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사료 먹여 키워봐야 본전
암송아지 최고가 낙찰에도 낮은 탄성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지난 1일 설 명절 이후 열린 양평우시장에서 한 한우농가가 송아지 구매를 위해 살피고 있다. 이날 만난 한우농가들은 소를 출하하면 1++ 등급을 받아도 마이너스를 겨우 면하는 수준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 1일 설 명절 이후 열린 양평우시장에서 한 한우농가가 송아지 구매를 위해 살피고 있다. 이날 만난 한우농가들은 소를 출하하면 1++ 등급을 받아도 마이너스를 겨우 면하는 수준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거 언제 끝날 것 같아요?”

명절이 끝나고 처음 우시장이 열린 지난 1일 양평축협 우시장에서 만난 한 농가는 이렇게 물었다.

최근의 분위기를 묻자 목소리가 높아지는 농가들 사이에서 여주에서 소를 키운다는 한 농가가 조용히 ‘이 소가격 폭락 사태가 언제쯤 끝날지’를 물었다.

“요즘 만나는 사람한테마다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물어봅니다. 40년 동안 한우를 키웠는데 지금처럼 답답할 때가 없어요. 빚은 늘고 소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그렇다고 태어나는 송아지들한테 사료를 안 줄 수도 없잖아요.”

오전 8시 5분, 소를 실은 운송차들이 속속 도착하며 하차 작업을 하고 있다. 유독 끌려오지 않는 한 송아지를 작업자들이 당기자, 소 가격이 걱정돼 따라온 축주가 ‘살살 달래며 데려가야 하는 송아지’라고 언지를 준다.

작업자들에게 물으니 명절이 끝나 출하소가 많지 않기도 하고 오늘 유독 소가 늦게 도착한다고 말한다.

“소가격이 안 좋은데 뭐 좋다고 빨리들 오겠어요.”

농담처럼 말하는 작업자의 한탄이 지금의 모든 상황을 말하는 듯하다.

오전 9시를 조금 넘은 시각, 이날 출장소는 수송아지 67마리, 암송아지 39마리, 번식우 15마리로 총 121마리다. 가격산정인이 산정을 시작하자 대기실에서 추위를 녹이던 운송업자와 농가들이 쏟아져 나와 우시장 앞은 북적이기 시작했다.

명절 전 한우 7마리를 출하했다는 한 농가는 5900만 원을 받았다며 볼멘 소리를 시작했다.

“설 시작하기 전에 소 7마리를 냈는데 5900만 원 나왔어요. 1++ 짜리 소도 여럿이었는데 소가격이 정말 많이 떨어졌습니다. 한 마리에 810만 원 꼴을 받은 건데 한 마리에 사료가격만 460만 원 이상 들어가는데 송아지 가격 생각하면 그냥 무료 봉사 한거에요. 1++을 받아도 마이너스 겨우 면하는 수준입니다.”

가격산정인은 보통 지역에서 한우를 40년 이상 키워온 베테랑들이다. 양평우시장에서 10년 이상 가격산정인을 해 왔다는 A씨는 최근 소가격이 떨어져 농가들이 예민한 상태라고 말했다.

“300만 원 주고 송아지 사서 비싼 사료 먹이면 잘 키워봐야 본전이고 보통 마리당 100만 원은 밑지는 겁니다. 그러니 농가들 분위기가 좋을 턱이 있나요. 소가격 산정할 때도 농가들이 워낙 예민해서 조심스럽습니다.”

소 가격산정이 끝나고 최저입찰가격이 붙은 소 뒤에 유심히 소를 살피는 한 농가에게 다가갔다.

“돈이 돼서 송아지를 사는게 아니라 빈 우사가 아까워 할 수 없이 나왔어요. 우시장에 새끼를 밴 암소도 나옵니다. 사료가격이 비싸니까 새끼송아지도 많이 나와요. ‘소가 소를 먹는다’는 말, 진짜 맞는 말입니다. 소 팔아서 사료 사서 먹이고 다시 그 소를 팔아서 집에 있는 소를 먹이는 형편입니다.” 

오전 11시 20분을 조금 넘기자 전광판에 낙찰가와 낙찰자가 뜨기 시작했다. 나지막한 탄성과 저마다의 이야기로 시끌시끌해진 우시장.

경기도 양평, 여주, 남양주, 가평, 광주 등 다섯 개 시군에서 소를 출하하는 양평우시장은 경기도 우시장에서는 규모가 큰 편이다. 다른 우시장은 한 마리 씩 경매를 하지만 한꺼번에 경매를 하는 양평우시장에서는 유찰이 될 수 있어 소 가격을 입찰하면서 본인이 필요한 소보다 많은 소를 입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 가격도 다른 우시장 보다 후하게 받을 수 있는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날 전광판에는 130만 원, 140만 원, 100만 원 남짓한 송아지가 수두룩하다.

우시장 앞마당에 낮은 탄성들이 쏟아진다. 113번 암송아지, 낙찰가 465만 원. 오늘의 최고가격이다. 최고가격을 받은 K 씨는 양평에서 40여 년간 한우를 키워왔다. K 씨는 최근 규모를 줄이고 농장을 그만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K씨의 이야기를 듣던 다른 한 농가가 말했다.

“최고가격 받는 농가여도 그만두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경쟁력있게 키우면 살아남을 수 있다구요? 지금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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