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가격은 높고, 물량은 없어 구하기도 힘들어진 원료곡(산물 벼) 때문에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이 경영악화에 시달리며 도산 위기에 처했다. 이에 정부 차원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산지유통업체(농협·민간RPC) 재고량은 67만5000톤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32.2% 감소했다. 가격하락에 대한 우려로 산지유통업체들의 저가출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는 9월 말 예상 재고량은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78%가 감소한 4만8000톤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이지만 시장출하목적으로 저장된 농가재고량도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정작 산지에 원료곡이 없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고물량이 적다보니 산물 벼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이며 최근 산지에선 40kg 조곡 기준 6만4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주로 수확기에 벼 매입이 이뤄지는 농협RPC와 달리 연중 매입하는 민간RPC로서는 가뜩이나 오른 생산비에 더해 원료곡 부족에 따른 경영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북 영덕군에 소재한 동양RPC의 방정환 대표는 “지난해 쌀값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 벼 매입비 이외에 대출이자, 인건비, 전기료 등 제반비용만 2배 이상 늘었다”며 “한달에 보통 1만포(20kg)를 판매하는데 포대당 1000원씩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 최대한 버티고 있는 수준”이라고 한숨을 토했다.
전북 고창군의 한결영농조합법인 박종대 대표 역시 “보통 민간RPC들은 이때쯤이면 농협으로부터 벼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는데 산물 벼값까지 올라 폭등한 운영비용을 생각하면 앞날이 막막하다”면서 “벼값이 오르는데 정작 구매할 벼는 없고, 구하기도 힘든 2중·3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오는 10월 중순까지는 지난해산 벼를 구매해 판매해야 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한탄했다.
이같은 산지 민간RPC의 고충에 대해 서용류 한국RPC협회 전무는 “최근 산지 쌀값과 산물벼값이 오름세를 보이며 산지유통업체의 경영이 회복되고 있다고 하는데 민간RPC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수확기 가격지지와 쌀값 안정, 고품질 쌀 공급 등 정부의 쌀산업 정책에 민간RPC도 적극 그 기능을 수행해온 만큼 최소한 막대한 손실 발생으로 경영이 위협받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민간RPC들은 정부의 산물 벼 인수도와 같은 대책마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방정환 대표는 “현재로서는 정부가 수확기 쌀값 20만 원을 목표로 밝힌 만큼 올해 달성 가능한 적정 수확기 쌀값 수준을 정하고 이를 토대로 지난해 공공비축용으로 사들였던 산물 벼의 인수도를 최대한 빨리 시행해 주는게 시급하다”며 “빠르면 오는 8월 중순부터 벼 수확이 시작되므로 늦으면 늦은 만큼 쌀시장에 주는 임펙트도 적어 정책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피력했다.
더불어 방 대표는 “전년 구매실적을 기준으로한 상대평가 방식의 정부의 벼매입자금 지원 기준도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RPC에게는 불리한 만큼 개선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용류 전무도 “민간RPC가 보관중인 공공비축용 산물벼가 3만 톤 정도인데 이중 일부인 1만 톤만이라도 인수도한다면 시장가격에 영향도 없을 것이고 장기간 보관에 따른 품질 하락도 방지할뿐더러 민간RPC도 운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