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쟁력 위해 사육환경·부존사료 활용한 품질 차별화 나서야
전문수의사·사양기술 부족…폐사율 높아
비효율적인 경영구조 개선 노력 필요
축산법상 가축임에도 정부 수혜 대상 소외
한의업계의 국산 녹용 이용 확대 위한
한약규격품 제도 개선 등
양록산업 발전계획 수립에 정부 나서야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우리나라 사슴 농가당 사육마릿수는 16~18마리로, 2021년 기준 전체 사육마릿수는 2만3063마리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 양록산업은 침체돼 있다.
우리나라 사슴 농가당 사육마릿수는 16~18마리로, 2021년 기준 전체 사육마릿수는 2만3063마리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 양록산업은 침체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슴사육은 1950년 6.25 전쟁에서 살아남은 몇 마리를 토대로 1980년대에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에서 엘크·레이디어 1만3000여 마리를 수입하면서 사육의 토대를 마련했다.

사슴 사육마릿수는 2001년 말 15만6000마리를 기록했으나 이후 점차 감소해 2021년 2만3063마리까지 감소했다.

이 같은 결과는 건녹용 등 녹용 시장 전면 개방, 지속적인 국내 경기침체에 따른 사슴산물 소비 저하와 사료 가격 급등으로 인한 수익구조 악화, 저렴한 외국산 녹용으로 경쟁력 저하 등 사슴사육 의욕이 크게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사슴 가격 하락으로 인해 농가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질병에 걸린 사슴의 치료보다는 도태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사슴산업(양록산업)의 현황과 과제 등에 대해 짚어봤다.

# 생산 단계 문제 심화

사슴을 키우기 위해 암사슴 입식을 희망하는 농가들이 있지만 공급량이 적어 자록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록산업 현황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사슴 생산기반과 관련한 정확한 통계가 부족한 실정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수한 사슴의 보급과 생산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품종별 기준이 있는 사양표준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선 농가가 이용할 수 있는 사양표준이 없고 근친교배 증가, 체계적인 개량사업 부족으로 사슴의 녹용 생산성이 해외의 경쟁 농가 대비 낮은 상황이다.

사슴 인공수정의 경우 마리당 40만 원 이상에 달해 영세농가의 참여가 쉽지 않다. 국내 녹용 생산의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엘크의 경우 성록 40~50마리를 기준으로 매년 2~3마리 정도가 자연 폐사하고 자록의 경우도 폐사율이 30%에 달한다. 

높은 폐사율은 농가의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전문 수의사가 적고 농가의 사양기술도 부족한 실정이다. 

2004년 이후 녹용 시장 전면 개방으로 국내산 녹용 제품의 판매실적 저하 문제가 발생해 양록 농가의 사육 의욕이 크게 저하됐다. 이 같은 문제는 농가의 생산 의욕 위축과 더불어 배합사료 가격 인상, 장기적인 양록산업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영세농가의 암사슴 도태로 인한 생산 기반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양록산업의 주요 생산물인 녹용의 경우 농가와 소비자 간 비정기적 직거래를 통해 대부분의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판매량 파악이 어렵고 농가별로 판매가격이 다르다. 이에 (사)한국사슴협회와 한국양토양록농협은 일괄 수매와 판매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슴협회에 따르면 한의약 시장에서 녹용이 소비되려면 약사법에 따라 원료의약품 제조자격을 갖춘 업소가 품목제조허가를 받아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수입 녹용만 한약규격품으로 제조·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지 건녹용은 수입 후 절단과 포장을 거쳐 규격품으로, 전지 생녹용은 열건조나 동결건조 방식으로 건조 후 절단, 포장 후 유통되고 있다.

사슴협회 관계자는 “국내산 녹용의 안정적 소비를 위해 사업이 추진돼야 하지만 외국산과의 가격 경쟁력 부족, 녹용 효능에 대한 연구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 유통 개선 필요

2021년 기준 사슴·녹용 생산액은 549억1978만 원으로 추정되며 이중 엘크가 52.6%, 꽃사슴 39.3%, 레드디어 3.6% 등을 차지한다. 국내 농가에서 생산된 녹용의 경우 미건조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판매되거나 농장에서 한약제와 혼합해 중탕으로 판매된다.

이에 농가별 고객 확보 능력에 따라 소득 차가 발생하고 직거래로 높은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경기침체 등 외부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가공품으로는 드링크제, 원료의약품(캡슐) 등이 생산되고 있지만 대부분 해외 녹용을 원료로 사용하고 시장규모도 미미하다. 1990년 이후 상품화된 사슴엑기스, 녹용(중)탕 등은 큰 시장을 형성하면서 국산녹용 소비가 크게 기여했지만 최근 코로나19 발생으로 농장을 직접 찾는 소비자 위주로 소비가 한정된다. 

사슴고기는 고단백, 저콜레스테롤, 알칼리성 육류로 알려지며 뉴질랜드, 독일 등 유럽에서는 고급 육류로 소고기에 버금가는 수요가 창출된다.

국내에서는 높은 가격 때문에 사슴고기 소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슴고기와 뼈에도 녹용의 주요성분인 강글리오사이드가 함유돼 건강식으로 각광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육질 개선, 요리방법 개발 등 사슴고기를 소득화 할 수 있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한약규격품 제도 개선을 통해 한의사가 국내에서 생산되는 생녹용을 생산현장에서 직접 구입한 후 건조해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 같은 제도의 뒷받침을 통해 국내 한의업계의 국내산 녹용 이용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경쟁력 제고 방안 마련해야

우리나라의 사슴 농가 당 평균 사육마릿수는 16~18마리에 그쳐 농장경영계획 수립, 생산비 절감, 혈통개량, 생산물 홍보·판매 등 합리적인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산 녹용의 품질 고급화와 차별화는 본격적인 국제경쟁 무대에 뛰어들게 된 양록산업이 택해야 하는 유일한 생존수단이다.

일례로 뉴질랜드와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산림 내 사육이나 부존사료 활용을 통해 생산비를 절감하고 사육환경과 사료를 활용한 품질 차별화가 필요하다.

이는 생산 단계에서 산림 내 방목사육, 약초·약용 관목류 재배 이용, 산야초·자연산 수목류 등 육림 부산물 사료 이용 등을 꼽을 수 있다. 수확 단계에서는 적기 절각, 상품성 제고를 고려한 위생 관리 등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상품화 단계에서는 생녹용과 동결 진공건조로 차별화를 도모하고 품질 보증제와 인증제, 이력제 도입 등을 활용해 소비자들로부터 품질 우위를 인정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생산부터 가공, 유통, 소비까지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 도입도 필요하다.

사슴산물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기초연구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하며 사슴자조금 제도를 강화함으로써 지속적인 홍보활동도 요구된다.

녹용 이용량의 대부분을 외국산 녹용에 의존하는 최대 녹용 소비처인 국내 한의업계와 협력을 지속하고 사슴사육 농가의 위생·안전성에 대한 인식 전환도 이뤄져야 한다.

지역별 공동 브랜드 개발과 녹용 직판장 설치, 직거래 시장·홈쇼핑 판매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직거래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생산자를 중심으로 한 규모화, 전문화도 요구된다. 개별 농가 단계에서의 낮은 시장교섭력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조사료 자원 획득과 대량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생산자단체(조합) 등을 결성해야 하는 것이다.

사슴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생산농가, 학계, 관련 단체와 유통업체가 산업의 발전 가능성과 산업적 가치에 기초한 장기발전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슴은 축산법상 가축임에도 각종 정책수혜 대상에서 소외됐으며 사슴산업 현황과 발전 가능성에 대한 정부차원의 검토, 해외 사슴산업에 대한 실태조사, 사슴산물 시장 전망·산업가치 측정 등이 필요하다”며 “양록산업에 대한 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해 농가들이 안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농가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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