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ICT기자재 표준화 미비...농식품 분야 전문·독자적 표준 만들어져야

제품 간 호환성 제대로 확보 안돼 원활한 AS 받지 못하는 농업인 많고 생산업체도 기술개발 경쟁과 AS로 부담감 느껴

TTAS는 정보통신 분야 단체표준으로 스마트팜 관련 지난해 기준 70건 등록돼 있지만 스마트팜은 정보통신만 다루는게 아니라 TTAS로는 한계

표준 제정에서도 스마트팜 전문가 확보 어려움 제기

농업 특수성 반영,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융합분야에 어울리는 스마트팜의 독자적 표준 필요

[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스마트팜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부품호환성과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스마트팜 기자재 표준화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5~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그린&아그리텍 아시아 2022에 전시된 팜인농업회사법인(주)의 스마트팜 장비.
스마트팜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부품호환성과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스마트팜 기자재 표준화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5~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그린&아그리텍 아시아 2022에 전시된 팜인농업회사법인(주)의 스마트팜 장비.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을 농축수산업 분야에 접목해 노동력 절약과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산업으로 노동력 부족과 기후변화의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농업의 새로운 방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2014년부터 스마트팜 확산을 농업의 핵심성장동력으로 보고 보급을 장려해 왔고 그 결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시설원예 스마트팜은 2014년 누적면적 405ha에서 20205985ha, 스마트축사도 201423호에서 20203463호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스마트팜 시장이 크게 확대됐음에도 스마트팜 ICT기자재의 표준화가 아직 미비해 제품 간 호환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해 원활한 사후서비스(A/S)를 받지 못하는 농업인들이 적지 않으며 생산업체도 불필요한 기술개발 경쟁과 A/S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팜의 원활한 보급과 개발을 위해 표준화 제도를 정비하자는 요구가 일고 있다.

스마트팜 기자재 표준화 제도 현황과 과제에 대해 살펴봤다.

 

# 스마트팜 ICT기자재 표준화는 농진청이 주관, 9종의 KS표준 있어

표준이란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품의 무게, 질량 등의 규격이나 기술 등을 이해관계자들이나 표준화기구가 표준으로 결정한 것이다. 표준은 권장 사항으로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

표준은 적용범위에 따라 국제표준, 국가표준, 단체표준로 나뉜다. 농기계에 관련한 국제표준은 보통 국제표준화기구 기술위원회23(ISO/TC23)이 관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국가표준인 KS표준도 보통 ISO표준과 연동된다.

우리나라에서 농기계 관련 국가표준은 보통 국가기술표준원이 관리하지만 스마트팜 분야와 관련 있는 농업용 전기전자 분야(ISO/TC23/SC19)는 예외적으로 2020년 국가기술표준원과 농촌진흥청이 공동관리하다가 지난해부터 농진청이 독자적으로 주관하고 있다. 다만 농진청은 표준개발협력기관(COSD)으로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하 농진원)을 지정해 표준개발 등에 대한 협력을 받고 있다. 현재 스마트팜 관련 KS표준은 9건으로 3건이 신규등록 진행 중이며 올해 내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체표준은 기관·단체가 정하는 표준으로 보통 KS표준은 단체표준 중에서 산업표준심의회 심의 등을 거쳐 제정된다. 스마트팜 관련 단체표준은 중소기업중앙회가 관장하는 단체표준(SPS)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정보통신단체표준(TTAS)이 있다.

스마트팜 관련 SPS는 농진원이 내·외부 의견수렴과 내부 심의위원회를 거친 단체표준안을 중소기업중앙회에 SPS 제정 신청을 하면 심의 후 제정되는 과정을 거친다. 지금까지 9건이 등록돼 있으며 현재 10건이 신규등록 과정 중에 있다.

TTAS는 정보통신 분야의 단체표준으로 스마트팜 관련으로는 지난해 기준 70건이 등록돼 있다.

농식품부는 스마트팜 ICT기자재에 대한 표준이 자리잡도록 2020년부터 매년 스마트팜 ICT기자재 국가표준 확산 지원사업을 통해 표준확산 컨설팅, 시제품 제작·현장실증, 검인증 비용 바우처 지원, 스마트팜 표준화 지원센터 운영 등을 시행하고 있다.

 

# 이해관계자 합의 필요

농산업 관련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은 스마트팜 표준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자발적인 합의라고 입을 모은다.

이중용 서울대 교수는 지난 627일에 개최된 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단의 전문가 좌담회에서 표준이란 지식·정보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을 공개하는 것에 가깝다어느 한 편이 일방적으로 표준을 만들 순 없고 기업,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합의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어설픈 표준은 관계자들의 강한 저항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마트팜 업계에서는 표준이 법적 강제력이 없음에도 정부의 표준화 정책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스마트팜 업체 대표는 다른 산업분야는 경쟁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으로도 충분한데 유독 스마트팜 분야에서만 자꾸 표준을 정해서 제약이 되고 있다표준이 굴레가 돼선 안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보편타당하거나 잘 알려진 기술은 표준화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표준화는 기업 간 이해관계가 없어져야 비로소 가능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그런 단계가 전혀 아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마트팜 선진국인 네덜란드도 기업 간 경쟁을 통해 표준을 정한다며 시장 원리에 따른 표준화를 지지했다.

이에 대해 농진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단체표준을 제정할 때 농산업체에 수요조사를 해 불편한 점을 위주로 표준화하고자 하며 매해 스마트팜 ICT기자재 융합표준화포럼을 개최해 현장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또한 SPS 등록 심사과정 중에도 고시를 통해 30~60일간 의견을 제출받아 반영하기도 하고 표준으로 등록된 뒤에도 의무적으로 3년마다 적부 확인을 해 없어지거나 변화된 상황에 맞게 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팜 관련 국가표준업무를 주관하는 농진청 측도 “COSD 기관인 농진원이 표준화와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서 단체표준의 KS표준화 신청을 하게되며 이미 등록된 KS표준도 5년에 한 번씩 적부확인을 수행한다고 전했다.

 

# 표준 제정에 농업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어야

스마트팜이 농업, ICT, AI 등이 융합된 분야인 만큼 표준화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관련 기술 전문가는 많이 있는데 농업을 이해하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판단하는 사람은 굉장히 제한된다고 표준 제정에서 스마트팜 전문가 확보의 어려움을 제기했다.

이에 농진청 관계자는 국가표준제정 시 법적으로 전문위원회의 기술검토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데 스마트팜 관련 전문위원회인 농업용전자통신전문위원회에는 스마트온실, 축산, 농업기계 등 농업 관련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면서 표준화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가가 충분히 확보됐음을 강조했다. 농진원 측도 산업계와 연구기관들과 협력해 60여 명의 분야별 외부 전문가 인력풀을 운영하고 정기적·비정기적으로 회의를 가져 전문성을 유지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농업의 특수성이 반영되면서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융합 분야에 어울리는 스마트팜의 독자적인 표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스마트팜 업계의 한 관계자는 “TTAS는 정보통신 분야만 다루지만 스마트팜은 정보통신만을 다루는 것도 아니기에 TTAS로는 한계가 있다“TTAS에 포괄되지 못하는 기자재는 SPS로 등록해야 하는데 스마트팜은 작물생육모델 등 과실, 가축 등 살아있는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영역도 있는만큼 SPS에서 요구하는 수학적 엄밀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굳이 번거롭게 타분야의 협조를 받을 필요 없이 작물에 대한 이해가 반영된 농식품 분야의 전문적이고 독자적인 표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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