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꿀에 계피·도라지 등 첨가 "내 아이에게 먹일 꿀이라 생각하고 생산해요"

 

도시 생활에 지친 부산 토박이 부부가 부자가 되고 싶어 귀농을 결심했다.
 

여유 없고 빡빡한 월급쟁이를 벗어 던지고 내 사업을 해보고 싶어 시작한 것이 양봉업.    

꿀을 잘 먹어보지도 않았던 부부는 양봉업을 시작하면서 돈을 벌고 싶어 시작한 일이니 어렵더라도 남이 하지 않는 것, 희소성이 있어 부가가치가 높은 것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양봉 초보 부부는 사양꿀이 아닌 천연꿀로 인증을 받은 제품에 계피, 도라지, 레몬을 첨가한 기능성 꿀로 매출 2억 원을 달성했다.
 

벌이 무서워 완전무장을 하고 벌통에 가던 초보 양봉 부부는 양봉 체험장으로 한 해 1000여 명의 체험객에게 벌의 생태계를 가르치는 양봉 전문가가 됐다. 
 

내 아이들에게 먹일 꿀을 만들겠다는 초심을 지키며 흔들리지 않는 뚝심으로 경남 산청을 지키고 있는 손옥임<사진> ‘여왕벌과 황서방’ 대표를 만나보자. 

 

#층간소음 없는 시골로 귀농 결정
 

부산에서 태어나 살았던 손 대표는 화장품 세일즈를 하며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워킹맘이었다.
 

“남편은 조선소에서 기계쪽 일을 했는데 결혼한 지 7년 즈음 되니 회의가 오더라구요. 아등바등 살면서 저축하고 알뜰하게 살았는데도 돈은 안 모이고 빚은 늘고, 결정적으로 아파트에 살면서 층간소음에도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매년 휴가차 갔던 친정집의 자연환경이 좋아 부모님과 상의해 산청으로 귀농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친정 어머니의 권유로 양봉을 배우기 시작한 남편은 워낙 성실한 사람이었다. 모든 일을 불평불만 없이 해온 남편은 산청에서도 매사에 열심히 였다. 우연히 한 방송사에서 외할머니와 친정엄마 부부, 딸과 사위, 손주까지 4대의 가정을 조명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얻어 지금의 농장이름을 얻게 됐다.
 

“여왕벌과 황서방이라는 다큐멘터리 제목이 재미있었어요. 많이들 기억하시고 연락이 와서 꿀을 살수 있냐고 문의가 왔습니다. 친정엄마를 여왕벌로, 남편을 황서방으로 명명한 프로그램 제목이 재미있어 농장 이름을 그것으로 정했습니다.” 
 

방송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그해 약 4000만 원의 수익을 냈다. 생산한 꿀 전부를 전량 소매로 판매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에는 사양꿀하고 천연꿀이 뭔지도 잘 몰랐어요. 양봉을 시작하고 첫해에는 품앗이 수준이었고 수입이 정말 작았습니다. 전문 지식도 없고 양봉을 배우는 단계였기 때문에 첫해해 2000만 원정도 수익을 얻었습니다. 남편이 워낙 성실해서 벌통수를 늘려갔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꿀을 생산한 것이었습니다.”
 

검사비가 들어갔지만 매년 생산하는 꿀 전량을 검사받고 인증 스티커를 붙이며 제대로 된 천연벌꿀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사업은 점차 자리를 잡았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첫해 20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던 것이 4년 여만에 매출 1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그냥 천연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계피꿀, 도라지꿀, 레몬꿀 등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려고 늘 노력했습니다. 와디즈 펀딩으로 800% 이상을 달성하면서 소비자들이 여왕벌과 황서방의 꿀을 좋아한다는 자신감을 얻고 현재 직거래를 통해서 생산하는 꿀의 90%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꿀에 대한 자부심, 꾸준한 도전으로 ‘성공’
 

손 대표는 여왕벌과 황서방이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를 묻자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집념이었다고 강조했다.
 

“제2의 인생이었고 부모님이 정말 도움을 많이 줬습니다.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고 열심히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6년이란 세월 동안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초보 농부죠. 배워야 할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성실과 함께 지켜온 또 하나의 덕목은 ‘기본과 초심을 지키자’는 것이다. 
 

“농사는 농부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늘 고객입장에서 생각하면서 이 제품을 믿고 먹을 수 있을지를 반문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은가를 생각하면 기본을 지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왕벌과 황서방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는 꿀 관련 제품들. 천연꿀인데다 레몬, 계피 등을 첨가한 신제품으로 인기가 좋다. 
여왕벌과 황서방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는 꿀 관련 제품들. 천연꿀인데다 레몬, 계피 등을 첨가한 신제품으로 인기가 좋다. 

천연벌꿀만을 생산하는 여왕벌과 황서방은 생산꿀의 전량을 검사받고 있다. 
 

“전량검사를 해서 인증스티커를 붙이는 양봉장은 대한민국에서 30%도 되지 않을 겁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지만 꿀 한병에 자부심을 갖고 판매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손 대표는 산청군농업기술센터에서 2020년 차세대농업인 성공모델 육성사업으로 5000만 원을 지원받아 양봉체험 교육장을 조성했으며 지난해에는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으로 5000만 원을 지원받아 브랜드개발과 체험프로그램 개발, 양봉 체험키트, 교육장비를 구입하고 지난해부터 양봉체험을 시작했다. 
 

“체험장을 시작한 지난해에는 체험객 수가 많지 않았는데 지난해는 50명 정도가 체험장을 찾아주셨습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데 올해는 9월 까지 체험객이 100명을 돌파했습니다. 양봉체험의 핵심은 안전인데 우리 체험장은 정말로 안전합니다. 꿀벌체험관을 별도로 특수제작해서 양봉옷을 입지 않아도 벌에 쏘이지 않게 체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산청이 선사하는 멋진 경관은 또 하나의 자랑거리입니다.”
 

늘 승승장구했을 것만 같지만 손 대표는 양봉을 시작한 후 올해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매년 이동양봉을 다니는데 올해는 좀 욕심을 내서 봄부터 벌을 정말 강하게 잘 키워서 이동양봉을 갔습니다. 그런데 스트레스 때문인지 이동양봉에서 꿀이 30% 이상 죽었어요. 처음 겪는 일이라 너무 힘들었는데 같이 이동양봉을 다니는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빨리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 일로 더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는 손 대표는 경남여성CEO 모임, 6차산업 농부모임 등을 비롯해 산청 4-H 활동 등 지역농부들과의 소통도 열심히 하고 있다.
 

“요즘은 청년농업인들이 정말로 준비를 많이 하고 귀농을 하더라구요. 그렇지만 귀농은 단순한 농사가 아닌 사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물을 선택할 때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그 사업을 성장시켜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계획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계획을 잘 세우고 이것을 잘 실행하면 나중에는 내가 원하는 자리에 가 있을 것입니다. 저도 꼭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미니인터뷰]김민석 산청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현재 산청군은 청년4-H연합회 회원들에게 농업시설과 장비를 지원하는 사업에 1억2000만 원에서 2억6000만 원으로 사업비를 증액하고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아카데미 운영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그 외에도 청년농업인 경영 진단 분석 컨설팅사업, 청년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청년농업인 취농직불제 사업과 같이 청년농업인 개인에게 지원되는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청년 단체 활성화를 위한 사업 등 여러 사업이 있는 만큼 많은 청년농업인들이 산청에서 농업을 시작했으면 합니다.”
 

김민석 산청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는 산청군이 인구는 적지만 청년농업인들이 열정이 넘치고 의지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산청군은 청년4-H회원도 점차 늘어나고 회원들 간의 활동도 활발해 유대관계를 갖고 서로 정보공유와 소통을 통해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청년농업인들의 의욕이 높아 새로운 시도와 농업인으로서의 성공모델이 되어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김 지도사는 산청군의 모든 청년농업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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