단으로 원유 납유 거부 등 강경 투쟁에 나선다고 밝혀 하반기에 우유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 농식품부, 신뢰성 훼손으로 협의 중단선언

농식품부는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한국낙농육우협회(이하 협회)와 신뢰성이 훼손됐다며 낙농제도 개편 논의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농식품부는 정부는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협회와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낙농제도 개편과 원유 가격 결정을 위한 논의를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6일과 27일 경기와 강원에서 열린 낙농제도 개편과 관련된 설명회에는 참석자가 예상보다 극히 저조해 설명회 자체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사태를 생산자 단체가 의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농식품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논의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낙농가, 농협, 지자체와의 간담회와 설명회는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협회와도 신뢰가 회복돼 여건이 개선되면 즉시 논의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낙농육우협회, ‘제발 터놓고 협의하자

농식품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협회는 허심탄회하게 협의해 나가자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설명회 일정에 대해 사전에 알려주지도 않아 협회가 도지회별 일정을 파악해 적극 참여하라는 지침을 도지회에 시달했다면서 협회는 농식품부 내부에서 협회의 방해가 있었다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국자에게 사실에 근거해 충분히 해명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어 농식품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협회가 정부안을 오해하고 낙농가들을 선동했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정부가 협회를 패싱해 왔으면서 갑작스럽게 협회와의 논의 중단을 선언한 것은 소도 웃을 일이다고 반박했다.

 

# 용도별 차등가격제 놓고 서로 다른 주장

농식품부와 협회는 1년 가까이 용도별 차등가격제 등을 골자로 한 낙농제도 개편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현행 생산비 연동제는 해마다 소비가 줄어도 원유 가격은 계속 오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음용유와 가공유의 가격을 나눠 생산비를 책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해 음용유 195만 톤은 리터당 1100, 가공유 10만 톤은 리터당 800원으로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시 올해 원유 생산량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므로 쿼터가 감소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도 지난 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낙농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낙농을 쌀만큼이나 중요한 품목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 이대로 놔두면 국내 낙농 산업은 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도를 바꿔야 한다하지만 낙농가들은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당장 소득이 감소할 거라고 오해하고 있어 그렇지 않다는 것을 현장에 알리고 원만하게 합의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낙농가에서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전체 쿼터량이 감소돼 농가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며 새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정상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는 쿼터 총량은 220만 톤으로 정부 계획대로라면 정상가격을 받을 수 있는 쿼터량이 25만 톤 줄어든다.

한 낙농가는 리터당 1100원에 받을 수 있는 것을 800원에 팔라는 것은 농가들이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이라며 생산비가 폭등하고 있어 유대값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으로 정상 유대 가격을 못 받으면 낙농을 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고 하소연했다.

협회에 따르면 낙농제도 불안으로 지난해 폐업농은 2020년 대비 67%까지 증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산비 폭등으로 낙농가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협회는 사료가격 폭등세 지속에 따라 현장 낙농가들이 육성우 감축에 나서면서 암송아지 가격이 1만 원에도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심지어 일일 1톤을 납유하는 농가가 15일 유대로 사료비, 약품비 등을 공제하고 고작 40여만 원 밖에 수령하지 못했다고 협회에 울먹이며 하소연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협회는 정부가 지난달 20일 새롭게 제시한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대해 낙농가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추가 논의 과제와 낙농가 의견을 공문을 통해 정부 측에 전달하고 정부와 생산자 협상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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