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품유통학회 하계학술대회 개최
온라인 도매시장, 산지 역량 강화 기대
명확한 등급표준화 등 문제 해결해야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디지털시대가 도래하면서 농산물 유통분야의 디지털 전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식품유통학회는 지난 13~14일 양일간 부산시 소재 부경대 대연캠퍼스에서 ‘디지털시대 농식품 거래활성화 방안 모색’을 주제로 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농산물 생산·유통 디지털 전환의 당위성과 효율적인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며 주목을 받았다.
학술대회의 주요 내용들을 살펴본다.
#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물류 효율화·산지 교섭력 강화 기대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이 오는 11월 출범을 앞둔 가운데 디지털 전환의 긍정적인 기대효과와 방향성에 대한 의견들이 제기됐다.
홍인기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정부의 농산물 유통정책 방향’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서 “정부는 소비지에 대응하는 산지의 역량 강화, 농산물 유통의 비효율적 물류체계 개선, 유통정보의 활용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2027년까지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100개소를 구축, 산지의 규모화·자동화·정보화를 꾀한다. 또한 오는 11월 30일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출범시켜 채소류 22가지, 과일류 10가지와 감자·고구마·버섯·쌀·돼지고기·달걀을 대상 품목으로 거래하고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홍 과장은 “그간 도매시장은 농산물 수집과 분산, 기준가격 제시라는 역할을 다했지만 최근 소비지 시장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경유율이 지속해서 하락했다”며 “온라인도매시장을 통해 규제를 풀어 농산물 유통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물류 효율화를 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전자송품장을 도입하는 등 농산물의 생산, 유통 과정에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생산·수급 조절에 참고하고 유통 과정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온라인거래소를 통한 유통구조 개선방안’ 발표에서 온라인 거래는 산지의 출하 선택권과 교섭력을 강화하고 거래가격도 높게 형성돼 농가 소득 증진에 이바지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의 조사 결과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농협 온라인 농산물거래소에서 거래된 양파는 1kg당 1098.8원으로 농협 가락공판장에서 거래된 996.8원보다 10.2% 높았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온라인도매시장이 제대로 정착되면 물류비, 시간, 감모 손실 등을 절감해 종합적으로 연간 3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절약될 것”이라며 온라인 거래의 긍정적 효과를 설명했다.
# 참여자 확대, 지속가능성, 등급표준화 등 산적한 문제 해결해야
농산물 유통의 실효성 있는 개선을 위해서는 다각적인 관점의 고민과 주체별 문제 해결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병률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농산물 유통의 비효율을 많이 지적하지만 실질적으로 유통 마진은 도매단계보다 소매단계에서 높다”며 “더불어 대형유통업체가 산지 직거래 위주로 농산물을 확보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거래가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실효성도 검토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그는 “영세한 중도매인들이 많고 악성 미수금이 쌓인 경우도 많다”며 “이들이 불안정하면 거래하는 도매법인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결국 시장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전환을 단순히 도구로써 접근할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산업을 조성한다는 차원의 구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이미 식품분야는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탄소배출 저감과 같은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농산물 유통 역시 디지털전환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디지털화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탄소중립, 알이백(RE100) 등 지속가능한 산업 구조로의 발전에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온라인 거래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등급표준화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춘수 순천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농산물은 기본적으로 먹어봐야 맛을 아는 경험재로 온라인 거래를 위해서는 명시한 품질 등급만으로 맛을 예측할 수 있는 탐색재로 나아가야 한다”며 “일정한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고 용도별 등급을 신설하는 등 명확한 등급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위태석 농촌진흥청 수출농업지원과장은 인위적으로 등급표준화에 몰입하기보다는 시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밝혔다.
위 과장은 “각 시장별, 주체별로 원하는 품질 요소가 제각각”이라며 “온라인 거래를 지속해서 여러차례 진행하다 보면 원하는 수준의 상품을 취급하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매치되면서 등급에 대한 논란은 해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