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온누리 상품권을 이용한 대금 결제, 5일제 도입 요구, 시설 노후화 등 지방도매시장의 중도매인들도 수도권 도매시장과 비슷한 문제들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여농산물도매시장의 중도매인들은 지난달 14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시장 내 산적한 문제들에 대해 토로했다.

먼저 온누리 상품권으로 대금 결제를 자주 받지만 정상적으로는 환전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음을 밝혔다. 거래처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온누리 상품권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방도매시장은 일반 소매도 활발히 이뤄지는 만큼 합법적인 온누리 상품권 취급에 대한 요구가 더욱 크다.

김도성 반여도매시장 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상당한 금액의 온누리 상품권을 전국의 중도매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정상적인 환전이 불가능해 가지고만 있거나 일부는 브로커를 통해 5~10%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환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온누리 상품권 사용 문제와 관련해 최만열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이하 전과련) 사무총장은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상 가맹점과 환전 가능 대상이 정해져 있어 현행법 아래에서는 중도매인이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입장이라며 전과련은 온누리 상품권 문제를 해결하고자 입법기관에 지속해서 건의했고 조만간 법률 개정안이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도매시장 시설과 관련된 문제도 제기됐다. 중도매인들은 도매시장 내부 온도가 너무 높아 사람과 상품 모두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여도매시장 관리사업소는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어서 문제 해결에 난항이 예상된다.

심필숙 농협채소부 중도매인 협의회장은 반여도매시장의 지붕은 얇은 철판으로 6~9월 실내온도는 항시 30도 이상을 유지한다심한 더위로 인해 근무자들이 실신하는가 하면 도매시장 내 반입된 상품들도 금세 상하고 변색 돼 폐기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반면 반여도매시장 관리사업소 측은 반여도매시장 내부 천장에 팬을 설치해 공기를 순환시켜 실제 내부온도도 상당히 떨어졌다전국 어느 도매시장에 가도 외부와 완벽히 단절할 수 없는 공간의 특성상 일정 부분 기온문제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중도매인들은 주 6일간 매일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이에 따른 인력 수급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반여도매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부모님이 하시던 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도매시장 내에 또래 젊은 세대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젊은이들은 일하러 오지 않아 점점 외국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역시 주 6일 철야 근무로 젊은이들을 채용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다. 자연스레 시장 내 고령화가 심해지고 외국인 근로자들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하지만 도매시장 전체가 주 5일 영업을 하면 출하자들의 손해가 불가피한 만큼 도매시장 관리주체는 주 5일제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며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여도매시장 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인력 수급과 유통인들의 여건 개선을 위해 주 5일제를 도입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며 관련 의견도 수렴하고는 있다다만 출하자 보호를 위해 공영도매시장이 개설된 만큼 주 5일제 도입을 추진하게 되더라도 농업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조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주 5일제 도입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출하자와 유통인들이 상생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일 출하하던 물건을 주 5일 출하해 하루 100대이던 물건이 120대로 늘어나면 가격 하락은 필연적이고 이는 곧 출하자의 손해라며 공영도매시장이 기본적으로 출하 농업인들의 권익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주 5일제를 도입하더라도 쉬는 날을 띄어서 설정하는 등 농업인과 유통인이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관리사업소장이 변경될 때마다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상황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조금제 부산중앙청과 과일부 중도매인 조합장은 “2000년 이후 관리사업소장의 임기는 길어야 2년이고 1년을 못 채운 경우도 많다관리사업소장이 변경돼도 기존에 약속한 개선 계획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