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한돈 고급화를 위해선 새로운 등급판정 기준이 필요하다는 중간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등급판정이 고급화를 담보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어 앞으로 명확한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한돈협회(회장 손세희) 주관으로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제2축산회관에서 열린 ‘한돈 고급화 전략 수립을 위한 유통·소비행태 및 소비친화적 품질 등 개선방안 연구’ 중간보고회에서 연구를 맡은 서강석 순천대학교 교수는 “현재 등급판정내 규격별 출현분포가 등급판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고 동일한 등급으로 판정이 됐어도 품질의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현행 등급제의 경우 돼지도체에 대한 등급판정시 도체중, 등지방두께를 활용해 판정되고 있어 소비자의 선호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을 밝혔다.

현행 돼지고기 등급은 도체중과 등지방두께를 중심으로 1+·1·2·등외 4개 등급으로 구분해 1+등급을 받으려면 도체중이 83∼93㎏, 등지방두께가 17∼25㎜ 범위에 들어야 한다.

하지만 같은 등급을 받은 돼지고기도 개체에 따라 품질 차이가 크고 등급간 삼겹살과 목심 부위의 품질을 보장하지 못해 육가공업계는 물론 소비자도 등급제 효용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2021년 전국 평균 경락가격에서 등급별 돼지(거세) 1㎏ 기준으로 1+등급 5115원, 1등급 5065원, 2등급 5114원으로 2등급 평균 경락가격이 1등급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기도 했다.

서 교수는 “평균 경락단가가 상승할수록 전체 정육률은 감소하지만 주요부위인 삼겹살과 목심의 생산량은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고 육색·근내지방도(마블링)·보수력 등 품질평가가 가능한 추가적인 형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번 연구의 주된 결과”라며 “육색은 적색도가 높을수록 고품질로 판단되며,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육질과 밀접히 연관된 이화학적 형질의 유전 상관계수를 검토·비교해 앞으로 개량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중간보고회에 참석한 업계의 한 전문가는 “소비측면에서 급식이나 대형마트에선 1등급 이상만 찾는 상황에서 삼겹살과 목심을 정확히 등급판정할 방안이 없는 만큼 돼지고기는 규격·비규격 또는 등급을 자율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지금의 등급판정은 육안 평가로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한 측면이 있어 기계 판정을 통한 데이터를 근간으로 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준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지만 한우와 달리 돼지고기에서 등급과 좋은 돼지고기 여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돈협회는 해당 연구를 바탕으로 한돈 고급화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