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심리 위축·장마 마무리로
전반적 농산물 시세 안정화 전망
[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전국적인 폭우의 영향으로 한동안 농산물 도매가격의 강세가 이어졌지만 소비 심리 위축과 장마가 끝나면서 이달에는 전반적으로 농산물 시세가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0일부터 이어진 폭우로 전북·충청·경북 등 주요 농산물 산지에 피해가 발생하고 수해 지역 이외에도 비와 무더위가 연이은 탓에 전반적인 농산물 출하량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중·하순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농산물 시세는 대체로 높게 형성됐다.
특히 여름철 상추 출하 물량이 많은 전북 익산, 충남 논산의 수해 피해가 심해 호우 직후 상추 출하량이 급감함에 따라 도매가격이 급등했다. 실제 지난달 21~24일 상추 포기찹 상품 4kg의 평균 가격은 15만 원으로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다만 이 정도 수준의 급등은 폭우 직후 물량을 확보하고자 하는 중도매인들의 경쟁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며 차츰 안정세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달 말 상추 포기찹 상품 4kg은 8만 원대에서 거래되며 여전히 지난해 대비 2배 수준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점차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
폭우 이후 전북 익산, 경북 예천 등 수해 현장을 점검한 김갑석 중앙청과 채소영업관리이사는 “수해를 입은 농가들은 빠른 복구를 위해 완전히 망가진 농산물들은 과감히 포기하고 살릴 수 있는 수준의 상품들을 관리하며 신속하게 재파종에 나섰다”며 “이달 안에 상추 출하 물량이 증가세로 돌아서면 가격도 예년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김 이사는 “다만 습하고 더운 날씨가 지속되면 상추 재배에는 악영향이 큰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쌈배추 주출하지인 강원 지역은 큰 수해 피해는 없었지만 잦은 비로 출하 작업에 차질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일부 작물이 출하할 수 없을 정도로 상해 물량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상추 가격 상승 등도 영향을 줘 지난달 중·하순 쌈배추 상품 1kg은 2만~3만 원대를 형성했다. 다만 소비 부진이 영향을 줘 가격은 하락과 상승을 반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심평기 한국청과 경매사는 “현재 물량 부족으로 쌈배추·상추 등의 도매가격이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됐지만 소비는 원활하지 않다”며 “태풍 등 재해로 물량이 크게 줄지 않는 한 소비가 감소함에 따라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진 무더위에 소비가 급증해 강세를 보이던 오이 도매가격은 소비가 감소함에 따라 지난달 말 백다다기 상품 50개 기준 1만 원대 후반까지 하락했다.
최선만 서울청과 부장은 “평년 같으면 아직 오이가 한창 소비될 시기이지만 폭우 이후 농산물 가격이 상승했다는 보도가 연이으면서 소비 심리가 상당히 위축됐다”며 “소매점, 식당 등에서도 발주 물량을 줄이고 있는 만큼 소비 감소로 인한 농산물의 전반적인 시세 약화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다만 4일부터 오는 5일 가락도매시장 채소부류 하계 휴업으로 중도매인들이 물량 확보에 나서며 반짝 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애호박과 가지는 지난달 잦은 비로 수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 산지에서 상한 물량이 많았으며 저장성까지 좋지 않아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 지난달 중순 이후 애호박은 상품 20개 기준 2만 원 중반에서 3만 원 초반, 가지 상품 8kg 상자는 2만 원대 중·후반으로 평년 대비 50% 이상 높게 도매가격이 형성됐다.
추석 이전까지 농산물 가격의 가장 큰 변수는 태풍이라는 것이 농산물 유통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현석 대아청과 영업1팀장은 “이달과 다음달에 최소한 1~2개의 태풍이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설물 피해 정도와 강우량에 따라 농산물 작황에 큰 영향을 주고 농산물 도매가격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