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는 소비 급증으로
물량 많은데도 시세 양호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단기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바로 고온이 이어지는 기후환경으로 엽근채소의 품위 손상이 심해 전반적인 시세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오이는 소비가 급증함에 따라 물량이 많은 편임에도 시세가 양호한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의 이달 농업관측월보에 따르면 올해 여름배추(고랭지배추) 재배면적은 5085ha로 평년 5323ha에 비해 4.5% 감소했지만, 단수는 10a당 7330kg으로 평년 7269kg에 비해 증가했다. 출하 물량이 적지 않은 가운데 품위도 떨어져 이달 초 배추 도매가격은 상품 기준 10kg 한망에 6000~7000원대로 형성됐다. 이는 평년에 비해 20%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오현석 대아청과 부장은 “고랭지배추 생육 초·중기에 기온이 다소 낮아 성장이 양호하고 물량도 많았지만 수확기의 집중호우와 잇따른 고온이 악영향을 끼쳤다”며 “고랭지배추는 특히 습기에 약해 품위와 저장성이 떨어졌고 소비 역시 부진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무 역시 잦은 비와 고온으로 인해 품위가 많이 하락한 상황이다. 이달 초 무 도매가격은 상품 기준 20kg 상자당 1만 원 내외로 평년 대비 20~30% 하락했다. 또한 장마를 대비한 저장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날마다 출하 물량의 변동 폭이 클 것으로 예상돼 시세가 불안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찬겸 대아청과 차장은 “최근 기후가 무 생장에 알맞지 않아 웃자람이 많다 보니 좋은 품질의 상품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산지에서는 생산비를 건지기도 어려울 정도의 상품으로 판단될 경우 밭을 엎어버리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김기영 대아청과 상무는 “기본적으로 채소류의 경우 고온과 함께 비가 많이 오면 생육이 빨라지지만 제대로 여물지 않는다”며 “70일을 자라야 할 무가 60일 만에 성장하면 작업과 유통과정에서 쉽게 상하고 저장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연이은 집중호우와 고온이 고랭지작물에 악영향을 끼침을 설명했다.
양배추는 제주도의 월동 양배추를 시작으로 전남, 충청, 강원 지역으로 시기에 따라 출하가 이어지며 연중 물량이 고르게 공급되는데 최근 집중호우와 높은 기온으로 지역에 상관없이 양배추가 급성장해 홍수 출하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상품 기준 8kg 그물망당 8000원에서 1만 원에 이르던 도매가격은 이달 초 4000원 선까지 무너졌다.
송영종 대아청과 부장은 “지난달까지는 일교차가 크고 대체로 기온이 높지 않아 양배추 생육이 늦어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물량이 공급돼 가격도 안정적이었다”며 “이달 들어 출하 물량이 급증하고 품위도 떨어져 시세가 크게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대파의 경우 지난달 출하가 시작되며 상품 기준 1kg당 2000원 대로 시세가 양호해 다소 덜자란 대파까지 출하되는 등 물량이 몰렸다. 이후 시세가 하락하고 소비 부진까지 겹쳐 이달 초 상품 기준 1kg당 1600원 내외로 거래되고 있다.
현재 대파 시세는 평년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지만 집중호우와 고온이 반복되면 상품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민 대아청과 이사는 “대파의 경우 시세에 따라 출하 물량이 민감하게 변화하고 다시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아직 강우와 고온에 따른 피해가 크지는 않지만 이러한 날씨가 계속되면 대파가 짓무르고 진물이 나오는 등 품위가 하락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해 엽근채소 등의 시세가 부진한 반면 오이는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도매가격이 높게 형성됐다.
농업관측월보에 따르면 올해 백다다기오이는 병해 피해가 적고 생육이 양호해 지난해 대비 단수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출하량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지난달과 이달 각각 4%, 8% 증가했다.
백다다기오이는 지난달 말 상품 기준 50개에 1만5000원 내외에 거래되다 이달 초 2만 원대 후반까지 시세가 올라 거래되고 있다. 이는 평년 대비 30% 이상 상승한 수준이다. 지난 7일 상품 기준 최고가는 3만5000원을 기록했다.
김갑석 중앙청과 채소영업관리이사는 “덥고 습한 날씨로 인해 식당과 일반 가정에서 오이 소비가 급증해 다소 물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세가 양호한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고온다습한 날씨로 수요가 이어진다면 좋은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