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평균 무 도매가격 생산비 수준
농가 수취가격 안정 위해 수수료 차등 지급 의견 나와
호우 직후 이어진 더위로 손상된 무 일부 확인
전반적인 생육에는 큰 문제 없어
기상재해·병해 없으면 가격 회복 기대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다음달부터 무 도매가격이 상향 안정화될 전망이다.
유통 관계자들은 경기 지역 봄무 출하가 마무리되고 저장 무 역시 소진돼 감에 따라 다음달 고랭지무가 정상적으로 출하되면 전반적인 무 시세가 상향 안정화될 것이라 분석했다. 다만 전국적인 폭우와 무더위가 이어지고 병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상황을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격 약세를 보이고 있는 무 작황과 가격 전망을 위해 지난 20~21일 양일간 대아청과 무 경매사를 비롯한 유통전문가들과 함께 고랭지무 주산지를 찾았다.
# 생산비 수준 가격에 농가 ‘울상’
“평(3.3㎡)당 5000원의 도지를 내고 60여 일간 매일 포전에 나와 무를 돌봅니다. 때에 맞춰 작물보호제를 뿌리고도 금세 비가 내릴 때는 억장이 무너집니다. 10kg들이 무 500상자가 실리는 차 한 대를 작업하는데 소요되는 인건비가 75만 원, 운송비가 55만 원이며 상자값도 개당 1200~1300원으로 60만 원이나 지출됩니다.”
강원 진부면에서 만난 윤형석 산지유통인은 무 재배에 드는 노고와 출하에 소요되는 비용을 이같이 전했다. 현재 평균 무 도매가격은 겨우 생산비를 맞출 수 있는 10kg 상자당 1만2000원 수준이어서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 도매거래 시 경매가격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선동 강릉 고랭지채소 공동출하협의회장은 “인건비, 농자재값 등 농산물 생산비용은 지속해서 상승하지만 이런 상황이 경매에는 반영되지 않고 일률적으로 수수료가 책정돼 농가소득은 항상 불안정하다”며 “경매가격을 구간별로 나눠 등급별로 차등 지급하면 농가 수취가 제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평년수준 작황에 다음달 가격회복 기대
진부면, 대관령면 등 강원도 고랭지무 주산지 포전을 둘러본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전반적인 무 생육 상태에 심각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재배면적 역시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평년 수준의 생산량을 예상하며 기상재해나 병해가 덮치지 않는다면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현장에서 김찬겸 대아청과 차장은 “경기 지역 봄무가 지난주까지 70%가량 출하됐으며 전라 지역 저장무도 40% 이상 시장에 나왔고 가공업체 등에서 비축한 제주 저장무 역시 이달 안에 재고가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무 도매가격이 소폭 상승하고 있는 만큼 폭우나 병해의 확산 등만 없으면 다음달에는 무 시세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진단했다.
이달 말까지 현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저품위 상품들이 정리되고 저장 물량도 소진되는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고랭지무 출하가 이뤄지면 무 시세가 안정적으로 올라갈 것이란 설명이다.
다수의 가락시장 경매사에 따르면 현재 거래되고 있는 무는 경기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들이 대부분으로 품위가 떨어져 평년 대비 20~30% 낮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초 저장한 전라 지역의 저장무가 최근 수확해 출하되는 무보다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올 여름무 생산량이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경연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여름무(고랭지무) 재배면적은 2720ha로 지난해보다 70ha, 2.6% 증가했으며 평년 2737ha와 비슷한 수준이다. 단수는 10a당 9112kg으로 지난해 대비 9.6% 증가해 평년 수준을 회복해 24만7857톤이 생산될 것으로 관측됐다.
# 위황병 등 병해충 피해 유의해야
하지만 다음달 무 작황이 마냥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폭염, 호우에 이어 병해충 발생 우려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하작업이 한창인 해발 500~600m 지대의 무밭에서 포장된 상자들 사이로 머리 부분이 녹아내린 몇몇 무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호우 직후 이어진 더위로 출하가 불가능할 정도로 무가 손상된 것이다.
전문가들도 전국적인 폭우와 무더위가 이어지는 만큼 향후 날씨가 올해 고랭지무 작황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았다.
김종수 진부농협 판매계 과장은 “요즘같이 비가 많이 내린 직후 바로 뜨거운 날씨가 이어지면 무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달 중순 비가 내린 후 산지를 둘러보니 일부 포전에서 상한 냄새가 진동해 상품에 문제가 생겼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연작으로 인한 주산지 지력 소실과 위황병 등 병해도 일부 확인돼 추후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사전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 평창에서 무를 재배하는 한 농업인은 “진부 지역 포전에서 위황병 발병이 점점 늘고 있다”며 “위황병이 한 번 발생하면 해당 포전에서 10년은 무 재배가 불가능하고 작업한 트랙터 등을 통한 전파 우려도 있어 철저한 방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찬겸 차장도 “위황병은 무 연작이 길어질수록 발병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휴경 또는 대체 작물 재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